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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학자료 > 논문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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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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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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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ad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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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빙글리의 선교사상에 대한 선교학적 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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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열 교수 (침신대 선교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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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빙글리의 선교사상에 대한 선교학적 평가
A Missiological Appraisal on Huldreich Zwingli’s Mission Thought
안 희 열 교수 (침신대 선교학)
문제 제기
츠빙글리(Huldreich Zwingli, 1484-1531)의 교회개혁이 일어난 지 500주년을 얼마 앞두고 그를 회상코자 하는 이유는 그가 종교적 난투극이 난무하던 시기에 로마 가톨릭 교회를 대항하여 싸운 종교 개혁가이거나 제네바의 유명한 설교자여서가 아니라 츠빙글리의 개혁 가운데 과연 선교적 정신이 묻어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츠빙글리의 개혁은 1519년 독일어가 널리 통용되던 스위스 동부에서 시작되었다.
대체적으로 학자들은 종교 개혁가들에게는 선교정신이 없다고 단정해 왔다. 현대 선교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구스타프 바르넥(Gustav Barneck)은 종교 개혁가들에게는 선교활동이 없었고 현대 선교개념 조차도 없는 자들이라고 혹평하였다. 또한 예일 대학교의 역사학자인 라토렛(Kenneth S. Latourette)도 바르넥과 비슷한 견해를 제시하였다. 라토렛은 그의 저서 ｢기독교 확장사｣(A History of the Expansion of Christianity)를 통해 개신교 개혁가들은 선교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중요하게 생각지도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요즈음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에 선교 사상이 담겨져 있다고 반론을 제시하는 학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일이다. 함브릭스토웨(Charles Hambrick-Stowe)는 츠빙글리가 위대한 신학적 전통을 고수하기위해 로마 가톨릭교회와 대항하였을 뿐만 아니라 영적 암흑시기에 복음을 땅 끝까지 확장시키려는 그의 확고한 증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츠빙글리의 목회생활과 종교개혁에서 오늘날 강조되는 선교개념이 있는지를 연구하고 또한 그의 신학에서 선교적 요소의 여부를 찾아내고 평가하려고 한다. 1장에서는 츠빙글리의 삶과 목회활동에 선교 중심적 의지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2장에서는 츠빙글리가 취리히에서 시작한 종교개혁에 선교사상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면 어떤 선교 개념인지를 연구할 것이며, 3장에서는 츠빙글리의 구원론, 예정론, 성서론을 선교신학적인 관점에서 비평해 보려고 한다.
I. 츠빙글리의 목회에 나타난 선교사상
츠빙글리는 어릴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성인이 되었을 때 무엇보다도 설교에 두각을 나타내어 그의 삶이 순탄하게 걸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츠빙글리는 자신의 상황에 머물지 않고 교회의 부패한 모습을 보고 교회 갱신에 발을 내 딛게 되었는데 그로 하여금 개혁에 동참하도록 큰 영향을 끼친 자가 인본주의자인 에라스무스였다. 이 당시 에라스무스의 인본주의사상은 학식이 풍부한 사제들 사이에 널리 퍼져나갔고 루터의 설교와 모범 또한 이들로 하여금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스위스의 바젤이나 베른이던 어느 곳에 있든지 인본주의 사제들은 개신교 개혁자들이 되었는데 취리히는 스위스 개혁의 중심이었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자가 바로 츠빙글리였다.
1. 출생과 가족
츠빙글리는 루터의 출생이 있은 지 7주가 되던 1484년 1월 1일에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훌트라이히(Huldreich)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지만 울리히(Ulrich)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고, 열 자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빌트하우스(Wildhaus)의 농촌 마을에서 집행관이어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고 조부는 소규모 장사꾼이었다.
부모의 혈족 가운데 성직자가 몇 명 배출되는데 아버지의 형제 중에서 바들로메는 베센(Wessen)의 교구 목사로 활동하였다. 어머니의 첫 번째 결혼은 토겐베리(Toggenbury) 베네딕트 수도원장의 친척과 이루어져서 츠빙글리의 형제들이 교회의 전통적인 질서 속에서 성장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츠빙글리의 형제 중에 동생 두 명이 사제가 되었는데 야곱은 베네딕트인이 되어 비엔나에서 연구하다고 1517년 초에 죽었고, 안드레 역시 목회활동을 하다가 글라루스(Glarus)의 전염병으로 인해 1520년에 주님의 품으로 돌아갔다. 여동생 두 명은 수녀가 되었고 나머지 형제들은 농사꾼으로 삶을 보냈다.
