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새해도 벌써 두달이 지나고 어느덧 봄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는 3월이 되었습니다. 보통 새해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다고 하지요. 특히 저희들에게 있어서 금년은 모든것이 참으로 새롭기만 합니다. 한국땅을 떠난지가 25년, 그리고 지난 15년간은 아프리카 열대기후에 익숙해져버린 저희들의 몸에게 있어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이곳의 겨울 날씨는 무척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놀라운 스피드의 인터넷, 통신, 교통 및 한국의 밤 문화 등은 15년만에 정식으로 안식년을 가져보는 저희들에게 여러모로 낯설뿐아니라 심지어는 역(?) 문화충격까지 느끼게 해줍니다.
에미라이트 항공을 타고 케냐를 떠나 서울에 도착하는 날부터 제 머리속에는 몇가지 생각이 희비를 교차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를 비롯한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미국대신 한국에서 안식년을 시작하면서 서울로 들어왔습니다. 한국에 파송교회나 후원교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믿는 가족이나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닌 이땅이 적막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마치 16년전 케냐땅을 밟을 때와 비슷한 심정이었습니다. 그간 아프리카에서 이루신 하나님의 신실한 역사들에 감사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 한국에서 보낼 안식년 기간에 대한 불안감을 쉽게 머리에서 떨쳐버릴수가 없었습니다. 또 한가지 희한한 증상은 모국인 대한민국이 전혀 집같이 느껴지지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하기야 강산이 두번 반이 넘도록 외국에서 살았던 저에게 있어서 이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일런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해서 솔직히 미국이 집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아프리카가 집이라고 느껴지느냐 하면 또 그런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더이상 집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막막한 느낌이 한동안 계속되었습니다. 마치 “국제 미아”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저보다 더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케냐가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난 고향인데 왜 가야만 하느냐? 정말 하나님이 엄마, 아빠한테 한국에서 안식년을 가지라고 했느냐? 왜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느냐? 등의 의문들로 진규, 현규는 나름대로 고민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발달된 주변의 대중교통, 인터넷, 스마트폰, iPod 등에 처음에는 신기해하던 아이들 ... 그와중에도 하루하루 놀랍게 적응해가는 아이들의 적응력에 저희가 감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하나님이 키우시는구나 ... MK(Missionary Kids)가 다르긴 다르구나 ...’ 생각하게 됩니다. 별탈없이 적응해주는 아이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어눌하던 한국말도 벌써 제법 또박또박 윤곽이 잡혀가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가정을 한국으로 안식년을 보낸 이유가 보이는듯 싶습니다. 아이들은 둘다 서강초등학교에 편입이 되었습니다. 이전에 한국에서 자라면서 경험한바 한국교육의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저와 집사람이기에 학교폭력, 입시지옥, 과다과외 등으로 묘사되는 이곳의 학교들에서 아이들이 잘 적응해주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여러분의 중보를 부탁드립니다.
이렇듯 어리둥절 한국의 삶에 적응해 가고있는 우리들에게 얼마전 주님이 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의 “집”에 대한 정의였습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 (요한복음 14:1-2).”
인생을 살아가면서 주님이 나를 인도하시는 곳, 그곳이 미국이건, 한국이건, 아프리카이건, 거기가 바로 나의 집이라는 감동이 저의 심령속에 깊숙히 꽂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새롭게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순간순간 나를 인도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더욱 순종하며 나의 남은 생을 살겠노라고 ... 어디를 가든지 주님의 복음의 빛을 발하며 살겠노라고 ... 그리고 무엇을 하든지 더욱 하나님께 영광이 될수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인생을 살겠노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삶을 살기 위해 갈바를 알지못하고 순종으로 갈대아우르를 떠났던 아브라함과 주어진 사명을 향해 끊임없이 앞을 보며 달려갔던 사도 바울과 같은 믿음의 선진들이 더욱 존경스러워졌습니다.
