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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학자료 > 논문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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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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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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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ad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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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씨시의 프란시스의 선교정신이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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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열 교수 (침례신학대학교, 선교학, Ph.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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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선교의 꽃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선교사는 후세에 땅이나 건물을 남기는 자가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흔적(痕迹)이 있어야 한다. 중세교회가 영적으로 간음하고 부패하여 다 쓰려져 가고 있을 때 아씨시의 프란시스(Francis of Assisi, 1182-1226)는 자신의 영성과 인격을 회복하며 사람을 길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영계(靈界)는 단명하지 않았다. 그가 포르티웅쿨라(Portiuncula)교회에서 조직한 작은 형제회(the Brothers Minor)는 소수의 무리로 출발했지만 5천명까지 늘어나 교회회복과 해외선교의 중심이 되었다. 포르티웅쿨라는 13세기 죽어가는 중세교회를 살리는 메카가 되었고, 훗날 작은 형제회 출신인 레이몬드 룰(Raymond Lull), 몽테콜비요의 존(John of Monte Corvino), 그리고 그의 제자들은 목숨도 두려워하지 않고 시리아, 모로코, 이집트, 독일, 프랑스, 영국, 심지어 중국까지 복음을 들고 전하였다. 프란시스의 영맥(靈脈)은 그가 탄생한 이후 8백 년 이상 이어졌고, 그의 정신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바람직한 선교상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는 2007년 아프가니스탄 사태이후 반기독교 정서가 널리 펴지면서 기독교 불신운동이 전국으로 번져나갔다. 21세기 한국교회는 모두다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위기상황에 직면했다고 한다. 이는 마치 프란시스가 활동하던 13세기 중세교회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약 170개 국가에 1만 7천명의 선교사를 파송했다는 큰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이제는 선교지에서 프란시스와 같은 영적 일꾼을 얼마만큼 배출했는지 자문(自問)할 때이다. 우리의 관심을 사람에게 돌려야 한다. 본 논문은 프란시스의 사역을 선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13세기 중세사회의 모습과 유럽교회의 상황을 먼저 연구하고, 작은 형제회들이 프란시스의 정신을 유럽 전 지역에 확산시키기 위해 어떻게 훈련을 받고 헌신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며, 오늘날 한국교회가 프란시스의 선교정신가운데 어느 부분은 본받아야 하고, 어떤 부분을 버려야 하는지 연구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본고(本稿)에서는 프란시스와 작은 형제회(프란시스회)를 동시에 연구할 것이지만 지면 관계상 프란시스회와 같은 당시 탁발 수도회(the friars)를 모두 연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프란시스의 선교정신을 평가하기 위해 도미니크회(Domonicans)와는 약간의 비교 분석을 하게 될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2. 13세기 사회적 배경과 교회의 모습
2.1 13세기 사회적 배경
13세기 중세사회는 봉건제도의 틀 안에서 귀족과 평민들 사이에 큰 갈등이 있었다. 평민들 가운데 프란시스처럼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유인으로 자신의 소유권을 인정받았지만 농노나 천민 계층은 노예와 다름없어서 계급갈등은 유럽사회를 좀먹게 하는 암적 요소나 다름이 없었다. 더욱이 이탈리아는 당시 여러 소국(小國)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각 소국들 간에는 끊임없는 전쟁이 일어났고 행정구역들 간에 갈등이 심화되어 바람 잘 날이 별로 없었다. 바로 이즈음 도시들의 성장과 무역과 새로운 화폐경제는 유럽사회를 큰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경제와 무역의 발달은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특수 생산을 가능케 했는데 빈부격차에 따른 양극화현상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카잔차키스(Nikos Kazankzakis)는 당시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현상을 고발하며 청빈의 삶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프란시스를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빈부 격차가 심한 유럽 도시에서 일어난 종교적인 히스테리의 폭발! 프란시스의 맨발의 행렬은 페루지아와 로마를 비롯하여 이탈리아 온 도시들을 열병처럼 힙쓸었다.” 또한 13세기 유럽은 도시 성장으로 종전의 독점적인 농업경제로부터 탈피하기 시작하여 농노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을 얽어매고 있던 노예에서 벗어나 새로운 양식의 삶을 추구하려고 노력했다. 특별히 사제들은 급격한 인구이동으로 도시생활에서 필요한 여러 요구들을 충족시키려고 애쓰다 보니 교구사역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이 때 프란시스는 초기의 수도사들처럼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에 사역지를 선택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람들이 몰려있는 도시에 거점을 확보하며 복음을 전하려고 힘썼는데 그의 결정은 옳았고 프란시스의 제자들은 도시에서 힘차게 성장하였다.