2. 학창 시기
츠빙글리의 아버지는 그의 아들에게 최상의 교육환경을 제공하였다. 츠빙글리는 이미 5세 때 베센의 목사인 삼촌 바들로메에게 보내어져 라틴어를 배움으로 학문에 대한 열의를 갖게 되었다. 10세 때에는 삼촌이 츠빙글리를 바젤에 있던 젊고 유능한 빈쯜리(Gregory Bünzli)에게 보내 문법, 논리, 수사학을 배우게 하였다. 바젤은 곧 에라스무스와 크리스천 인본주의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 곳이기도 하였다. 츠빙글리는 12세 때에 베른에 있는 유명한 인본주의자인 뵐플린(Heinrich Wölflin) 밑에서 교육을 받도록 보내졌는데 이것은 빈쯜리가 츠빙글리의 우수한 음악능력을 발견하면서 부터였다. 뵐플린은 음악에 헌신한 자이고 유능한 작곡가였기에 음악에 재능이 있는 츠빙글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츠빙글리는 뵐플린 밑에서 뛰어난 음악가로서 급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츠빙글리의 음악 재능은 그의 인생에 처음으로 위기를 맞게 하였다. 도미니칸 수도사들은 츠빙글리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그에게 수습기간 동안만 베른의 수도원에 들어와서 봉사 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츠빙글리는 이들의 제의를 수락하고 들어갈 것을 약속하였지만 그의 방문은 부모님에 의해 무산되어 버렸다. 그 이유는 츠빙글리가 수도 기간을 갖기에 너무 어려 서였기 때문이었다.
츠빙글리는 14세 때에 비엔나로 보내져 대학공부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츠빙글리의 이름은 1498년과 1500년에 대학 등록부에 두 번 등록된 것으로 발견되었다. 츠빙글리의 등록이 삭제된 것은 누군가가 여백 난에 삭제라고 기록하였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정치적 논쟁에 휘말린 스위스 정부가 화가 나서 그럴 수도 있겠고 아니면 츠빙글리의 경쟁자들이 불법적으로 그의 이름을 삭제할 가능성도 있다. 여하튼 츠빙글리는 비엔나에 4년간 머물려 학업에 열중하였고 그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 교수이자 독일 최고의 인본주의자인 켈티스(Conrad Celtis)를 만나 배우는 것이었다. 켈티스는 1487년에 계관시인(桂冠詩人)이 된 최초의 독일인이었는데 그는 1497년에 비엔나에 와서 잠시 동안이나마 대학을 음악 이론과 실제로 개혁의 시범 중심지가 되게 하였다. 켈티스의 개혁은 송시(訟詩)를 위한 음악을 작곡하는 것이었고 이것은 음악 인본주의를 이루는 첫 단계였다. 츠빙글리는 베른의 도미니칸 수도원에서 경험한 것 보다는 비엔나에 머물면서 음악 훈련을 받은 것이 그의 음악 발전을 더 증진시켰다. 또한 그는 시간이 허락하는 데로 노래를 부르며 바이올린을 연주하였고 그의 이러한 음악 실제는 늘 음악 이론과 함께 하였다.
츠빙글리는 1502년에 바젤로 돌아와 1504년에 문학사를, 2년 후에는 석사학위를 받았다. 바젤에서 츠빙글리의 인생에 마지막으로 영향을 끼친 자는 뷔텐바흐(Thoms Wyttenbach)였다. 뷔텐바흐는 ‘고대’라고 불리는 via antiqua의 철학 사상을 강조하였고 그의 가르침은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의 작품과 스코터스(Duns Scoutus)의 주석에 기초하였다. ‘고대’(via antiqua)사상은 종교개혁 직전까지 영향을 끼치던 철학적 신학적 조류로서 츠빙글리에게 영향을 주었고 이는 눈에 보이는 물질을 경시여기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 츠빙글리의 ‘고대’(via antiqua)사상은 훗날 그의 종교개혁에 큰 영향을 끼치는 밑거름이 되었다.
3. 초기 목회생활
츠빙글리는 22세의 나이에 안수를 받고 글라루스(Glarus)에서 처음으로 교구목사(敎區牧師)가 되었다. 그는 1506년부터 1516년까지 10년간 이곳에 머물면서 교구를 관리하면서 헬라어 공부를 지속적으로 하였고 어린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학교의 두 가지 주요 과목은 라틴어와 음악이었다. 츠빙글리는 학교에서 공휴일 날 학생들을 위해 류트와 트럼펫을 연주하곤 하였는데 이따금씩 소란스러운 아이들을 조용하게 만들기 위해 류트를 연주하기도 하였다. 글라루스에서 츠빙글리가 이루었던 가장 큰 업적은 그의 문학 활동일 것이다. 츠빙글리는 1510년에 ｢소에 관한 시적 우화｣(The Poetic Fable About Ox)를 발행하여 사악한 정치인들을 동물로 비유하여 경종을 울렸고, 그 이후 1515년과 1516년에는 “라비린토스(미궁)”(The Labyrinth)란 정치적인 시(詩)를 발표하여 이전보다 더 강렬하게 사악한 세상의 권력자들을 동물에 비유하여 회개할 것을 촉구하였다.
츠빙글리는 1512년과 1515년에 두 차례 종군목사(從軍牧師)의 자격으로 자기 지역의 용병들과 함께 이탈리아 전투에 참가하였다. 첫 번째 전쟁에서는 승리하였지만 젊은 목사는 자기 교구민들이 피정복지를 약탈하는 것을 목격하였고, 두 번째 전쟁에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 전쟁에서 패배한 자들의 아픔을 직접 체험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츠빙글리는 스위스의 가장 큰 죄악가운데 하나는 용병제도이며 이것은 사회의 도덕성을 파괴시킨다고 확신하였다. 츠빙글리는 글라루스에서 교회의 많은 악용을 비난하였을 뿐만 아니라 용병제도의 부패상을 세상에 폭로함으로서 스위스 정치에 대해 유능한 해설자가 되기도 하였다.
