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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학자료 > 논문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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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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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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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ad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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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의 카스트제도에 대한 로마 가톨릭 교회와 개신 교회의 선교전략에 대한 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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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열 교수 (침신대 선교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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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인도는 기독교 선교역사가 가장 오래된 나라 중에 하나지만 선교의 가시적인 열매가 잘 나타나지 않아서 선교가 실패한 나라로 인식되어 있다. 한국침례교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도를 선교집중지역에서 제외시켜 현재 16명의 선교사만 파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인도는 세계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나라이고 계속 증가 추세에 있으며, 오랜 기독교의 역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은 고작 2.4%인 2천5백만 밖에 없는 상태이며, 인구 1만 명이 넘는 종족 가운데 성경번역이 필요한 언어 수는 무려 100개가 넘어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선교사를 파송해야 한다.
그렇다면 인도 선교가 왜 어려운지 장애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인도인의 세계관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카스트제도라 할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카스트라는 계급제도에 길 들린 인도인에게 인간평등을 강조하는 기독교는 마치 계급을 타파하는 종교로 상위계급에 인식되어 거부반응을 일으켜 왔다. 부모로부터 세습된 계승된 지위(ascribed status)를 순응하며 다시 환생할 때는 이전보다 더 좋은 상층계급으로 태어날 것을 믿고 하루하루 고행하며 살아가는 것을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인도인에게 기독교는 호전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카스트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힌두인에게 로마 가톨릭은 무굴제국시대가 열린 16세기부터 개신교는 영국을 중심으로 한 식민통치 시대가 열린 18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선교를 하기 시작하였다. 본 논문은 인도의 카스트제도에 대한 로마 가톨릭 교회와 개신 교회가 어떤 선교전략을 가지고 접근하였을 때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분석하고 평가하며 또한 앞으로 카스트 제도에 대한 효율적인 선교를 위해 전략적인 제안도 함께 제시하려고 한다.
I. 카스트와 기독교
인도는 오랜 역사를 지닌 민족만큼이나 기독교 또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인도의 최초 기독교 역사는 예수의 제자인 도마가 기원 후 52년에 인도에 도착하여 17년 동안 복음을 전하다가 주후 69년에 미라포르에서 순교 할 때까지 그에 의해 개종된 도마 기독교인(혹은 시리아 기독교인)에 의해 기독교가 시작되었다. 어느 한 사시(史詩)에 따르면 도마는 그의 생전에 17,650명을 개종시켰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주로 상위계급에 속하는 카스트였다. 그러나 지도자의 부재로 인하여 도마 기독교인의 교세는 점차 쇠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중세시대에 지리상의 발견이 시작되면서 인도항로 개척의 원정 대장이었던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가 1498년 5월 22일에 인도에 도착하였는데 이 때 무역업에 종사하던 항해사들과 함께 로마 가톨
릭이 처음으로 인도에 소개되었다. 이들은 현지인들과 결혼하여 많은 후손을 남기게 될 뿐만 아니라 원주민을 개종시키는데도 주력을 하였다. 그 이후로는 18세기 식민주의 시대에 복음을 전한 개신교 선교사들에 의해 인도 선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데 이 때에 비로소 실재적인 개종이 일어나게 되었다. 본 장에서는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가 카스트를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을 나타내었는지 그 결과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1. 카스트의 이해
