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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학자료 > 논문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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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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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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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ad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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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윅의 영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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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열 교수 (침신대 선교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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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선교사는 영성(靈性)으로 시작해서 인격(人格)으로 마쳐라"는 말이 있다. 윈스톤 크롤리(Winston Crawley) 박사는 그의 저서 「세계선교」(Global Mission)에서 선교사의 자질 5가지-건강, 영성, 성숙, 융통성, 사랑-를 언급하면서 선교사역에 영성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크롤리 자신이 선교사의 경험에 비추어 선교사가 영적으로 자유로울 때 타인들을 돌볼 힘이 생긴다고 하였는데 연구자 역시 이에 동의한다. 영성이란 "신령한 품성"을 말한다. 그렇다면 선교사의 영성은 무엇을 의미할까? 대체적으로 구원의 확신, 선교사 소명, 성경에 대한 확신, 성숙한 삶, 증인의 삶, 활동적인 교회사역, 윤리적 민감성 등을 말한다. 선교사의 영성은 단편적이거나 단독적이지 않고 연합적이고 통합적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선교사 개인의 영적 경험은 현지인 지도자를 세우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것은 현지인이 초기에 성경보다는 선교사에게 직접 영향을 받는 것이 크기 때문에 현지인은 선교사의 영성을 본 대로 실천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선교사의 영성은 선교지의 영맥(靈脈)을 결정지을 수 있다.
그렇다면 초기 한국침례교 지도자들은 말콤 펜윅(Malcolm C. Fenwick, 1863-1935) 선교사의 영성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펜윅 선교사는 1889년 12월 8일에 26세의 싱글 선교사로 내한하여 45년간 한국에서 활동을 하였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한국에서 보냈다. 그는 한국을 좋아했고, 한국인으로 살았으며, 한국 땅에 뼈를 묻었다. 젊은 나이에 단신의 몸으로 한국에 건너왔기 때문에 외로움을 극복해야 했고, 선교열매를 거둬들이기 위해서는 인내가 절대적 이였다. 하지만 펜윅은 사역을 서두르지도 않았고 때에 따라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지혜로운 선교사였다. 당시 한국은 세계 최대 빈국(貧國) 중 하나였고,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워 서구인의 눈에 중국과 일본만큼 중요한 선교전략지도 아니었다. 더욱이 19세기 말 한국 선교는 순교까지 감당해야 했기에 창의적 접근지역(Creative Access Nations, CAN)과도 같은 나라여서 누구도 선뜻 이 곳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러나 펜윅은 아도니람 고든(Adoniram Gordon)의 영향을 받아 오지의 땅, 한국에 선교의 첫 발을 내 디뎠다.
펜윅은 언더우드나 아펜젤러와 같은 다른 선교사와는 달리 인적·물적 후원 없이 평생 동안 200개 교회를 개척하였고, 250명의 현지인 지도자를 세웠다. 그래서 클리포드 클락(Clifford Clark)은 펜윅을 '한국 선교의 혁신자'라 불렀다. 연구자 역시 오늘날 '노벨 선교상'이 주어진다면 펜윅이 받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펜윅이 위대한 선교유산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강력한 영성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본고(本稿)에서는 펜윅이 선교사로 파송되기 이전에 그의 영성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선교사로 파송된 이후에는 그의 영성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본 뒤, 펜윅의 영성이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여,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찾아내어 앞으로 한국침례교회가 선교사를 파송할 때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다만 지면 관계상 펜윅과 초기 내한(來韓) 선교사들과의 영성을 비교하여 각각 각 교단에 끼친 영향을 비교하는 것은 다루지 않음을 미리 밝혀 둔다.
I. 선교사 파송 전(前) 펜윅의 영성
선교사가 선교지로 파송받기 전 자신의 영성은 교회나 가정이나 멘토(mentor)를 통해 형성된다. 교회에서는 담임목회자나 성도들이나 사역을 통해서 영성이 만들어지는데 요즘 선교사가 되기 위해서 영성의 3대 원칙이 강조되기도 한다: "첫째는 교회에서 열심히 일하라. 둘째는 한 교회에서 오랫동안 봉사하라. 셋째는 담임목사와 교인들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라." 반면에 믿음 있는 가정에서 성장했을 경우 부모를 통해 영성이 형성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만난 영적 스승이 영성의 기초를 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펜윅의 경우는 어머니 바바라 라담(Barbara Ann Latham)과 청소년시절 자신의 멘토였던 멕킨토시(Donald M. McIntosh)가 펜윅의 영성을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무엇보다도 선교사로 헌신하기 전에는 구원의 확신과 선교사 소명이 분명해야 한다.