츠빙글리의 두 번째 목회는 아인지델른(Einsiedeln)에서 시작되었다. 1516년부터 1518년까지 그가 취리히 목사로 청빙 받을 때까지 2년 동안 이곳에서 머물렀다. 아인지델른은 당시 순례자들에게 특별한 신성지(神聖地)로 여겨졌는데 그 이유는 성모마리아의 흑상(黑像)이 있는 성지였기 때문이었다. 츠빙글리가 아인지델른으로 전직(轉職)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아인지델른으로 온 수많은 독일인들에게 살아있는 복음을 선포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케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레히베르그의 코나드(Conard of Rechberg)라는 교회의 수도원장이 나이가 많아 개혁을 할 수 없게 되자 츠빙글리가 와서 교회를 개혁시켜 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츠빙글리는 아인지델른으로 온 순례자들에게 마리아상이 스스로 숭배되어서는 안 되며 오직 그리스도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음을 선포하였다. 수천 명의 순례자들은 츠빙글리를 통해 기쁨의 말씀을 받게 되었고 이후 이들은 새로 발견한 복음의 메시지를 자기 고향으로 지니고 돌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톰슨(Bard Thompson)은 츠빙글리가 복음적인 신학자(evangelical theologian)의 삶이 시작된 곳은 아인지델른이라고 주장하였다. 츠빙글리의 메시지는 성경에 기초를 두었고 그리스도와 교제가 없던 이들에게 신앙을 일깨워주었을 뿐만 아니라 죄 용서의 기쁨도 알려 주었다.
그런데 츠빙글리로 하여금 복음적인 설교자로 설 수 있도록 도와준 최초의 인물은 당시 가장 유명한 인본주의자인 에라스무스였다. 에라스무스의 신약성경은 1516년에 발행되었는데 츠빙글리는 특히 바울서신에 큰 영향을 받았다. 바로 이 책이 츠빙글리로 하여금 중세시대에 어떤 가톨릭 사제보다 더욱 복음적인 인본주의자로서 복음을 선포하게 하는데 기여하였다.
4. 평가
츠빙글리의 삶과 목회 자체가 선교적이라 볼 수 있다. 그가 부패한 교회를 회복시키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교회를 갱신해야 할 것임을 깨달았다. 그로 하여금 교회를 개혁시키는 일에 영향력을 미친 자는 여러 명이었는데 전반기에는 빈쯜리, 뵐플린, 켈티스, 뷔텐바흐였다. 이들은 각자 언어 교육과 음악 훈련 그리고 철학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교회갱신의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 이 가운데 특별히 뷔텐바흐의 철학사상은 츠빙글리로 하여금 가톨릭교회의 예배형식이 잘못되었음을 발견케 하고 개혁의 고삐에 박차를 가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그의 첫 목회는 선교정신으로 무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글라루스에서 어린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설립하여 라틴어와 음악을 가르치며 교육선교에 앞장섰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그는 스위스 용병제도의 윤리적 부패상을 직접 경험하고 난 이후부터 교회의 영적 각성에 목회의 중점을 두도록 츠빙글리의 목회 패러다임을 구축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츠빙글리가 선교적인 목사였다는 사실은 그의 두 번째 목회지인 아인지델른에서 확연히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서 츠빙글리는 순례하려 온 자들의 잘못된 구원관에 대항하여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세주임을 선포하여 이들에게 회개를 촉구하였고 이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도록 하였다. 이처럼 츠빙글리는 당시 로마 가톨릭 교회의 사제들과는 달리 그의 가슴속에서는 영혼을 사랑하며 하나님 말씀으로 구원코자 하는 불타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이 젊은 목회자의 열정적이고 복음이 살아 있는 설교는 점차 스위스 전역에 알려졌고 그의 영성 회복은 취리히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II.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에 나타난 선교개념
츠빙글리에게 선교사상이 있느냐 하는 것은 그의 종교개혁에 있어서 선교적 성격에 대한 거론부터 시작된다. 이에 대해 츠빙글리의 취리히 목회(1519년-1522년)서부터 1차 변론(1523년 1월 29일), 2차 변론(1523년10월 26일-28일). 3차 변론(1525년 1월 17일)에서 오늘날 선교적 개념이 있는 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자는 츠빙글리에게 열방을 품고 밖으로 나가는 선교는 없다 할지라도 교회의 회복을 이루고자 하는 그의 종교개혁에서 세 가지의 선교개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제시하고자 한다.