인도 전통사회의 신분을 나타내는 카스트(caste)는 포르투갈어의 까스따(casta)에서 유래된 것으로 혈통을 의미하는데 모든 인간은 불평등하다는데서 출발한다. 손과 발의 기능이 서로 다르듯이 사람마다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믿는다. 쌍둥이로 태어났다 할지라도 얼굴 모양새와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듯이 카스트의 각 계급은 절대 평등하지가 않다. 모든 힌두인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계급에 맞게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누구와 결혼을 해야 하는지 누구와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이미 결정되어 있어서 이러한 배타적인 관계는 죽는 날까지 변하지 않는다. 인도의 모든 사람은 브라만(brahmana), 크사트리야(kshatriya), 바이샤(vaishya), 슈드라(shudra)의 네 개의 카스트에 속하지만 가장 낮은 계급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불가촉천민(untouchables) 혹은 달리트(dalit)라고 부른다. 카스트 제도는 원래 인도의 농경문화를 중심으로 형성되다보니 생산과 관련된 제사, 의례, 농경, 교역 등에는 정(淨)의 속성이 부여되지만 이와는 달리 농경의 외곽에 존재하는 수렵, 어로, 노동 등에는 부정(不淨)의 속성이 부여되었다. 카스트의 네 가지 바르나(varna) 가운데 브라만, 크사트리야, 바이샤만 정(淨)에 속하고 슈드라는 부정(不淨)한 존재로서 위치를 부여받았다. 업보(karma)를 믿는 힌두인에게는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이 자연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2. 기독교의 반응
중세 시대에 로마 가톨릭은 포르투갈을 중심으로 해양기술, 화포, 지도 등의 발달로 선교하기에 좋은 입지를 지니고 있었다. 이들이 원주민 문화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이방인을 개종시키는 것에 적용시켰다면 놀라운 선교의 열매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상업적이며 제국주의적인 일에 매료되다 보니 힌두인의 카스트제도에 대응하여 올바른 전략을 세우고 복음을 전하려는 일에는 관심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개신 교회는 인류의 평등과 사랑을 강조하였기에 힌두인이 카스트제도를 통해 겪는 불평등적인 삶이 비인도적이라고 공격한 것은 당연하였다. 이들은 주로 부정(不淨)한 존재로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던 달리트를 대상으로 카스트제도의 불합리한 요소를 일깨워주며 힌두교가 브라만을 위한 종교임을 설파하였다. 브라만은 개신교가 눈의 가시처럼 여겨졌고 개신교 역시 브라만이 자신들의 이권과 수혜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악랄한 자들로 바라볼 수밖에 없기에 서로 상생(相生)하기가 힘들어 보였다. 개신교 선교사들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있던 하층민을 대상으로 기독교의 개종과 천민계급으로부터의 신분 해방을 고취시킨 것은 억압받고 고통당하는 자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천 년 동안 카스트의 사회적 차별과 인간적 불평등을 받아온 하층민은 인간 평등의 메시지에 마음이 빼앗기게 되었고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수가 기독교로 개종하게 되었다.
3. 기독교가 카스트제도에 미친 영향
인간 불평등의 주범인 카스트에 출생에 상관없이 피부색깔에 관계없이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사회변화의 개혁을 시도한 것은 개신교였다. 특별히 영국 개신교의 영향은 카스트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전형적인 인도의 농촌사회가 도시화와 산업화로 탈바꿈하면서 낮은 계급의 사람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주어지게 되었고 대중교통 수단의 발달과 공장 건설 등으로 인하여 카스트간의 접촉도 훨씬 많아지게 되어 종전의 정(淨)과 부정(不淨)의 관념이 쇠퇴하여 카스트의 결혼, 음식, 직업에 관한 규율이 점차 약화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자유시장 경제와 자본주의 체제의 도입으로 카스트를 지탱해 오던 경제 체계의 기초가 무너지기 시작하여 토지의 자유로운 매매에 하류 계급도 동참할 수 있게 되어 카스트간의 균형이 뒤바뀌기도 하였다. 더욱이 개신교의 주요 선교 대상이었던 달리트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이겨내려는 이들의 피나는 수고가 결실을 맺게 되어 인도 헌법은 불가촉천민에 대한 어떤 불공평한 행위는 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도록 통과하였다. 하지만 이전의 불가촉천민 카스트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편이다.
카스트와 힌두교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브록킹톤(Brockington)은 “카스트 안에 있지 아니하는 자는 그 누구도 힌두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계급 사회의 고수는 힌두교의 생존을 의미하는데 모든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수용하는 천의 얼굴을 지닌 힌두교를 대상으로 선교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로마 가톨릭은 힌두교 사상에 말려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 버렸지만 개신 교회는 하층민을 대상으로 일꾼을 길러 내어 이들로 하여금 사회 변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데 일조를 담당하였다. 그렇다면 다음 2장에서는 로마 가톨릭이 왜 카스트를 극복하지 못하고 인도 선교에 실패하게 되었는지 그 전략을 살펴보려고 한다.
II. 로마 가톨릭 교회의 선교전략
로마 가톨릭이 인도에서 선교를 시작한 것은 1498년에 바스코 다 가마의 인도 발견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 이후 프란시스 사비에르(Francis Xavier),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드노빌리(Robert de Nobili) 등이 인도 선교를 하였는데 본 장에서는 인도에서 거의 40년 동안 선교 활동을 한 드노빌리의 사역을 중점으로 해서 가톨릭교회의 선교전략을 살펴보려고 한다.