1. 구원의 확신
선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구원의 확신이다. 죄로 죽을 수밖에 없는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음으로 말미암아 값없이 죄 사함을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확신이 있어야 선교사로 헌신할 수 있다. 복음에 빚진 마음이 있어야 현지인에게 살아계신 하나님을 증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펜윅이 구원을 받아 하나님의 사람으로 쓰임 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끼친 사람은 그의 어머니 바바라 라담이었다. 바바라는 디모데의 어머니 유니게처럼 경건하고 성실하여 펜윅이 영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하는데 헌신적이었다. 1884년 펜윅이 고향을 떠나 토론토시내로 가기 전 그의 어머니 바바라는 펜윅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먼저 영접할 것을 권유하였는데 2년 간 구원의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큰 열매를 얻지 못하였다. 마침내 1886년 23살이 되던 해 펜윅은 토론토의 어느 길가 한 모퉁이에게서 구원의 기쁨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곳은 오래 전 내가 갈등하던 시절에 내 친구되시며 구세주되시는 주님께서 나를 만나 주신 곳입니다. 그분은 인자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시며 '너는 자격이 없지만, 내게는 있노라. 나는 너를 살리기 위해서 죽었단다'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 나는 구원받을 줄을 알게 되었습니다." 펜윅은 오랜 세월동안 영적으로 씨름을 하다가 길가에서 주님을 만나 구원의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
2. 선교사 소명
선교사 소명은 선교의 기초를 닦는다. 분명한 소명이 있어야 현지 언어를 습득하고 영혼구령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펜윅의 선교사 소명은 세 가지 특징이 있는데 첫째는 1차적 소명과 함께 2차적 소명이 있다는 점이다. 펜윅의 1차적 소명은 1889년 26세가 되던 해 나이아가라 사경회(Niagara Bible Conference, NBC)에서 일어났다. 당시 주강사였던 허드슨 테일러(James Hudson Taylor)의 강연을 듣고 난 후 “나이아가라 사경회에서 주님께서는 나를 멀리 있는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부르셨다”고 고백하였다. 하지만 펜윅은 헤론(J. W. Heron) 박사가 과로로 병사(病死)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복음 전하다가 감옥에 갇혀 사형을 당했다는 잘못된 소식을 듣고 주저하였는데 그해 7월 인도에서 온 로버트 윌더(Robert P. Wilder) 선교사가 내가 비록 찌그러지고 녹슨 깡통일지라도 생명을 구하는 물을 나를 수 있었다는 간증을 듣고 재 결심하였다. 이것이 바로 2차적 소명이다. 펜윅의 소명은 아브라함과 같아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끝까지 순종하였다. 아브라함의 1차적 소명은 메소보다미아에서(행 7:1-4), 2차적 소명은 하란에서 있었는데(창 11:31-12:3), 그의 아버지 데라는 1차적 소명으로 끝났지만, 아브라함은 그렇지 않았다. 펜윅 역시 아브라함처럼 2차적 소명을 받고 한국으로 떠났다.
두 번째로 펜윅의 부인도 선교사 소명이 확고하였다. 펜윅은 26세의 싱글 선교사로 내한하여 40세가 되던 해에 페니 힌즈(Fanny Hinds) 여사를 만나 결혼하였다. 펜윅의 성품과는 달리 힌즈 여사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여인이었다. 그녀는 원래 고든 목사가 시무하던 클라렌돈 침례교회의 보스톤선교사훈련학교(Boston Missionary Training School, BMTS) 출신이었으나 남감리회 선교회 소속으로 한국에 파송을 받았다. 개성에 정착하여 전도사역을 하다가 호스돈 여학교에서 초대교사로 활동을 하였다. 힌즈 여사는 펜윅과 결혼해 원산성경학교를 운영하면서 많은 여제자들을 길러내기도 하였다. 그 가운데 한 명이 전국여전도회연합회 초대 회장인 이순도 여사(1954-58)이다. 양아들로 삼았던 안대벽 목사의 부인이다. 그 정신이 오날 전국여전도회연합회를 이끌고 있다. ‘선교의 꽃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라고 하였다. 힌즈 여사는 남편 못지않게 한국 땅에서 현지인 지도자를 길러내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1+1 소명’은 오래 가지 못한다. 남편의 소명에 부인이 무임승차하여 사역하려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 펜윅 부부는 똑같이 한 소명을 가지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매진하였다.
세 번째로 펜윅의 소명은 적극형에 가깝다. 선교사 소명은 4가지로 분류된다: (1) 적극형 - 이사야(사 6:8); (2) 주저형 - 모세(출 4:10); (3) 체험형 - 바울 (행 9:15); (4) 대기만성형 - 마가 (딤후4:11). 주저형은 모세처럼 하나님의 부르심에 머뭇거리다가 인생 늦깎이로 결심하는 것이고, 체험형은 극단형이라고도 부르는데 바울처럼 하나님의 강권적인 역사로 은혜를 경험한 뒤 선교사로 결심하는 것이고, 대기만성형은 마가와 같이 처음 선교지에 가서 실패하여 포기하였다가 다시 심기일전하여 재 헌신하여 아름다운 결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적극형은 이사야 6장 8절의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처럼 적극적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것이다. 펜윅 역시 그러했다. 사실 펜윅에게 주저형도 어느 정도 보이지만 적극형에 가까운 것은 나이아가라 사경회를 통해 은혜를 받은 뒤 자신이 경영하던 철물상 도매업을 포기하고 선교사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시 성행하던 전천년주의 종말론 사상의 영향을 받아서 그러했다. “승천하신 주님의 재림이 임하였다”라는 사실이 그의 주된 관심사여서 펜윅은 주님이 재림하시기 전 하루라도 빨리 이방인에게 가서 복음을 전하고 싶어서 세상 것을 다 내려놓고 선교사로 헌신한 것이다.