1. E-0 선교
사무엘 즈웨머(Samuel M. Zwemer)는 ｢현대 신학지｣(Theology Today)에 기고한 그의 글에서 루터, 츠빙글리, 멜란히톤, 칼빈과 같은 종교 개혁가들에게는 선교 사상이나 선교 활동도 보이지 않았다는 종교 개혁가들의 선교 무의식론(無意識論)을 비판하였다. 그의 논리는 데이비드 보쉬(David Bosch)의 견해처럼 종교 개혁가들은 당시 교회의 영적 타락을 인지하고 교회를 바로잡고 생명력 있는 교회를 만들고자 하는 개혁이 우선순위가 되었기 때문에 직접 선교는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견해와 비슷하다. 하지만 즈웨머처럼 츠빙글리에게 선교사상이 없다고 일방적으로 단정을 내린다는 것은 지나친 판단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선교라는 것은 교회의 내적 갱신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맥가브란(Donald McGavran) 박사는 그의 저서 ｢교회 성장의 이해｣(Understanding Church Growth)에서 교회성장의 4가지 유형을 언급하면서 교회의 내적 성장(internal growth)을 통한 선교를 E-0이라 표현하였다. 오늘날 미전도 종족을 향한 선교 개념인 다른 언어와 다른 문화권까지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자의 영적 갱신이 시작할 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츠빙글리는 취리히 교회에 부임하자마자 교회의 영적 각성과 부흥에 중점을 두었다. 그가 교회의 잘못된 점을 시정하고 영성 회복에 포커스를 두게 된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사순절 단식(lenten fast)에 소시지를 먹는 사건을 들 수 있겠다. 이것이 로마 가톨릭 교회와 갈등의 불씨가 되자 츠빙글리는 1522년 3월 29일에 자신이 설교한 “음식의 선택과 자유에 관하여”(On the Choice and Freedom of Food)라는 자신의 메시지를 인쇄하고 난 뒤 배포하여 교회가 과거의 잘못된 전통에서 바르게 회복해야 할 것임을 피력하였다. 취리히 주 정부에서는 신약성경이 금식에 대한 명령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만 이것은 좋은 의식이기에 행함이 좋으리라는 타협적 판결을 내림으로서 츠빙글리로 하여금 개혁의 길을 활짝 열어 주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츠빙글리는 1523년 1월 29일에 있던 1차 변론에서 67개 조항을 준비했는데 복음의 권위는 교회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원은 믿음을 통하여 얻을 수 있음을 확인하고 미사의 희생적 성격, 선행의 구속적 효과, 연옥의 실재 등을 부인하였다. 츠빙글리가 개혁을 시도하는 주요 목적은 성경적 신앙과 실제(biblical faith and practice)를 복원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츠빙글리는 성경이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어떠한 관습도 용납하지 않았다. 예를 들자면 교회에서 오르간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였는데 이러한 악기는 성경에 나타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어린 시절에 뵐플린과 켈티스를 통해 당대 최고의 음악을 훈련받은 실력 있는 음악가이기도 하였다. 또한 성찬식 때 2종(빵과 포도주)이 신자들에게 주어졌고, 또한 사제들이나 수녀들의 결혼을 허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교회 갱신은 취리히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본 연구자는 선교는 교회의 내적 갱신(E-0)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츠빙글리의 선교개념이 바로 교회의 갱신과 부흥이었다.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영적 회복이 일어나지 않고는 선교는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근대 개신교 선교 운동은 윌리암 캐리가 당시 하나님의 주권만을 강조하고 인간의 책임성을 무시해 버리는 일부 극단주의적 칼빈주의자들에게 하나님의 선교는 선택받은 백성들의 의무로 여겨질 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교회의 영적 갱신이 일어나도록 도전을 불러 일으켰을 때에 비로소 시작되었다. 이러한 영적 각성이 한국 교회에 휘몰아치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 우리에게 마지막 영적 부담감으로 남아있는 10/40 창문지역을 복음화하기 위해선 한국 교회가 우선 내적으로 다시 한 번 갱신되어져야 한다. 교회의 내적 갱신은 선교의 도화선이 되기 때문이다.
2. 구심적(centripetal) 선교
선교의 기초는 항상 성경이 되어야 한다. 성경이 없는 선교는 무용지물이며 가능하지도 않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선교에 대해서 성경과는 위배되는 잘못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선교라고 하면 신약의 선교방법론인 “가서 전하는 선교”(go and preach), 즉 원심적(centrifugal) 선교만이 가장 바람직한 선교임을 믿고 있다. 물론 선교 패러다임이 구약에서 신약으로 넘어 가면서 오늘날 원심적 선교가 강조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구약의 선교방법론인 “와서 듣는 선교”(come and hear), 즉 구심적(centripetal) 선교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구심적 선교란 세상 밖에서 교회로 들어오는 선교를 말한다. 이 선교방법은 구약시대의 이방인들이 하나님의 존전(尊前)에 나와 그의 위엄하시고 능력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의 허물과 죄를 발견하고 그분을 통하여 용서함을 받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츠빙글리가 시도한 신앙개혁에서 바로 구심적 선교개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교회의 부패한 모습을 보고 취리히인들에게 교회로 들어와서 복음을 듣고 회개할 것을 촉구하였다. 그의 개혁은 바로 말씀에서 시작되었다. 십자가의 도가 미련한 자들에게는 어리석은 것이나 하나님의 자녀들에게는 능력이 있음을 강단에서 선포한 것이었다. 그는 1519년 1월 1일 취리히 교회에 목사로 청빙을 받자마자 하나님의 능력 있는 메시지로 신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의 제자이며 계승자인 불링거(Heinrich Bullinger)는 잊을 수 없는 츠빙글리의 취임 설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그는 하나님 아버지를 찬양하였고, 신자들에게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만을 구세 주로 의지할 것을 가르쳤다. 그는 모든 불신과 미신과 위선을 강렬하게 비난하였다. 그는 열정적으로 회개와 삶의 변화와 크리스천의 사랑과 믿음을 촉구하였다. 그는 게 으름과 지나친 식사와 술과 의복과 가난자의 억압과 연금과 전쟁과 같은 악을 비난하 였다. 그는 정부가 법과 정의를 지켜야 하며 과부와 고아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 다. 스위스 인들은 언제나 그들의 자유가 유지되기를 소원하였다.