1. 현지인 지도자 양성 부재
로마 가톨릭이 인도에서 처음으로 선교를 시작할 때에는 원주민을 개종시키고 수도원 학교를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지만 중세 기독교가 르레상스와 반종교개혁의 이상과 점차 혼합되면서 원래의 뜻이 퇴색되어 선교사들은 현지인들을 무시하거나 파괴적인 사람으로 다가갔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권과 실속을 챙기는데 바빴기에 사람을 키우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예를 들자면 가톨릭 선교사들은 인도에서 현지인 지도자를 빨리 발굴하여 양성할 수 있는 좋은 텃밭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인도에는 도마의 선교로 개종된 도마 기독교인의 수가 무려 7만에서 20만정도 있었기에 이들을 잘 훈련시켰더라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도마 기독교인은 가톨릭 선교사들의 불순한 선교 동기를 간파하고 난 뒤 그들의 삶 자체에 큰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고아의 대주교인 메네쩨스(Menezes)가 코친(Cochin)까지 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현지 기독교인의 폭동을 일으키게 하였다. 도서관은 파괴되며 이교적인 교재는 불태워졌다. 로마 가톨릭과 도마 기독교인간의 이러한 갈등은 거의 5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이후 로마 가톨릭이 인도에 선교를 시작한 지 155년이 지난 1653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도마 기독교인 가운데 한 명인 파람빌 터미(Parambil Tumi)가 원주민으로서 최초의 인도 대주교가 되었다. 로마 가톨릭은 이미 훈련된 현지인 기독교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일꾼으로 키우는 데는 관심을 갖지 않았기에 인도 기독교가 토착화되는 데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2. 문화수용
문화수용(Adaptation) 전략이란 이방인의 문화를 무조건 배척하지 않고 수용을 하되 그 본질을 기독교화(基督敎化)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개념은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문화에도 약간의 진리가 있다고 믿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수용 전략을 인도에서 파워 있게 실시한 선교사는 드노빌리였다. 당시 가톨릭은 콘스탄틴 시대 때의 로마의 개종은 기독교를 수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로마 사회의 기본적인 문화를 함께 수용한다는 논리가 지배적 이어서 이런 개념이 어느 지역에서든지 동일하게 적용되는 편이었다. 그래서 드노빌리는 개종자들에게 자신의 문화를 유지하도록 강조하였는데 예를 들자면 그는 제자들에게 자신들의 카스트에 맞게 옷을 입게 하였고, 브라만에게는 머리의 금빛 수실과 끈(왼쪽 어깨위에 매달린 면사줄)을 계속 부착토록 하였다. 이처럼 드노빌리는 자신이 카스트의 이방 문화를 수용 하게 된 세 가지 배경을 제시하고 있다: (1) 복음 전도자는 수용자가 메시지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바울이 아덴에서 복음을 전할 때 아덴 신을 공격하지 않았고 하나님은 “알지 못하는 신”들 중의 한 명인 것처럼 소개하였다; (2) 교회가 어떤 사회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방 문화를 수용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불의 신을 존경하기 위해 등화(燈火)하는 그리스와 이집트 축제가 교회로 전달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을 밤새토록 축하하는 문화로 바뀌게 되었다; (3) 이방인에게 퍼져있던 예식이나 관습 가운데 종교적인 의미를 지닌 것들이 있는데 교회에서 이것들이 그대로 사용되곤 하였다. 예를 들자면 이방 어린이들은 귀신들을 피하기 위하여 천을 작은 손잡이 위에 묶곤 하였는데 초기 교회가 이러한 것들을 제단 등불의 초와 함께 만들어진 손잡이에 대치하였는데 이것은 “하나님의 어린양”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드노빌리의 인도 선교를 살펴보면서 그가 추구한 선교 목표는 브라만화를 완벽하게 이루는 것이었기에 그의 문화수용 전략은 하류층 보다는 엘리트 계층인 브라만에게 큰 호감을 얻게 되었고 이 같은 그의 노력으로 인하여 17세기 말쯤에는 약 15만 명 이상의 개종자가 생겨났다. 하지만 드노빌리의 문화수용은 힌두인들로 하여금 기독교를 배척하지 않고 호감을 갖게 하여 복음을 쉽게 받아들이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기독교의 본질을 퇴색시킴으로서 혼합주의를 낳게 하였다.