II. 선교사 파송 후(後) 펜윅의 영성
선교사가 선교지에 도착하면 누구도 자신을 돌봐주거나 감독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깊은 영성에 뿌리 내리지 않으면 갈대처럼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선교사이다. 영적전쟁은 곧 선교사 자신에게서 출발한다. 주일예배, 수요예배, 새벽예배와 같은 공식예배도 없고, 담임목사가 돌봐주는 것도 아니어서 자신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하지 않는다면 선교사는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선교사는 영성관리에 힘을 쏟아야 한다. 펜윅은 한국으로 파송을 받은 후 자신의 영성으로 현지인을 훌륭하게 길러낼 수 있었고 교회도 세울 수 있었다.
1. 경건의 생활
“선교사는 경건의 생활에 목숨 걸어라”고 한다. 정규적인 예배가 없다보니 스스로 경건의 생활이 몸에 베여 있어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늘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습관을 갖거나 끊임없는 기도생활과 성령 충만으로 자신의 영성을 관리해야 한다. 펜윅은 나이아가라 사경회와 보스톤선교사훈련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영성 훈련을 받았는데, 그의 깊은 영성은 성경읽기에서 우선 확인할 수 있다. 펜윅은 나이아가라 사경회의 거장이었던 고든 목사를 통해 성경읽기[독경운동(讀經運動)]를 배웠다. 성경읽기는 원산과 공주성경학교에서 가르쳤는데, 이것을 배운 펜윅의 제자들 가운데 젊은 아낙네들은 신약성경을 30회 정도, 나이 많은 어른들은 신구약 성경을 200번에서 500번 혹은 1천 번 정도 읽는 자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당회시나 대화회 혹은 사경회로 모였던 모임에서 집회 시간이 끝나면 공동 장소에 들어가 성경읽기가 규정처럼 되어 있었다고 한다. 펜윅은 제자들을 영적인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3가지를 강조했다: “(1) 성경 많이 볼 것; (2) 성령에게 순복할 것; (3) 마귀를 대적할 것. 펜윅은 성경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성령께 의지할 것을 강조했다: ”도(道)로만 섬기면 죽을 일입니다. 성신님만으로 섬기면 미치게 될 것입니다. 마땅히 모든 주님 종은 이 둘로 합당하게 섬겨야 합니다. 도(道)가 빠지면 미치게 됩니다. 성신님이 빠지면 죽는 것입니다.” 이처럼 펜윅의 경건의 생활은 몸에 베였고, 제자들에게도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2. 성경에 대한 확신
선교사는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며 일점일획이라도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펜윅은 이 사실에 확고하였다. 펜윅이 성경에 대한 이해는 클라렌돈 침례교회의 목사였던 고든으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우리의 사랑하는 친구이자 고인이 된 고든 목사는 ‘성경의 유형은 마치 유클리드의 명제처럼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비평은 결코 성경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들려주었다.” 펜윅은 성경 고등비평가들에게 비판적이었고 문자적 성경해석을 받아들였다. 글자 한자 한자 해석에 심혈을 기울이는 문자영감설은 조잡하고 세속적인 진리의 견해를 풀기에 좋은 용어인 반면에 우화적 해석방법은 위험을 안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펜윅의 문자영감설은 자기중심적인 성경해석법을 강조하게 되었고, 성경은 스스로 해석되어질 때 가장 좋은 것이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 문자영감설을 믿었던 펜윅은 다른 내한선교사들과 침례의 번역에 큰 차이가 느껴 스스로 성경번역위원회에서 탈퇴하여 독자적인 성경번역에 착수하기도 하였다. 또한 펜윅은 성경공부를 너무 사랑하여 사경공부라는 성경공부 교재를 만들어 성경을 가르쳐 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펜윅은 제자들에게 성경을 깊이 연구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성경은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읽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펜윅은 연구는 지식의 나무를 먹는 것이며 사탄에 속한 것과 같다고 하였다. 그래서 펜윅의 제자들은 성경을 반복적으로 읽고 암송하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성도들은 단지 성경을 읽고 암송하도록 훈련받는 것이 아니라 성경공부를 활발하게 하고 나아가 성경을 비평적으로 연구하고 묵상하며 비교하도록 부름을 받은 자들이다. 책임 있는 사고를 지닌 활발한 신앙은 기독교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고 복음의 수동적인 동화는 아니라는 예기다. 하지만 펜윅은 제자들에게 성경을 열심히 읽도록 강요하였지 연구토록 강요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결정은 대한기독교회의 자질을 떨어트렸고 개화의 물결이 막 일어나는 시기에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고 역행한 아픈 흔적을 지니기도 하였다.