츠빙글리가 취리히 교회에서 선포한 메시지는 세속화로 찌들어 있던 신자들의 마음에 와 닿았다. 그는 취리히 교회에 청빙을 받고 난 이후부터 마태복음부터 성서 전권을 강해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강해 설교는 성서만이 유일한 권위로서 구속력을 지닌다는 것에 기초를 두면서 개혁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그는 성경이 말하고 있는 사실 그대로를 청중들에게 전달하였고 그 효과는 대단하였다. 이에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 1519년에는 취리히 교회 신자들이 츠빙글리를 “백성의 목사”(people's priest)로 호칭할 정도로 츠빙글리의 설교는 파괴력이 있었고 능력이 있었다.
사실 강단이 살아 있어야 선교가 이루어질 수 있다. 교회로 들어온 신자들이 말씀을 듣고 자신의 허물을 통회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어떻게 사는 것이 복된 것인지를 깨 닫아야 한다. 츠빙글리는 구심적 선교사상을 가지고 선교사의 사명을 감당한 목회자였다. 그의 선교사상은 취리히 평신도들에게 커다란 도전을 가져다주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이러한 은혜와 축복이 한국의 모든 강단에서 회복되어야 한다. 회개의 역사가 일어나는 강단, 받은 은혜가 감사하여 밖으로 나가서 복음을 전할 수밖에 없도록 강권하는 강단이 회복될 때 한국 선교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3. 수용자 중심의 선교
현대 선교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는 수용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종전의 전달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지양하고 복음을 듣는 현지인에 중점을 두고 커뮤니케이션이 형성될 때 바람직한 선교가 이루어 질 수 있음을 말하는 이론이다. 사실 이러한 선교 원리는 이미 오래전 츠빙글리를 통해서 이루어 졌음을 볼 수 있다. 1525년 1월 27일 스위스에서 있었던 3차 변론에서 츠빙글리를 통하여 미사가 폐지되었고, 성찬식은 기념설로 바뀌었고, 성직자에 대한 교회 조직도 새롭게 바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때 예배 시에 사용되었던 라틴어는 더 이상 사용을 금하였고 예배에 독일어를 사용할 것이 통과되었다. 츠빙글리가 1525년에 이룬 교회개혁은 선교적인 측면에서 평가해 볼 때 선교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사실 츠빙글리를 중심으로 한 종교개혁자들이 개혁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전달자 중심의 선교”가 주축을 이루었다. 라틴어를 읽고 해석하는 것은 복음을 듣는 수용자가 아니라 성직자인 사제들에게만 주어졌다. 그렇다 보니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이전에 파송된 선교사는 성직자들뿐이었다. 하지만 종교개혁이후로는 성직자 중심에서 “수용자 중심의 선교”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츠빙글리가 1525년에 예배를 독일어로 드림으로서 일반 대중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는 예배를 시도하였다. 1525년은 종전의 선교사 중심의 일방적인 선교를 탈피하고 복음을 듣는 현지인의 문화를 파악하고 이해하여 접근하는 “수용자 중심의 선교”가 이루어지도록 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선교학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4. 평가
츠빙글리에게 오늘날 선교활동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소달리티(sodality) 선교가 그의 종교개혁에 나타나 있느냐고 묻는다면 분명이 없다. 하지만 그의 선교는 모달리티(modality) 중심의 선교가 이루어 졌음을 알 수 있다. 취리히 교회는 모달리티 선교의 핵심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복음을 선포하며 가톨릭교회의 부패상을 비난하고 회개하고 돌아올 것을 촉구하였다. 사실 교회의 생명은 은혜로운 말씀을 강단에서 선포하고 이에 감동받은 신자들이 교회를 배가시키는 일이다. 츠빙글리가 바로 모달리티 선교 개념을 그의 목회기간동안에 이루었다. 그렇기 때문에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에는 선교사상이 깃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모달리티 선교는 지역교회의 신자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사역에 다 같이 동참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달리티와는 달리 조직력과 추진력도 약하고 일의 성취에 있어서 소달리티에 비해 떨어진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 연구자는 앞으로 한국 교회가 지향해야 할 선교구조는 모달리티도 아니고 소달리티도 아닌 통합성(synthesis)의 선교구조를 지녀야 한다고 본다. 이 선교구조는 모달리티와 소달리티를 합친 것으로서 지역교회와 선교단체가 함께 연합하여 사역하는 것을 말한다. 이 원리는 랄프 윈터(Ralph Winter) 박사가 바울이 선교를 잘 감당할 수 있었던 이유로 그와 함께 떠난 바울 선교단(소달리티)이 안디옥 교회(모달리티)로부터 끊임없는 기도와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 것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연합이 한국교회에서 가일층 증가될 때 21세기 선교한국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믿는다.