3. 전환 모델
전환 모델(Transformation Model)이란 성경 번역모델 중 하나로서 성경에 기록된 유대인 문화의 언어를 복음을 듣는 수용자 문화 형식의 언어로 완벽하게 전환(transforming)시키는 것을 말한다. 전환 모델은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모든 욕망을 포기한 성육신 사건에 가장 큰 중점을 둔다. 즉, 예수는 드노빌리가 오기 1600년 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스스로 유대인이 된 것처럼 선교사 스스로가 다른 모든 사회에서 이처럼 표현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대인의 메시야는 처음에 헬라의 로고스로 표현되었다가 이후에는 로마의 황제로 그 다음에는 중세의 주(主)로 표현 되었듯이 하나님이란 개념이 인도의 브라만에게 의미 있게 전달되기 위해선 “영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로 다시 표현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드노빌리는 성경을 번역할 때에 “메시야”는 “영적 지도자(divya guru)”로 “구원”은 “더 먼 해안에 이르는 것”으로 표현하였다. 드노빌리에게 있어서 기독교의 역사적 확장은 하나님의 원래 모습이 여러 인간 사회에서 다시 옷을 갈아입는 연속적인 역사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힌두인에게 이해되어야 할 하나님은 ‘유대인의 하나님’이 아니라 ‘힌두교의 하나님’으로 전환시켜 졌을 때 효과가 커다는 것이 드노빌리의 논리이다. 하지만 ‘힌두교의 하나님’이란 개념이 브라만인을 개종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었겠지만 이들은 ‘진짜 기독교인’이 될 수 없었다. 예수를 유일한 구세주로 믿지 못하는 드노빌리의 전환모델은 피상적인 기독교인만 양성하게 되어 시간이 지날 수로 기독교인의 모습은 완전히 상실하게 되었고 더욱이 드노빌리 자신도 예수가 유일한 구세주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다”라는 다원주의자(pluralist)의 특성을 지닌 선교사였음을 알 수 있다.
4. 평가
로마 가톨릭 교회가 1498년 이후 인도 선교를 시작할 때에 여러모로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잘 살리지 못해 실패한 아쉬움이 있다. 사실 인도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역하였던 드노빌리는 지방언어인 타밀어에 능통하였을 뿐만 아니라 힌두교의 전통 언어인 산스크리트어에 가장 능통한 최초의 유럽인이었다. 18세기 개신교의 윌리암 캐리와 같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드노빌리가 뛰어난 언어 능력을 소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인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그의 언어 능력은 사람을 길러 내는 일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였다. 더욱이 드노빌리가 자신의 능통한 언어 실력을 성경 번역을 하는데 제대로 사용 하였더라면 후대에 귀감이 되는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선교는 교회의 본질인 ‘존재’(being)를 지키는 일에 목숨을 걸지 않았고 오히려 개종자를 어떡하든 많이 얻으려는 교회의 ‘사역’(doing)에 중점을 두었기에 성경 번역시 다원주의 사상이 담긴 전환 모델을 실시하게 되었고 이러한 그의 사상은 문화수용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로마 가톨릭의 ‘doing’ 중심의 선교 전략은 인도에서 처음에 많은 개종자를 얻을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참된 크리스천’을 양성하기 보다는 ‘죽은 크리스천’을 만들게 되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III. 개신 교회의 선교전략
서양 열강들이 인도를 통치하려고 기승을 부릴 때 1600년 동인도 회사를 건립한 이래 본격적으로 인도로 진출한 영국은 1757년 플라시 전투를 통해 프랑스 세력을 몰아내고 인도 전역을 차지하는 막강한 힘을 소유하게 되었다. 이런 정치적 형색이 인도를 맴돌고 있을 즈음 1706년 독일 복음주의 선교사들이 트란퀘바(Tranquebar)에 도착하면서 종교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여 종전의 힌두교와 이슬람은 쇠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기독교의 부흥이 일어나는 시기를 열었다. 이 후에 인도에서 기독교의 확장에 공헌 한 선교사로는 윌리암 캐리(William Carey), 지켄발크(Bartholomaus Ziegenbalg)와 플루챠유(Heirich Plutschau), 슈바르츠(Fredrick Schwartz), 맥가브란(Donald McGavran) 등이 있는데 본 장에서는 카스트제도의 장애물을 극복하고 기독교의 부흥에 크게 기여한 윌리암 캐리와 맥가브란을 중심으로 개신교의 선교전략을 살펴보며 평가해 보려고 한다.