3. 증인의 삶
선교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술적으로 증거하여 제자를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 펜윅이 생명도 두려워하지 않고 복음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전천년주의 종말론 신앙이 가득 찼기 때문이다. 그는 증인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남의 터 위에 교회를 세우지 않으려고 오지선교(奧地宣敎)에 집중하였다. 그가 오지까지 복음을 전하려는 열정은 한국순회선교회의 원리선언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본 선교회의 주된 목적은 오지에 복음을 전파하는 것으로 이곳은 그리스도께서 특별한 분으로 인식이 잘 되어있지 않은 지역을 말한다.” 펜윅의 오지선교는 고든의 콩고 선교에 직접 영향을 받은 것인데 펜윅의 주된 선교지는 동북아시아였다. 펜윅은 한국이 오지지역인 만주와 시베리아와 몽골까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가교(架橋)라 판단하여 한국을 북방선교의 전진기지로 삼았다. 그래서 펜윅은 제자들을 북한지역의 나진, 용현, 회령으로, 간도의 종성동, 용정으로, 만주지역의 통화현과 임강현으로, 러시아지역의 연추, 해삼위, 수청지역까지 파송하였다. 펜윅은 오지선교를 잘 수행하기 위해 권서순회전도자를 길러냈다. 이들은 오지순회선교사로 세상의 학문과 지식과는 단절된 채 오로지 영혼구령에 순복한 자들이었다. 이들은 복음을 위해 죽음도 초개처럼 여기는 헌신된 자들로 어떤 고난과 역경도 이겨내는 자들이었다. 이들의 수고와 땀은 초기 대한기독교회를 튼튼하고 강하게 만드는 기둥이 되었다.
4. 윤리적·도덕적 민감성
선교사의 영성은 윤리성과 도덕성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선교사는 특히 돈과 성(性)과 명예에 자유로워야 한다. 선교사에게 늘 걸림돌이 있다면 돈이다. 하지만 펜윅은 45년간 한국에서 사역하는 동안 재정에 있어서 늘 깨끗하였다. 그는 당시 내한선교사들과는 달리 한국인들처럼 초가삼간에서 생활하면서 청렴하였고, 향년 72세의 나이로 소천 하였을 때에는 자신의 전 재산을 교단과 측근들을 위해 골고루 분배해 주었다. 그가 비록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전 자산을 현지인을 위해 내어 놓음으로 마지막 인생길에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펜윅은 40세에 결혼한 힌즈 여사와 행복한 부부로 살면서 아름다운 가정을 현지인들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그는 늘 아내를 사랑하였고, 힌즈 여사 역시 남편을 존경하며 따랐다. 펜윅이 사랑하는 아내가 주님의 품으로 먼저 갔을 때 그녀를 기억하며 읊은 글이다; “부인이여, 그대는 잠시 그늘아래 쉬고 있지만 영광으로 오실 주님 날에 이별이 없는 기쁜 상봉 기약하오니 아브라함의 품에서 평안히 거하시리이다.”
선교사는 또한 어떤 직위나 명예에도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선교사가 10년 동안 한 지역에서만 선교하면 선교사 왕국을 건설한다”는 말이 있다. 펜윅은 45년간 한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펜윅이 1906년에 대한기독교회를 창설한 이후 1915년 그의 나이 52세에 현지인 지도자 이종덕 목사에게 교단을 위임하였다. 교단을 창설한지 9년 만에 현지인에게 위임한 것이다. 누구든지 감목(총회장)은 탐나고 욕심나는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펜윅은 과감히 현지인에게 위임하였다. 당시 52세의 나이라면 훨씬 욕심을 부렸을 법 하다. 하지만 펜윅은 오랜 세월동안의 시행착오 끝에 토착인 지도자를 세워 위임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임을 깨달았다: “선교사가 토착인 크리스천을 잘 사용함으로 교회 수에 있어서 백 명의 선교사들이 이루어 내는 결과보다는 1.5배나 더 큰 성과를 거두고, 열 배도 넘는 지역을 감당할 수 있으며, 몇 배나 더 빨리 성장시킬 수 있다.” 그렇다. 펜윅의 내려놓음은 현지인들의 가슴 속에 심어졌고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III. 펜윅의 영성이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
선교사의 영성은 한 민족을 반석 위에 세우는 초석이 된다. 펜윅은 초기 한국교회의 영적각성운동을 일으키는 불씨가 되었다. 영혼을 사랑하는 그의 뜨거운 영성은 소래교회의 부흥회에서 검증되었고, 이후 하디 선교사와 함께 원산부흥운동에 깊이 관여하였으며, 교회성장과 해외선교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반면에 그의 영성은 1907년 평양장대현교회에서 열렸던 평양대부흥운동에는 별로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였는데 당시에는 선교사로부터 현지인에게 리더십이 이양되는 시기여서 선교사들은 뒤로 한 발짝 물러 서 있었기 때문이다.