III. 츠빙글리의 신학에 나타난 선교적 요소와 평가
츠빙글리는 1523년부터 1525년까지 가졌던 1, 2, 3차 변론에서 자신의 주요 신학을 피력하였다. 본 장에서는 츠빙글리의 신학가운데 선교적 요소가 깃들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주 과제이다. 따라서 츠빙글리의 신학을 살펴보면서 어떤 신학이 선교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지, 그리고 이 신학이 선교에 긍정적 이로든 부정적 이로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분석하고 평가해 볼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츠빙글리의 신학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루터의 신학과 동시에 발생하였기 때문에 츠빙글리가 루터의 신학을 모방한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츠빙글리의 신학은 그렇게 형성되지 않았다. 츠빙글리는 처음부터 그 당시 최고의 인본주의자였던 에라스무스의 영향을 받으면서 물질을 경시여기는 ‘고대’(via antiqua) 사상을 물러 받아 자신의 신학을 형성해 갔다. 반면에 루터는 츠빙글리와는 달리 물질의 세계에 약간의 실제(reality)가 있음을 인정하는 ‘근대’(via modern) 사상이 그의 신학에 기초를 이루었다. 그래서 조지 포터(George Potter)는 츠빙글리가 독립적으로 성경을 연구하기도 하였고 또한 루터의 저술들을 읽기 이전에 에라스무스의 신약을 연구하게 되면서 자신의 독특한 신학사상을 정립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본 연구자는 츠빙글리의 신학 가운데 선교적 의미를 담고 있는 신학 세 가지, 즉 예정론, 성례전, 성경을 다루고자 한다.
1. 츠빙글리의 예정론과 선교적 요소
종교 개혁가들의 대표적인 신학이라 하면 칼빈과 루터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칼빈이 자신의 신학을 형성할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친 자는 취리히 교회의 목사였던 츠빙글리였다. 역사학 교수로 유명한 워커 박사는 칼빈이 츠빙글리의 신학을 수정하고 발전시킴으로서 스위스의 개혁운동을 주도해 나갔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츠빙글리의 신학에 과연 선교사상이 나타나 있는지, 선교에 관해서 츠빙글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평가하는 자들의 말처럼 그의 예정론이 오히려 선교의 방해요소가 되는지, 아니면 이 예정론이 오히려 선교의 불을 지피는 선교적 요소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츠빙글리의 예정론은 원래 1519년 8월에서부터 1520년 2월까지 취리히에 강타한 전염병으로 인하여 형성되어졌다. 이 당시 적어도 4 명중 1명이, 많게는 2 명중 1명이 전염병으로 죽었다. 취리히 교회에서 목회를 하던 츠빙글리 자신도 전염병에 감염되어 거의 죽게 되었을 때 자신이 죽고 사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급기야 그는 자신의 심정을 글에 담아 1519년 가을에 ‘전염병 노래’(Plague Song)를 작곡하였다. 이 노래에서 그는 자신의 회복을 위해 하나님께 간청하지도 않았고 하나님께서 자신을 위해 결정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츠빙글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이 그로 하여금 자신은 하나님의 손에 든 도구임을 확신하게 된다.
전염병 사건은 츠빙글리의 예정론을 만들어 주는 토대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츠빙글리는 1925년 펴낸 ｢진리와 거짓 종교에 관하여｣(On True and False Religion)와 1530년에 기술한 ｢하나님의 섭리에 관하여｣(On the Providence of God)란 두 개 문서를 통해 자신의 예정론 신학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츠빙글리는 예정론을 쓸 때에 이성(理性)적인 접근 방법을 통해 하나님의 속성을 잘 밝혀내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전염병을 통해 이미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며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츠빙글리의 예정론은 믿음을 강조하는 루터와는 분명히 달랐다. 츠빙글리는 하나님의 속성을 밝히기 위해 성경으로 돌아갈 것을 더욱 강조하였다. 츠빙글리에게 있어서 한 영혼이 구원을 받고 못 받고의 문제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자유에 달린 것이다. 왜냐하면 선택은 하나님의 은혜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의 믿음에 달려 있지 않고, 다만 우리의 믿음은 하나님의 은혜에 달려 있다. 츠빙글리는 선택(election)은 언제나 믿음(faith) 보다 앞서고 이 믿음은 선택을 따를 뿐이라고 확신한다. 즉, 선택은 믿음의 결과가 아니라 믿음이 선택의 결과인 것이다.
츠빙글리에게 있어서 이방인의 구원은 이들이 하나님을 찾거나 선택하거나 섬김으로 이루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들을 선택하고 찾고 은혜의 삶을 베풀기로 결정할 때에 주어진다. 어린아이들과 수많은 이교도들은 하나님의 자유 의지에 따라 선택함을 받는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선택은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것이 츠빙글리의 예정론은 선교에 방해만 끼치는 장애물일까 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구원할 자와 하지 말아야 할 자를 이미 예정해 두셨다면 사람이 선교할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 하는 논리가 발생된다.