1. 선교 공동체 건설
선교사에게 있어서 자신의 선교지를 어떤 이미지로 만들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근대선교운동의 아버지인 윌리암 캐리는 ｢이방인의 회심을 위해 수단을 사용하는 그리스도인의 의무에 관한 연구｣라는 소책자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바른 수단(means)을 사용해야 할 것임을 피력하였고 이 수단이 선교의 향방을 결정지울 것임을 시사하였다. 그런데 캐리가 마음속에 그리고 있던 수단은 선교사의 ‘전략’(strategy) 보다는 ‘구조’(structure)였다. 이에 대해 학자들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윈트 박사는 수단을 ‘구조’로 보았고, 스미스는 복음을 전하는 ‘전략’으로 이해하였는데 필자는 윈트 박사의 견해에 따른다. 이유는 캐리가 카스트 선교를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전략을 세우는 것보다 세람포어 선교 공동체(Serampore Mission Complex)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실제적으로 세람포어 공동체는 카스트를 향한 선교 중심부로서 캐리는 이곳에서 자신을 인도로 파송한 런던의 침례교선교협의회(Baptist Missionary Society, BMS) 뿐만 아니라 인도의 현지인과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할지 또한 세람포어에서 다이너믹한 선교를 하기위해선 무엇보다도 그의 동료인 매쉬만(Marshman)과 워드(Ward)와 팀웍을 이뤄 사역하는 것이 카스트 선교를 위한 뛰어난 수단임을 확신하였다. 이런 모습을 본 윈트 박사는 세람포어 공동체가 ‘일중심의 공동체’라기 보다는 ‘가족(family)같은 공동체’라고 극찬하였다. 이것이 세람포어 공동체의 힘이요 저력이었다. 이처럼 팀 내의 시너지 효과가 흘러넘치는 선교구조는 그가 모라비안 선교회와 프랑케가 설립한 할레 대학에서 착안하였고, 이 두 조직을 통해 세람포어 공동체는 두 가지 특징을 세웠다: (1) 공동체 내의 회원 상호간의 책임성 서약; (2) 외부 세력의 간섭 없이 자유로운 사역.
세람포어 공동체는 18세, 19세기 개신 교회에서 유행하던 선교기지식접근법(mission station approach)과 사뭇 다르다. 차이점이 있다면 세람포어 공동체는 서양인과 힌두인을 구별하지 않았고 현지인 교회를 세워 자립, 자치, 자전토록 하였지만, 선교기지식접근법은 선교사문화우월주의(ethnocentrism)에 빠져 원주민이 선교사의 거주지에 와서 함께 살도록 하여 그들의 신분적 안전과 생계 등을 지켜 주었지만 현지인 지도자를 훈련시켜서 위임시키는 데는 인색하였다. 이런 면에서 세람포어 공동체는 오늘날 선교기구가 추구할 만한 좋은 모델을 제시해 주고 있다. 하지만 세람포어 공동체가 세람포어라는 해안지역에만 국한되어 카스트를 대상으로 선교하였지 델리(Delhi) 같은 도시 지역에 세람포어 공동체의 시너지 효과를 확산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이것은 정치와 종교를 분리시키는 침례교의 정체성과도 연관이 있어서 늘 정치의 중심지인 도시에 선교하는 것을 캐리 자신도 꺼려했던 것 같다. 농촌, 오지, 해안지역에 선교의 포커스를 두었던 것에서 이제는 침례교회가 패러다임을 바꿔 도시 선교에 집중해야 할 사명이 앞으로 침례교단이 풀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2. 달리트 선교
달리트(dalit)란 카스트계급인 브라만, 크샤트리야, 바이샤, 수드라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을 부르는 칭호이다. 달리트는 사전적 의미로는 ‘금이 가다,’ ‘쪼개다’ 등의 뜻을 가진 산스크리트어 ‘달’(dal)에서 파생되어 ‘학대받는,’ ‘파괴된’ 등의 의미를 지니게 되어 ‘핍박받는 자’를 뜻한다. 이들은 불가촉천민(Untouchable), 하리잔(Harijan), 빠리아(Pariah), 빤짜마(Pancama), 전불가촉천민(Ex-Untouchable), 지정보호카스트(the Scheduled Castes)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개신교회는 로마 가톨릭과는 달리 카스트 밖의 최하층계급인 달리트(dalit)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선교하였다. 카스트에 대해 가톨릭은 힌두인의 문화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쪽이어서 브라만에게 호감을 샀지만, 개신교는 오히려 카스트 문화의 죄악시됨을 지적하고 신날하게 ‘비판’하는 자세여서 달리트인에게 매력을 줄 수 있었다. 인간의 불평등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개신교 선교사들에게는 카스트제도가 개혁의 대상이었다. 그렇다 보니 수천 년 동안 인간이하로 천대 받던 달리트인으로서는 기독교를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개신교는 19세기 달리트로 하여금 인간의 정체성을 회복하여 희망이 있는 삶을 살도록 근대 달리트 운동을 일으켰다. 이 때 달리트는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려는 욕구가 분출하였고 이러한 움직임이 점차 인도 전 지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이 당시 기독교로 개종한 주요 달리트로는 푼잡(Punjab)의 추흐라족(Chuhras), 인도 북부의 카마르족(Chamars), 인도 중부와 서부의 마하르족(Mahars), 인도 남부의 파라야르족(Paraiyar)이었다. 웹스터(Webster)는 이 지역 달리트의 특징을 세 가지로 진술하였는데 첫 째는 사회적 허물이 가장 큰 집단이고, 둘째는 가난과 기아의 상징이며, 마지막으로 외부의 동정과 후원이 전무(全無)한 자들이었다고 하였다. 사회적으로 무수히 배척당하던 이들은 기독교를 접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성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것이 기독교로 개종하게 만들었다. 상하계급의 사회에서 평등계급의 사회로 전환시키려는 기독교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 2001년 통계에 따르면 2.4%의 인도 기독교인 가운데 70% 이상이 달리트 출신이 되었다.