1. 소래부흥회 인도
펜윅의 영성은 1897년 소래부흥회에서 처음으로 빛을 발하였다. 소래부흥회는 한국최초의 영적각성집회로서 300명이 한꺼번에 모여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자신의 죄와 허물을 회개하는 놀라운 일들이 소래교회에서 일어났다. 사경회 형식으로 진행된 소래부흥회는 한국에서 일어나 최초의 영성부흥회였다. 서너 명이 아닌 수백 명이 한 자리에 모여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하심을 맛보게 되었는데 이 집회의 인도자가 펜윅이었다. 이때 펜윅은 한국선교를 시작한지 8년째 되는 해로 현지 언어로 현지인의 가슴을 울려 퍼지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통역 없이 펜윅은 한국어로 메시지를 선포하였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서로 시기와 질투하는 마음을 버리고 하나님 앞에 정결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약 300명의 신자들이 모여서 열심히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드렸으나 무엇인가 빠져 있 는 것 같았다. 집회 12일째 되는 날, 펜윅은 한 사람을 불러서 물었다. '하나님께서 우리 모임에 역사하고 계시지 않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제 눈에는 감격하는 모습이 전혀 보 이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오직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서로 미워하는 신자 두 사람만 있으면 하나님의 역사는 중단될 수 있습니다'....... 펜윅은 '하나님께 용서 를 구하고 미워했던 그 사람에게 가서 사과하지 않겠느냐'고 권했다. 그 사람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펜윅은 그 사람이 하나님께 회개하는 동안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그 후, 그 사람은 그 길로 미워하는 두 사람을 찾아가 용서를 구하고 서로 화해했다. 다음 날 은 주일이었다. '죄 씻음'을 받은 그 신자가 회중들 앞에서 자신의 죄를 자백하자 모든 신 자들이 함께 회개하였다.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는 이 이야기를 듣고, '수 천리를 걸어서 라도 죄 때문에 그렇게 운 한국인을 만나보고 싶군요. 난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 보지 못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진정한 회개는 참된 부흥의 시작이다.
소래부흥회는 회개운동과 기도운동으로 시작되었다. 하나님의 나라 확장은 자신의 죄를 철저히 회개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임을 펜윅은 깨달았다. 모양만 신자가 아니라 성령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나는 것이다. 소래부흥회는 한국 최초의 대규모 영성부흥회였다. 이 사실을 아펜젤러뿐만 아니라 다른 내한선교사들도 알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1907년 평양장대현교회에서 열렸던 평양대부흥운동과 비교했을 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래부흥회는 한 지역에서 단 일회성으로 끝나버렸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평양대부흥운동은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는 그야말로 '운동'(movement)이었다. 소래부흥회가 지속적이지 못하고 한번으로만 끝나서 아쉽기는 하지만 이 집회를 통해 펜윅은 성령의 사람으로 성숙해 지는 기회가 되었다.
2. 원산부흥운동의 확산
펜윅의 영성은 원산부흥운동(1903-1906년)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데도 큰 영향을 끼쳤다. 사실 원산부흥운동은 선교사의 영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펜윅이 원산 본부에서 사역을 하고 있을 때 절친한 친구로 자기 집 한 작은방에서 의료선교를 시작했던 하디(Robert A. Hardie) 선교사가 1903년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열렸던 선교사 기도모임에서 지금까지 자문화우월주의(自文化優越主義)에 빠져 현지인들을 무시하고 비판했던 자신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회개하고 이 모든 것이 선교사로서 영성이 부족하였음을 시인하자 성령의 놀라운 은혜를 체험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말씀의 역사가 일어나지가 않아서 늘 괴로웠고, 그 탓을 현지인에게 돌렸지만 자신의 영성을 회복한 이후부터는 가는 곳곳마다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였다. 이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보며 하디를 격려하고 영적각성운동을 전국 방방곡곡으로 확산시키는데 함께 협력한 사람이 펜윅이었다.