츠빙글리는 실제적으로 오늘날 선교 개념처럼 취리히 교회의 평신도를 훈련시켜 선교사로 파송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바르넥이나 라토렛 같은 학자들은 오래전 츠빙글리에게 선교사상을 찾아 볼 수 없다고 무시하였다. 하지만 츠빙글리가 스위스에서 25년 동안 목회를 하면서 그의 최대 관심사는 세상 밖으로 사람을 파송하는 선교보다는 교회의 내부 갱신과 회복이었다. 당시 부패하고 타락한 교회를 영적으로 바로 세우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2년 동안 3차에 걸쳐 자신의 신학을 변론하기도 하였다. 츠빙글리에게 하나님의 나라가 팽창되는 것이 인간의 손을 떠난 하나님의 고유 권한이었다면 그는 복음 전파하는 목사로 활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톰슨은 츠빙글리를 “전도적인 신학자로,” 파너는 츠빙글리를 “전도적인 설교자로,” 젠센은 츠빙글리를 “전도적인 인본주의자”로 묘사한 것만 보더라도 츠빙글리는 복음 전파에 열정을 가진 목회자였다. 그는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어지는 일에 하나님께서 어떻게 하시나 팔짱을 끼고 관망자로 바라 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책임이 함께 동반될 때 이루어 질 것임을 믿고 스스로 복음 전파의 책임감을 가지며 이 일에 동참했다. 결과적으로 그가 목회하는 곳곳마다 부흥하여 취리히 평신도들은 츠빙글리에게 “백성의 목사”로 부르기 까지 했다. 그의 예정론은 츠빙글리로 하여금 복음전파에 손을 떼도록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로 하여금 복음 전파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충실하게 살아가도록 재촉하였다.
2. 츠빙글리의 성례전과 선교적 요소
츠빙글리의 교회개혁 가운데 성례전은 구원론과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선교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는 가톨릭교회의 구원론의 핵심인 성례신학(聖禮神學)의 부당성을 반박하였다. 로마의 전통교회는 개개인의 구원은 성례전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가르쳤기 때문에 당시 영적인 능력은 개인의 믿음 보다는 교회로부터 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를 반박하였고 당시 가톨릭교회가 주장하던 변형설(transubstantiation)을 부인하고 상징설(symbolism)을 강조하였다. 그가 상징설을 주장하게 된 동기는 에라스무스로부터 ‘고대’(via antiqua)라는 사상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이 사상은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를 경시 여기고 이데아의 세계에서 실제(reality)를 찾으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예배형식도 단순화 되었고 성례전에 있어서도 ‘이것은 내 살이요. . .이것은 내 피라’는 말씀은 츠빙글리에게 있어서는 단지 상징에 불과할 뿐이다. 왜냐하면 성령의 역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츠빙글리는 성례전에 두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 하였는데 첫째는 우리가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으로 연합한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츠빙글리가 상징적 의미의 성례전을 시도한 것은 선교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종전의 성례전의 의미는 개인의 신앙과는 관련이 없는 ‘외적인 역사’(outward works)에 의존하였다. 영적인 힘이 교회에게 쏠리다보니 교회는 자연스럽게 부패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인지한 츠빙글리는 성경원리에 따라 ‘내적인 관계’(inward relationships)로 전환시킴으로서 영적인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교회의 갱신은 하나님으로부터 불림을 받은 신자 개개인이 하나님과의 내적인 관계가 회복 될 때 가능하다. 신자의 내적 변화는 선교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츠빙글리는 성례전을 통하여 당시 영적으로 죽어가던 신자들의 영적 에너지를 회복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이러한 신앙 회복은 곧 복음전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3. 츠빙글리의 성경과 선교적 요소
성경 자체가 선교의 메시지이다. 왜냐하면 성경은 우리로 하여금 선교에 대한 거룩한 부담감을 갖도록 하며, 선교지에 사용될 적절한 전략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이방인을 구원시키는데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성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경이 없는 선교는 생각할 수도 없다. 츠빙글리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루터는 신학적인 문제를 하나하나 풀면서 개혁의 길을 걸어갔다고 본다면 츠빙글리는 성경이 신앙생활의 기본이었기에 이를 깊이 연구하는 크리스천 인문주의자였다. 츠빙글리는 특히 아인지델른(1517-1518)에서 2년 동안 목회하면서 성경의 중요성을 발견하였고 이곳에서 헬라어를 마스터하였고, 히브리어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본주의자인 에라스무스의 신약 성경을 깊이 연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가 기초가 되어 츠빙글리의 교회 갱신은 항상 성경이 그 잣대가 되었다. 그래서 성경에서 발견할 수 없는 단식이나 면죄부 그리고 독신은 금지되었고 또한 교회에서 미사나 교황의 권위나 성화상(聖化像)을 사용하는 것을 금하였다. 츠빙글리의 삶 가운데 늘 성경이 중심이 되었던 것은 세 가지 분야였다: 첫째는 설교였고, 둘째는 1, 2, 3차 변론 때였고, 셋째는 목회자들의 성경모임 시였다. 츠빙글리가 성경중심의 설교가였다는 사실은 그가 취리히 교회에서 신약 강해 설교를 6년 만에 마쳤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루터의 개혁이 ‘오직 믿음으로’(sola fides)였다면 츠빙글리의 개혁은 ‘오직 성경으로’(sola scriptura)였다. 더욱이 목회자들의 성경 모임에서 츠빙글리는 일선 목회자들과 함께 성경을 읽고 분석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 매 모임시마다 기도가 끝난 이후에 구약을 읽을 때는 우선 벌게이트(Vulgate) 라틴어 성경을 읽었고 그 다음에는 히브리로 읽다가 마지막으로 라틴어로 설명하였다. 그 이후에는 70인역(Septuagint) 헬라어 성경을 읽었고 그 다음은 라틴어로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라틴어로 읽은 것은 일반 평민들이 사용하는 독일어로 설명하였다. 이러한 목회자 성경공부 모임은 츠빙글리로 하여금 성경을 번역 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주석 작업을 마치게 하였다.
