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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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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 > 아프리카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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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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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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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ad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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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굼즈이야기 27호, 도시의 공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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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 진료 차 MCM에서 오신 의사 김 장로님에 의해 진단 받고 있는 예그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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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잔이 떠난 후에도 예가츠크는 차를 쫓아가다 그만 땅에 주저앉아 한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이제 다시는 엄마를 보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사람은 모녀관계를 떠나서라도 서로에게 꼭 필요한 상대입니다. 물론 예기잔에게 자식이 예가츠크 하나 밖에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가츠크보다 나이가 많은 딸 두 명이 더 있었지만 조카들을 장가 보내느라 그 대가로 딸들을 주어버렸던 것입니다.
선교사 곁에 앉아있는 예기잔도 떨어지는 눈물을 손으로 훔쳐댑니다. 차에 타본 것이 살아생전 처음이라 두려움도 적진 않았겠지만, 태어난 이래로 한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딸 아이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다시는 돌아 올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그래서 하나 밖에 없는 딸 아이를 다시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그녀에게 있었을 것입니다.
굼즈 사람들은 걸을 수 있는 거리 이상으로 멀리 떠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 걸을 수 있는 거리 이상에는 항상 적들과 자신들을 인간 취급하지 않는 다른 족속들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너머의 사람들은 과거에 자신들의 땅을 빼앗고, 자신들의 자녀들을 노예로 잡아간 사람들일 지도 모릅니다. 그 곳에는 자신들을 지킬 총이나 활을 들고 갈 수 없기에 자신들에게 어떠한 위험이 닥치면 무방비 상태의 처지가 되는 것입니다. 그곳은 미지의 세계일 뿐 만 아니라 굼즈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죽음이 도살이고 있는 곳입니다.
예그잔은 어려서부터 눈에 질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현재 한 눈은 실명된 상태이고 다른 한 쪽 눈도 점점 희미해져 간신히 사물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예그잔은 딸 아이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나무에 부닥치거나 돌에 걸려 넘어져 걸을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수술을 받게 되면 혹시나 눈이 좋아지지 않을 까 하는 희망으로 예그잔은 선교사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고 눈 수술을 받으러 선교사의 차에 실려 560km나 떨어져 있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예그잔에게 슬리퍼를 신겨 주었습니다. 살아생전 처음 신어보는 신발이고 그것도 한쪽만 막혀있는 슬리퍼라 걷는 것이 여간 불편해 보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슬리퍼가 몇 번씩이나 발에서 벗겨져 나왔지만 예그잔은 자기에게 거저 주어진 것이라 생각하고 이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끝까지 슬리퍼로 걷고자 하였습니다. 예그잔에게 제일 급한 것은 화장실 쓰는 법부터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병실이나 병원의 어느 복도 끝 어두운 구석에서 대소변을 보면 큰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예그잔은 많은 차들이 왔다갔다하는 큰 도로변에서 치마를 올리고 소변을 보기도 하였었습니다.
한국에서 온 의사 선생님은 예그잔의 눈은 말기 상태로 고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고통이 있으면 수술로 그것을 조금 완화해 줄 수 있지만 시력은 전혀 회복할 수는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수술을 받을 수 없어 이제 굼즈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에 예그잔은 실망은커녕 오히려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수많은 자동차들, 거대한 빌딩들,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여러 가지 소리들은 예그잔의 마음을 몹시나 불안하게 만들었던 요소들이었을 것입니다. 이 도시의 풍경이 예그잔에게는 거대한 괴물처럼 비쳐졌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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