1903년 청전장로교회에서 원산사경회가 열렸을 때 주강사는 스칸디나비아 선교회 소속의 프란손(Franson) 선교사였다. 이때 펜윅은 오랜 인고(忍苦)의 세월 끝에 최초의 현지인 지도자 신명균을 길러내 공주성경학교 원장으로 파송하여 사역의 재미를 맛보고 있을 때였다. 그는 사역이 막 일어나고 있을 무렵 자신만 돌보지 않고 교단을 뛰어넘어 원산부흥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였다: "일주일 동안 매일 저녁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가 교파를 초월해 연합으로 창전 예배당에서 모여 가진 프란손 집회는 기왕 하디로 인해 촉발된 원산의 영적 각성을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펜윅은 이듬해인 1904년에도 장로교와 감리교와 함께 원산사경회에 적극적이었음을 업아력(A. F. Robb) 선교사가 보고하였다: “翌年[1904] 春 正月에 右三派 敎會[장로교, 감리교, 침례교]가 聯合査經 中 長老會 宣敎師 鄴亞力이 特恩을 밧아 多日間 禁食 痛悔하며 街路上에서도 懇求不絶함으로 信者 等은 誹笑하고 不信者등은 醉酒者라 指稱하엿나니라.” 1906년 원산사경회에서는 펜윅이 "그리스도의 재림"(The Second Coming of Christ)이라는 특강으로 전천년주의 종말론 신앙을 강조하며 주님 오실 날이 멀지 않았기에 어서 속히 이방인에게 복음 전하러 갈 것을 촉구하여 큰 호응을 받기도 하였다.
3. 교회성장
펜윅의 영성은 초기 한국교회의 성장에도 일조를 하였다. 펜윅이 한국선교사로 활동할 당시 다른 내한선교사들은 본국으로부터 인적·물적 후원을 등에 업고 사역을 하였기에 수월하였지만 펜윅은 그렇지 못하였다. 단신의 몸으로 교회를 세우다 보니 오랜 인내의 세월이 필요했고 무엇보다도 기적 같은 하나님의 은혜가 절실하였다. 그런 펜윅이 한국에 들어온 지 17년의 세월이 지나고, 원산부흥운동이 막을 내릴 무렵인 1906년에 31개의 교회를 세웠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펜윅은 31개의 교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교단 창설의 필요성을 느껴 1906년에 대한기독교회(The Church of Christ in Corea)를 창립하여 영혼구령, 복음전파, 교회개척에 주력하였다. 이후 1911년에는 162개 교회로 늘어났고, 1935년 그가 하나님의 품으로 갈 당시에는 200개 교회로 성장하였다. 초기 한국교회가 원산부흥운동이나 평양대부흥운동이나 백만인구령운동으로 자연스럽게 교회성장이 이루어질 때 펜윅도 함께 승선하였다.
하지만 펜윅의 교회성장은 장로교의 언더우드 선교사와는 사뭇 달랐다. 펜윅과 언더우드는 둘 다 20대 중반에 선교사로 헌신하였기에 열정은 있지만 지혜가 부족하여 영적 멘토가 필요하였다. 펜윅보다 4년 일찍 한국으로 입국한 언더우드는 당시 중국에서 탁월한 선교사역을 하던 네비우스(John Nevius)를 한국으로 초청해 그의 선교정책을 한국장로교선교정책으로 받아들였다. 언더우드는 네비우스의 여러 정책가운데 '3자 원리'라는 자립(自立), 자치(自治), 자전(自傳)의 선교원리를 초기 한국장로교회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반면 펜윅은 나이아가라 사경회 때 자신을 선교사로 헌신케 한 허드슨 테일러의 영향을 받아 현지인의 자립보다는 오히려 영혼구령에 집중을 둔 오지선교와 순회선교에 주력하였다. 따라서 연구자는 총신대학교의 김성태 교수가 펜윅도 네비우스의 3자원리 정책을 수용하였다는 것을 동의하지 않는다. 초기 한국교회가 형성될 때 장로교회는 자립에, 침례교회는 영혼구령에 집중하며 각각 다르게 성장하였다.
4. 해외선교 활성화
펜윅의 영성이 가장 탁월하게 빛을 본 것이라 하면 해외선교이다. 그는 전천년주의 종말론 신앙에 사로잡혀 복음을 듣지 못하는 이방인들에게 말씀 전하는 것이 그의 선교목표였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해외선교는 활성화되었다. 마침내 1906년 10월 강경교회에서 대한기독교회를 창설하자마자 펜윅은 한태영을 간도(북만주)에 파송하였다. 한태영은 한국교회 최초의 해외선교사였다. 일반적으로 한국최초의 선교사로 평양장대현교회에서 1908년 1월 11일 제주도로 파송 받은 이기풍 목사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아니다. 이기풍 목사는 국내인 제주도로 파송 받은 것이고 시기 또한 한태영보다 1년 이상이나 늦다. 이처럼 펜윅은 한태영을 간도로 파송한 이후 수많은 그의 제자들을 중국, 만주, 시베리아, 몽골까지 파송하였다. 펜윅의 선교전략지는 바로 동북아시아였다. 한국을 전진기지로 삼아 북방선교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 그의 비전임을 자서전에서 술회하고 있다:
아마 선교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더욱 흥미로운 일은 한국의 '북쪽 끝'인 국경지역 에서의 사역에 대한 결과일 것이다. 이곳은 두만강 넘어 광활한 중국 대륙이 시작되는 곳 이며, 러시아가 그들의 땅을 둘러싸고 있는 지역 밖의 대양으로 진출하려는 억제할 수 없 는 열망으로 국경을 확장시켜 온 곳이기도 했다. 이곳의 사역은 주변 상황과 하나님께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하신 도구들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침례교회는 선교하는 사람들이다"라고 하지 않던가! 펜윅 역시 그러했다. 그는 동북아시아 선교에 뜨거운 가슴과 희생의 정신을 지닌 전도자를 발굴하여 파송하였다. 도시지역보다는 산골짜기로 보냈고, 학문과 지식을 소유한 자보다는 복음을 위하여 순교하는 것을 조금도 두렵지 않은 자들을 선호하였다. 그 한 예가 시베리아 선교에 순교한 4인이다. 1918년 펜윅은 박노기, 김희서, 전영태, 최응선을 시베리아 선교사로 파송하였다. 이들은 시베리아 선교를 위해 수청, 연추 지방을 향해 항해하던 중 10월 20일 포세트(Poset) 해(海)의 모카우 지점에서 갑작스런 돌풍을 만나 선박이 침몰하여 순교하였다. 박성래 감로는 4인의 순교가 그 지역에 소개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네 분 전도가 살아서 전도했을지라도 이처럼 많은 교인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펜윅은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희망의 길, 구원의 길로 만드는 자였다.