이처럼 츠빙글리의 교회 갱신의 핵심은 바로 성경이었다. 성경은 츠빙글리로 하여금 예배형식을 결정케 하였고, 강해 설교를 통해 성경이 말하고 있는 말씀을 그대로 받도록 일깨워 주었고, 또한 평민들이면 누구든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로 직접 성경을 읽고 해석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츠빙글리의 성경관은 영적으로 잠자고 있던 신자들을 어둠에서 일깨우는 횃불이 되었다. 나아가 복음을 듣는 수용자의 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그 길을 열어 주어 윌리암 케리 이후에 개신교회가 선교 부흥기를 맞이할 때에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을 만드는데 중요한 공헌을 하였다.
4. 평가
본 연구자는 신학은 선교에 영향을 미치고 선교는 신학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츠빙글리의 신학은 현대 선교운동에 어떠한 공헌을 하였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츠빙글리의 신학은 개신교의 선교운동을 일으키도록 신학적 기초를 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의 예정론은 하나님의 주권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제한시키지 않고 인간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여 복음전파의 모델을 스스로 보여 주었다. 성례전에서는 신자로 하여금 하나님과의 내적인 관계를 회복시켜 영성 회복에 주안점을 두어 개혁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도 하였다. 성경은 츠빙글리에게 개혁의 중심이었다. 성경이 말하는 것에 따라 그의 개혁은 진행되었다. 츠빙글리의 신학은 모두 성경에서 출발하였다. 성경은 바로 선교의 책이다. 그렇다면 성경의 바탕위에 건축되어진 츠빙글리의 신학은 바람직한 선교신학이라 말할 수 있다. 종교개혁시기에 신학적 변론으로만 알려졌던 츠빙글리의 예정론, 성례전, 성경은 이제 그 장벽을 뛰어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선교의 사명을 고취시키고 선교에 동원시키고자 하는 강한 불씨를 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IV. 나가는 말
종교 개혁가요 명설교가이지만 인본주의자로 잘 알려진 츠빙글리에게 선교의 정신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선교개념을 지니고 있는지를 다루는 것이 본 논문의 주제였다. 어떤 학자들은 그에게 선교적인 마인드를 찾아 볼 수 없다고 비평을 가하는 자들이 있었지만 최근에 들어와서 츠빙글리에게 선교의식이 분명히 있음을 지적하는 자들도 있다. 선교를 신약적 개념인 “나가서 전하는”(go and preach)에 제한을 시킨다면 츠빙글리에게는 선교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구약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와서 듣는”(come and hear) 관점에서 츠빙글리의 사역을 검토하고 분석해 본다면 그의 목회와 신학에는 오늘날의 선교 개념이 담겨져 있다.
츠빙글리는 그의 삶 속에 선교사를 훈련시키거나 파송시키지는 않았다. 그가 당시 우선순위로 해야 할 일은 로마 가톨릭처럼 선교사를 해외로 파송하기보다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잘못된 교리를 지적하고 올바른 신학적 기초를 쌓는 일이 급선무였다. 그래서 그는 1, 2, 3차 변론을 통해 가톨릭교회와 대항하여 예정론, 성례전, 성경을 변론하였고 교회가 내적으로 갱신하고 회복하는 일에 주력하였다. 그는 가톨릭교회가 지나간 세월동안 선교를 많이 감당하였지만 교회의 본질인 “존재”(being)를 지키는 일에 생명을 걸지 않고 오히려 교회의 “사역”(doing)에 중점을 두다보니 많은 문제점들이 들어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츠빙글리는 지나친 doing 중점의 선교 사역으로 얻어진 “죽은 크리스천’을 만들기 보다는 도리어 being 중심의 사역에 우선순위를 두어 “살아있는 크리스천”을 길러내는 일에 주력했다. 왜냐하면 올바른 선교는 교회의 갱신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제 츠빙글리의 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면서 그의 종교개혁에 나타난 선교사상과 선교개념은 오늘날 한국교회에 어떠한 자세로 21세기 선교를 꾸려 나갈 것인지를 밝혀주는 좋은 등대가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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