개신교회가 달리트선교를 하면서 인간의 평등성과 존엄성을 일깨워 준 것은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신 교회가 풀어야 과제는 정규적인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달리트가 기독교로 개종한 이후 그들의 삶이 개종 이전의 모습과 바뀐 것이 없다면 인도 사회에 영향을 제대로 미칠 수 없다. 따라서 달리트인을 교육과 훈련을 통해 올바른 윤리의식을 갖도록 하여 상층의 카스트에게 감동과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일에 개신교회는 집중해야 할 것이다.
3. 집단개종
집단개종(people movement)이란 동질단위(homogeneous unit)의 그룹들이 결단하여 크리스천이 되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 동질단위란 교육, 수입, 지위, 명예 등 공통된 특징을 함께 지니고 있는 공동체를 말한다. 이러한 원리를 카스트 선교에 적용시킨 사람이 맥가브란 박사이다. 그가 인도에서 집단 개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카스트제도가 동질단위의 특성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질단위로 된 종족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집단개종의 실례를 들자면 1870년 인도 남부의 텔렝가나(Telengana)에서 미국 침례교 선교사들은 클라우(J. E. Clough)의 지도력으로 인하여 마디가(Madiga) 카스트의 구원을 이루었는데 이 카스트에서 5년이 채 안되어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신의 신앙으로 침례를 받았다. 1921년부터 1931년까지 10년 동안에는 매년 125,000명이 기독교로 개종하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많은 예들이 있지만 생략하기로 하고 집단개종이 막 일어날 시기에 인도의 크리스천은 고작 0.8%를 차지하였지만 1931년에는 1.8%로 성장하였다. 이처럼 달리트가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하여 칸자말라(Kanjamala) 박사는 상층카스트가 달리트에 대해 반감(repulsion) 모델을 오랫동안 심어주었지만 기독교 선교사들은 달리트에게 매력(attraction) 모델로 다가갔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하는데 필자 역시 이에 동의한다. 또한 웹스터는 여러 실례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인도에서의 집단개종은 곧 달리트개종이라는 등식을 피력하였다. 즉, 집단개종은 상층카스트가 아닌 달리트 계급에서 주로 이루어 졌음을 말한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개인의 회심이 가장 중요한데 집단개종시에 개인의 회심이 일어나는지가 주요한 이슈로 등장한다. 이 질문에 대해 피켓(Pickett)은 달리트가 기독교로 개종할 때에 집단개종이라는 것이 ‘집단결정’(group decision)의 성격으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맥가브란 박사 역시 말하기를 집단개종은 개인의 회심이 같은 동질집단에 있는 여러 사람에게 확산되어져 나가기에 개인의 회심이 일어난다고 역설하였다. 인도의 집단개종은 초기 기독교시기에 한 지도자가 기독교로 개종하면 그 지도자를 따르던 집단이 개인의 회심 없이 기독교로 한꺼번에 전환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4. 평가
개신 교회가 1706년 인도 선교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거의 300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이 기간 동안 ‘노벨 선교상’을 받을 사람을 선정하라면 윌리암 캐리와 도날드 맥가브란을 들 수 있겠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선교의 외적인 요소보다는 내적인 요소에 강조점을 두었다는 사실이다. 먼저 캐리가 세람포어 공동체를 만든 것 자체를 생각해 보면 외적인 면에 치우친 것으로 인식되나 실제적으로는 그 공동체 내에 흐르는 정신을 캐리는 중요시 했다. 그에게 있어서 현지인 언어 중심의 성경을 번역하거나, 기독 대학을 설립해서 인재를 양성하거나, 과부가 죽으면 남편과 함께 매장하는 사티(sati)제도의 철폐를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시행될 수 있는 ‘가족’ 같은 공동체가 먼저 구성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이 바로 캐리 자신이 이방인을 개종하기 위해 사용해야 할 ‘수단’(means)으로 여겼다. 공동체 팀원간의 협력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켜 그가 계획한 그 이상의 놀라운 선교의 열매를 얻게 되었고 이러한 ‘내적’ 수단은 인도를 넘어 서구세계에 좋은 모델이 되어 많은 선교회를 탄생시켰다.