IV. 펜윅의 영성에 대한 평가
펜윅의 영성은 '누룩'과도 같았다. 자신만을 위한 영성이 아니라 제자들과 한국교회까지 강한 바이러스로 퍼져나갔다. 45년간 한국선교사로 살면서 그가 보여주었던 영성가운데 긍정적인 면을 찾아 평가하고, 또한 부족한 면을 찾아내어 펜윅선교 120주년을 맞이하여 앞으로 한국침례교회가 어떤 선교사를 훈련하여 파송해야 할 것인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1. 긍정적인 면
펜윅의 영성은 '가르치는 것'(teaching)보다 '보여주는 것'(showing)으로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현지인을 제자로 삼기가 어렵다. 그래서 "선교사는 가르치는 선생(teacher)이 되지 말고 멘토(mentor)가 되어라"는 말이 있다. 선교사는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 펜윅이 소래에 머물 때 일이다. 그가 채소밭을 일굴 때 윗도리를 벗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소래사람들을 당황케 만들었다. 당시 서양의 양반 계층은 허드렛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펜윅 선교사가 손수 일하는 모습이 저들에게 큰 감동을 준 것이다. 이 때 펜윅의 영성에 도전을 받아 일평생동안 함께 한 사람이 바로 안씨(안대벽)와 그의 부인 이순도 여사였다. 예수 그리스도처럼 '섬기는'(serving) 펜윅을 보고 이들은 반해버렸다. 훗날 안씨는 목사안수를 받아 펜윅이 소천한 후 한국침례교단에서 총회장을 5번이나 역임하였고, 이순도 여사는 전국여전도회 연합회 초대회장을 맡아 펜윅의 정신을 후대에 계승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마태복음 28장 19절-20절에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침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고 하였다.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키게 하는 것'이다. 펜윅은 삶으로 보여주는 영성이 가장 능력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펜윅은 또한 자신의 영성을 꽃피우기위해 인내하는 사람이었다. 선교사는 "한 선교지에서 10년은 지나야 뱃속에서 나온 제자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한다. 펜윅이 그러했다. 26살의 젊은 나이에 한국에 와서 13년이 지난 1903년에 토착화 지도자인 신명균을 길러내 공주성경학교 원장으로 파송하였다. 펜윅이 자문화우월주의를 버리는데 무려 13년의 세월이 걸렸다. 오랜 세월의 실패 끝에 펜윅은 현지인 지도자를 길러내는 것이 최상의 방법임을 깨달았다: "동양인에게는 서양인이 아닌 동양인의 방법이 어울린다. 이것은 마치 잘 익은 과일에서 아름다운 꽃을 따버리지 않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제 영적인 아버지 되었으니 얼마나 행복했을까?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왔던 다른 내한선교사들은 한창 선교의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자신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하나님은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때에 따라 주시는데 펜윅의 경우는 후자였다. 그는 참고 인내하는 데는 달인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배워할 자세가 바로 인내이다.