비록 저희 가족은 한국에 나와 있지만, 발달된 통신수단덕분에 아프리카의 소식들을 듣고, 수고하는 현지인 리더들을 계속하여 격려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도 우리의 동역자들을 통한 하나님의 역사는 계속되어지고 있습니다. EAPTC선교회가 진출한 9번째의 나라 부룬디에서는 지난 2월 20일 Gitega에서 정식으로 사역자훈련원이 개원하였습니다. Gitega는 부룬디의 전 수도이자 두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부룬디 선교를 감독하는 Cletus Tukai 목사님이 민주콩고 (Democratic Republic of Congo)의 EAPTC선교회 책임자 Bitendelo Ekangyela 목사님을 만나 여러분이 후원하신 렙톱 컴퓨터를 전달하였습니다. 케냐에서는 3월 1일부터 3일까지에 걸쳐 산하교단 목회자들이 Nairobi 성경학교에 함께 모여 세미나와 회의를 가졌습니다. 탄자니아 Moshi에서는 성경학교 및 초등학교 건축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분이 후원하신 $1,500을 전달하였으며, 탄자니아 현지에서 현지인 성도들이 모금한 $2,500과 합쳐 $4,000로 일단 믿음으로 필수건축자재인 벽돌제작에 들어갔습니다. 믿음으로 시작한 이 $20,000 프로젝트에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의 후원을 실어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APTC선교회는 더 이상 이석로, 송재은 선교사만의 단체가 아닙니다. 이제 16년간을 기도, 물질 및 단기선교로 함께 섬겨오신 선교동역자 여러분들과 아프리카 9개국에서 섬기고 있는 수십명의 현지인 목회자들 그리고 수천명의 현지인 성도들이 함께 하는 선교회로 성장하였습니다. 이토록 선교가 확장된 곳을 더이상 왜 선교지원을 하느냐 반문하는 분이 계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현재 우리와 함께 하는 현지인 동역자들이 신실한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현지에서 스스로 할수있는데로 재정을 끌어모아 알뜰한 살림으로 현지선교를 이끌어가는 수년간의 제자훈련을 통해 검증된 이분들이야말로 여러분과 제가 조금만 더 물질적인 힘을 실어준다면 복음을 더 넓게 더 깊이 더 효과적으로 세계방방곡곡에 전할수 있는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준비가 되지않은 현지인 사역자들을 물질로 도왔다가 선교에 낭패를 보는 분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여러분이 드리는 소중한 선교헌금이 가장 적재적소에 쓰이기 위해 저와 송재은 선교사는 앞으로도 힘써 주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16년이라는 세월을 통해 성숙한 EAPTC선교회의 현지인 지도자들의 사역을 마음껏 후원해 주시기를 담대히 추천합니다. 일반선교헌금 이외에 특정선교사역을 지정하여 보내주시는 헌금은 이전까지 그래온 것처럼 늘 후원자님의 희망사항에 맞추어 사용되어질 것입니다.
나아가 바울이 도시선교를 고집했던 것처럼 우리도 이제 EAPTC선교회를 통하여 성숙한 현지인 지도자들의 선교사역을 후원하여 이들이 중심도시에서 든든히 뿌리를 내리고, 성장한 저들이 다른 지교회들과 사역들을 후원하여 미전도지역까지 복음을 전파할수 있다는 전략이 여기에는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들께 EAPTC의 선교지 방문과 단기선교를 충심으로 권면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아프리카 선교지를 방문하여 EAPTC 현지인 동역자들과 함께 교제하며 단기선교로 동역해보신 분들이 선교를 향한 가치관이 활짝 열리시는 것을 수차례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수년전 Chicago에서 케냐를 방문한 청년 한명은 단기선교 경험 이후로 아프리카의 불우여성들을 상대로 마이크로크레딧 대출프로젝트를 전개하는 미국 비영리단체에 가입하여 수많은 가정들에게 꿈과 소망을 심어주는 일에 자신의 생애를 헌신하여 열심히 섬기고 있습니다. 사실 저와 송재은 선교사 역시 학창시절 단기선교의 산물입니다. 단기선교는 이렇듯 보내는 선교의 패러다임을 열어주고 장기선교사의 소명을 일깨워주는 큰 역할을 감당하기 때문입니다.
열정적으로 선교를 하는 한국교회들이 아직도 안식년 선교사에 대한 인식이 바르지 않다는 것 때문에 선교지에서 지치고 힘들어도 제대로 쉼을 얻지 못하는 선교사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희 가정도 그런 염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저희 가정과 아프리카 사역을 후원해주시던 동역자님들은 이해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리라 믿고 과감하게 선교지를 떠났습니다. 선교사가 안식년을 가지게 되어도 어느 곳에 있던지 그 곳에서 생활하려면 물질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선교 프로젝트만이 아니라 저희 가정의 생활을 위해서도 계속적인 후원과 기도를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특히 아래의 기도 제목들을 놓고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기도 제목들
1. EAPTC 목회자/선교사들, 사역자훈련원들, 유치원들, 교회들을 위해 (현지인 리더쉽 중심의 팀웍과 성장을 위해)
2. 지교회들, 사역자훈련원들, 유치원들의 건축 보조금 모금을 위해
3. 한국에서의 안식년 기간을 통해 저희 가정이 영육간에 재충전되도록
4. 진규, 현규의 축복된 한국에서의 학교생활을 위해
5. 이석로 선교사의 학업(Ph.D)에 주님의 지혜와 은총이 있도록
6. 송재은 선교사의 신촌몬테소리유치원 사역에 주의 은혜가 함께 하도록
저희들 매일마다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과 후원자님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때로는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도 주의 은혜로 넉넉히 이겨나가기를 중보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하는 개인, 소그룹, 교회, 사업들이 한명도 신앙의 낙오가 없이 주님 앞에 함께 아름답게 성장해가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과 저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은 재앙이 아닌 평안과 미래와 희망을 주려는 것임을 (예레미야 29:11) 믿으면서 말입니다.