맥가브란 역시 카스트를 선교하기 위하여 집단개종이란 방법으로 접근하였기 때문에 그가 외적인 전략에 의하여 사역을 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달리트을 중심으로 집단개종을 실시할 때에 그는 무엇보다도 ‘집단’의 결정이 아닌 ‘개인’의 의사에 의해 개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즉, 개인 스스로가 구원의 감격을 누리게 하였고 또한 그들이 말씀으로 훈련되면서 인간의 불평등과 카스트제도의 불합리성을 발견하였고 결국 이들로 하여금 사회가 변화하는 일에 기여하였다. 맥가브란은 당장 외적인 전략보다는 우선적으로 현지인을 중요시하였고 일꾼을 키우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기에 영혼 구원 뿐만 아니라 사회의 변화가 일어나도록 한점을 고려해 볼 때 그는 ‘일’보다는 ‘사람’을 중시한 선교사였음을 알 수 있다.
캐리와 맥가브란을 통해 살펴본 바처럼 개신교회는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지도 않으면서 복음을 전하여 제자를 양육하는 일에 우선하였음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선교사의 본질인 현지인을 길러내어 토착교회가 세워지도록 하는 일에 강조점을 두었기에 세월이 지나갈수록 선교의 열매는 풍부할 수 있었다. 이것이 로마 가톨릭교회와의 차이점이다. 선교사는 항상 교회를 건축한다든가, 어떤 모양으로든 개종자를 많게 하는 ‘외적’인 사역에 집중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원주민을 교육시켜 키워내는 ‘내적’인 사역에 몰두해야 할 것인지 늘 기로에 서 있는데 캐리와 맥가브란처럼 선교사의 본질인 ‘내적’인 사역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IV. 카스트 제도 선교를 위한 전략적 제안
현대 인도의 기독교인은 2.4%인 2천5백만 명인데 이 중에서 달리트 기독교인이 약 70%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 약 30%가 카스트 기독교인이다. 아직도 복음을 들어야할 힌두인이 많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가 실시한 카스트 선교전략을 살펴보았는데 본 장에서는 앞으로 카스트제도의 선교를 위해 효과적인 선교전략 두 가지를 제안하려고 한다.