2. 부정적인 면
펜윅의 영성이 지나칠 정도로 영혼구령에만 치우친 것이 아쉽다. 요즘 용어로 말하자면 전통적인 선교개념인 '선교=복음전파'라는 공식을 끝까지 고수한 선교사였다. 지독할 정도로 고집이 센 사람이었다. 19세기 말 한국사회가 개화의 물결로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확대되고, 성(性) 차별이 사라지고, 첩 제도가 없어지며, 어린나이에 결혼하는 풍습도 사라졌다. YMCA에서 실시한 산업교육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성차별 없이 인쇄업, 목수업, 철공업, 구두수선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 결과 기술 및 직업교육은 한국 사람들에게 "산업의 긍지, 돈과 시간의 가치, 경제발달의 필요성"이라는 건전한 개념을 갖게 하였다. 더욱이 초기 한국교회는 기술교육을 확대시킴으로서 담배, 음주, 아편과 같은 사회악을 뿌리 뽑는데도 큰 일조를 했다. 이처럼 초기 한국교회는 사회를 정화시키고 성장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펜윅은 달랐다. 전천년주의 종말론 신앙이 그로 하여금 더욱 폐쇄적으로 만들어 사회와 등을 돌렸다. 19세기부터 일기 시작한 개화의 물결에 펜윅이 영혼구령에만 집착하지 않고 사회봉사에도 참여했더라면 그의 선교열매는 기대이상의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펜윅의 영성이 또한 민족을 이끄는 영적 지도자를 낳지 못한 것이 아쉽다. 펜윅이 52세의 나이에 현지인 지도자 이종덕에게 대한기독교회를 위임한 것은 대단하였다. 그 이후 전치규, 김영관, 이종근, 노재천과 같은 걸출한 인물들도 배출하였다. 이들이 대한기독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교단을 넘어서서 장로교와 감리교와 연합하여 민족을 이끌어 가는 인재들로 배출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장로교의 경우 길선주, 김익두, 이성봉과 같은 인재들이 나와 한국교계를 이끌어갔다. 펜윅이 이종덕 감목을 배출하였듯이 언더우드와 이길함 선교사가 길선주 목사를 배출하였다. 펜윅은 허드슨 테일러의 영향으로 머리로 일하지 않고 가슴으로 섬기며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사람을 선호했다. 하지만 언더우드와 이길함 선교사는 네비우스의 영향으로 가르치기를 좋아하고 현지인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 자치, 자전할 수 있는 현지인을 좋아했다. 펜윅이 선교대상자를 하류층에만 국한하지 말고 중상류층까지 확대하여 민족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인재들을 배출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가는 말
선교사의 영성은 현지인 지도자를 세우는데 초석이 된다. 현지인은 선교사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선교사가 보여 준대로 따라한다. 펜윅의 영성이 현지인들에게 보여준 것이 무엇일까? 그는 눈에 보이는 유형의 유산, 즉 학교라든가, 병원이라든가, 선교센터 같은 건물을 유산으로 남기지 않고 무형의 유산을 물려주었다. 순교정신, 복음에 대한 열정, 청빈한 삶,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을 펜윅이 후대에 물려주었다. 선교사가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선교 정신(spirit)을 물려준 것이다. 펜윅의 영성은 새찬송가 323장의 "아골골짝 빈들에도 복음들고 가오리다 소돔같은 거리에도 사랑안고 찾아가서 종의몸에 지닌것도 아낌없이 드리리다"의 가사를 몸소 실천하였다. 펜윅의 영성은 현지인들로 하여금 '신앙의 자립'을 하도록 훈련시키는 일에는 탁월하였다. 원산이나 공주성경학교를 통해 배출된 제자들은 쪽복음을 들고 순교도 두려워하지 않고 만주로, 시베리아로, 몽골까지 가서 복음 전하는데 헌신적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펜윅의 영성은 '신앙의 자립' 뿐만 아니라 '재정의 자립'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그가 단신의 몸으로 내한하여 45년간 자립하는 일에는 누구보다도 탁월하였다. 원산농장을 경영하면서 이곳에서 거둬들인 수입은 선교비로 충당되었다. 250명의 제자들을 후원하는 경비가 이곳에서 나왔다. 펜윅 스스로가 초가삼간의 조그마한 한옥에 살면서 어머니 같은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제자들을 보살폈다. 펜윅 제자들은 삶으로 펜윅의 영성을 몸소 체험하였다. 예를 들어 펜윅이 신명균에게 집수리 하라고 50달러를 장만해 주었는데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전도자들을 파송하는데 사용했던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목사님[말콤 펜윅], 주변의 많은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모른 채 죽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도무지 그 돈을 나를 위해 쓸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당시 50달러는 큰돈이여서 얼마든지 이 돈을 가지고 자신을 위해 쓸 수도 있었지만 신명균은 그렇지 않았다. 펜윅이 삶으로 보여준 대로 따라했던 것이다
2009년은 말콤 펜윅 선교 12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이다. 펜윅의 영성은 '신앙의 자립' 뿐만 아니라 '재정의 자립'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보여 주었다. 우리 침례교 선교사들 가운데 이런 자들이 배출되었으면 한다. 펜윅 같은 영성을 본받는 일꾼들이 나오길 바란다. 펜윅 선교사의 이미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희망의 길로 바꾼 자'라고 표현하고 싶다. 왜냐하면 펜윅의 삶이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이나 인도처럼 선교전략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펜윅은 한국을 택했다. 그리고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혼돈한 땅 조선에 와서 희망의 땅으로 바꾸는데 그의 영성이 좋은 거름이 되었다. 바라기는 앞으로 펜윅의 영성을 물려받은 한국침례교회의 선교사들이 수없이 배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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