여러분의 끊임없는 기도와 사랑의 후원에 감사드리며, 주안에서 드립니다.
2012년 3월 3일
여러분과 함께 아프리카와 세계를 품는,
이석로, 송재은, 진규, 현규 드립니다.
아무 준비도,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서울로 향하는 저희 가정을 두고 염려하시는 부모님들과 동료 선교사님들의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나름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니 걱정없다며 큰소리를 치고 케냐를 떠났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저희를 맞아주신 (전에 케냐에서 사역을 하시며 저희 가정과 가깝게 교제를 나누던) 목사님의 반기는 미소와 매섭게 불어대는 겨울바람이 ‘아 정말 한국에 왔구나’하는 것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인천에서 차를 타고 논현동에 있는 선교사 게스트하우스까지 가는 동안 어둠이 무색한 현란한 밤거리를 보며 아이들은 신기해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들의 한국생활은 얼떨떨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앞에서 남편도 언급을 했지만, 진규와 현규는 왜 한국으로 가는지에 대해서 나름 고민하며 질문하며 케냐를 떠나는 것을 힘들어 했습니다. 아직 어린 현규는 한국의 좋은 점과 아빠와 엄마가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는다고 하는 말을 듣고 잘 따라주었지만, 제법 사고가 깊은 사춘기에 접어드는 진규는 지금까지 자기의 인생은 모두 ‘케냐’속에 있는데, 왜 낯선 곳으로 가야하냐며, 엄마 아빠는 어떻게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냐고 따져 묻기도 하고, 너무도 익숙해진 케냐에서의 삶과 정든 친구들을 떠나야하는 아쉬움과 한국어도 서툰데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한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울기도 많이 했답니다. 막상 서울에 와서도, 신기하고 좋은 것들이 많이 있긴하지만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케냐의 친구들과 학교가 그리워서 참 힘들어 했지요. 자연과 함께 뛰놀던 아이들이 좁은 공간에서 친구도 없이 강제로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말 싫었던 모양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규는 자기를 케냐에 있는 선교사자녀들이 다니는 기숙사 학교로 보내달라고 울기도 했어요. 저 자신도 뭔가모를 답답함과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잘한 결정인가, 정말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르고 있는가 반문하기도 하였지요. 그렇게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기도할때마다 하나님께서는 너무도 분명하게 인도하심으로 응답해 주셨습니다. 한정된 지면안에 일일이 설명할 순 없지만, 저희의 사정을 알고 격려하고 위로해 주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필요한 것을 생각하며 기도할 때마다 채우시는 공급하심이, 저에게는 지금 이곳에 저희가정이 있는 것이 우연이나 우리의 생각으로 된 일이 아니라는 확신을 주었답니다.
일단 장래의 좀더 효과적인 사역을 위해 박사과정을 시작한 남편은 자료수집과 공부에 전념할 계획이고, 저는 신촌몬테소리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어린이 사역에 도움이 될 실습도 겸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기독교교육을 몬테소리방식과 어우러진 현장에 적응하려고 애쓰시는 원장님께서는 여러부분에 제가 안식년 선교사라는 점을 배려해 주시고 저를 격려해 주십니다. 저희 가정이 살게 된 상수동의 집도 원장님께서 구해주신 거랍니다. 정말 여름 옷과 책만 들어있는 가방들을 가지고 한국으로 온 저희들이, 지금 이 작고 아담한 공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채우고 따뜻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그 자체가 하나님의 예비하시고 돌보시는 은혜임을 확인하게 되는 거지요. 10년이 넘는 아프리카 생활에 뭐 그닥 삶의 형태에 대한 욕심은 없으니 지금의 환경과 생활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고등학교때 전국수련회에서 만나고 시카고 신학교시절을 함께 지냈던 친구의 가정도 저희들이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진규/현규와 비슷한 또래의 딸 둘이 있는 그 가정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재미있는 시간도 보내고 한국말도 익히고 한국생활에 마음을 열게 되었지요. 너무나 섬세하게 우리 가족을 챙기는 그들로 인해 처음 한국생활에 많은 사랑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케냐에서 알고 지내던 한 집사님은 살림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챙겨서 주시기도 하고, 하다못해 저희가 살고 있는 집을 소개해준 부동산 사장님으로부터 가스렌지며 후라이팬/냄비등을 받기도 했지요. 가는 곳마다 믿음의 사람들을 만나게 하시고 그들을 통해 위로받고 격려받게 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그 분의 뜻안에서 순종하며 한단계 더 믿음이 성장하는 한국생활이 되기를 다짐하고 기대해 봅니다. 여러분도 응원해 주세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Visit Evangelical Alliance for Preacher Training & Commission (www.eaptc.org).
Follow EAPTC on YouTube, Facebook and Twitter.
)
프린트
메일보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