1. 달리트 신학의 상황화
달리트 신학이란 인도의 최하류계층인 달리트 크리스천들이 겪고 있는 인간차별, 불평등, 기아처럼 땅위에서 인간 이하의 푸대접을 받는 삶의 고난으로부터 인간의 평등성, 인간성 회복, 정의 등이 이루어지도록 애쓰는 일종의 신학적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달리트 신학이 일어난 배경은 달리트 기독교인이 정부로부터 크리스천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데서 출발하였다. 1950년 인도헌법은 모든 시민은 카스트에 따른 국가의 차별을 받지 않을 기본권을 가지며 나아가 사인(死人)의 카스트에 의한 불평등한 대우를 불법화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활당제(reservation)라는 법을 규정하여 지정카스트 및 지정부족민의 권익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을 하고 있지만 이 혜택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달리트는 제외된다. 그 이후 1955년과 1977년의 시민권의 보호에 관한 법령이나 1989년의 지정보호 카스트와 지정보호 부족에 대한 잔학행위 금지법 등으로 달리트들의 교육 기회와 경제적 여건이 어느 정도 향상은 되었지만 달리트 기독교인은 여전히 법의 보호밖에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달리트 기독교인은 기독교인도, 달리트인도 아닌 애매한 존재로서 정부를 향해 달리트로서 신분을 인정해 달라고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달리트 신학은 앞으로 세 가지 사항에 집중하여야 한다. 첫 째는 달리트 신학은 카스트제도의 위계와 차별에 대한 성서적인 원리를 제공하여 힌두교의 불평등한 제도를 비판하는 신학적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서 인간성 회복이 일어나도록 힘써야 한다. 두 번째로 달리트 신학은 달리트 기독교인이 겪는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한 영적인 쇠퇴를 막기 위해서 ‘영혼의 불행’을 치유하는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달리트가 기독교로 개종함으로서 부정(不淨)이란 사회적 가치가 주어지는데 달리트 신학은 이들이 잃어버린 최소한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재분배가 일어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2. 힌두교에 대한 기독교의 변증
인도는 힌두교의 영향으로 종교 다원주의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인도에서 다원주의 사고의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간디를 들 수 있는데 그는 종교에 관해 세 가지 견해를 밝혔다: (1) 모든 종교들은 진리이다; (2) 모든 종교들은 자체에 약간의 잘못을 갖고 있다; (3) 인류는 인류에게 자신의 가까운 친척인 것처럼 매우 소중하듯이, 모든 종교는 힌두교와 마찬가지로, 나에게 소중한 것이다. 힌두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유일한 구세주로 인정하지 않고 여러 신들 중의 한 명으로 인정하고 있다. 기독교는 지금까지 타종교에 대하여 대결, 변증, 대화 구도를 형성해 왔는데 요즘 들어와서 기독교는 타종교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종교 대 종교 간의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지만 필자는 종교 간의 대화는 역사적으로 볼 때 기독교에 손해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이를 지지하지는 않고 오히려 힌두교에 대해 기독교를 변증해야 한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카스트인을 만났을 때 우리가 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지 그들에게 겸손하게 변증할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가 변증할 때에 ‘신학’은 강하게 저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으나 우리의‘태도’는 부드럽게 접근해야 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가는 말
카스트와 힌두교는 마치 바늘과 실처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힌두교가 인도와 같은 카스트 중심의 사회를 넘어서서 주변의 불교나 이슬람 국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힌두교는 그 자체 안에 기독교적인 요소를 지닌 ‘연방 종교’와도 같고 기독교는 그 힌두교의 한 지역에 예속되어 있는 ‘변방 종교’에 가깝다. 그렇다보니 힌두인이 기독교로 개종을 했다할 지라도 기독교의 시작은 힌두교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처럼 기독교가 카스트를 선교하는 일은 많은 인내와 지혜가 요구된다.
카스트 선교를 위한 로마 가톨릭의 선교전략은 ‘다원주의적’ 접근법으로 이루어져 왔다. 힌두인의 비신앙적인 문화를 교회에서 수용해 버리는 이들의 전략은 개종자를 한꺼번에 많이 얻게 되는 반사이득도 있었지만 개종된 카스트인은 제대로 된 기독교 신자가 될 수 없었다. 마치 겉은 크리스천이나 속은 죽어있는 크리스천이기에 교회의 부흥을 일으키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파워 있는 크리스천이 될 수 없다. 한편으로 개신교회는 ‘사람 중심적’ 접근법으로 카스트에게 다가갔다. 무엇보다도 현지인을 발굴하여 일꾼을 길러내는 일에 포커스를 두다보니 이들의 의해 토착교회가 설립되고 자립하는 교회로 이끌었다. 로마 가톨릭과는 달리 ‘건강한’ 크리스천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주님의 몸된 교회의 살아있는 지체가 되어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달리트 기독교인은 기독교로 개종함으로 인하여 정부로부터 보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인간적으로 불평등을 계속 받고 있기 때문에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갈등을 겪게 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1980년대부터 달리트 신학이 형성되기도 하였다. 앞으로의 개신교회의 과제는 달리트 신학이 인도 사회에서 한쪽으로 너무 많이 치우친 혜택과 가치들이 모든 카스트에게 공정하게 분배받을 수 있도록 힘쓴다면 달리트 기독교인의 영적 기쁨과 소망이 사회변화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는 작은 기대감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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