2.2 13세기 교회의 모습
우선적으로 프란시스가 소명을 받을 당시 중세교회는 타락의 극치였다. 13세기 중세교회의 가장 큰 추태는 성직매매였고, 교회 소유지 매매도 담대하게 이루어졌다. 교황 이노센트 3세는 이단, 성직매매, 그리고 축첩(蓄妾)에 대항해 맹렬하게 싸우면서 교회의 악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오직 ‘불과 칼’ 뿐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교황청의 성직자들을 가리켜 “공의에는 나무같이 무디고, 진노에는 불같이 뜨겁고, 사유에는 쇠같이 차가우며 여우처럼 간교하고 황소같이 뽐내며 인신우두(人身牛頭)의 괴물처럼 탐욕으로 넘친다”고 평가하였다. 주교는 사제들로부터 돈을 강탈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고안하였고, 사제들 역시 임종 직전에 있던 사람들에게서 유산 상속권을 받아내 자신이 저지른 사생아의 장래 비용으로 사용하는 파렴치한 인간들이었다. 수도원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떤 수도원은 정기 시장으로 변화여 탐욕과 사치의 온상이 되었고, 심한 곳에서는 수도원 안에서 술집을 영업하였다고 한다. 교회 예배는 예문이나 의식으로 끝나 지식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고, 일반 성도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마술적 주문이 일색이기도 했다. 교인들은 성유물(聖遺物)을 마치 부적처럼 여기고 질병을 고쳐 줄 것이라 믿기도 하였다. 또한 교회 안에서 고리대금, 매수, 폭음폭식, 그리고 쾌락이 판을 치고 있어서 수도원에서 음란한 수도사에 관한 노래를 부르는 것은 당연시되기도 하였다.
두 번째로 사제들의 해이한 도덕성과 타락은 왈도파(Waldensians)와 카타리파(Catharists) 같은 이단을 탄생시켰고 교회를 더욱 혼란케 만들었다. 프란시스는 리용(Lyon) 출신의 상인으로 자신의 재산을 털어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며 청빈의 삶을 살았던 피터 왈도(Peter Waldo)에게 영향을 받았다. 왈도파는 눅9:1-6의 말씀처럼 지팡이와 배낭이나 양식 없이 유럽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복음을 전했는데 이들의 주장은 세 가지였다: (1) 교황보다 성서의 권위를 주장했다; (2) 교회내의 성직자 제도를 거부했다; (3) 평신도들도 성찬식 집례를 허용했다. 왈도파는 기성교회 지도자들의 타락상을 지적한 강점도 있지만 교회를 버린 이단으로 1184년 정죄를 받았다.
카타리파는 순결을 의미하는데 물질을 악의 근원으로 간주하여 결혼이나 재산소유는 허용치 않았다. 이들은 교회의 근본 교리를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교회의 예전(禮典)이나 교의(敎義)를 반대했다. 프란시스는 왈도파에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카타리파에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프란시스가 교리적인 문제에 휩싸이지 않으려고 했던 점을 보아 알 수 있다. 프란시스에게 있어서 참된 신앙은 자기 안에 있는 능력을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삶(life)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 여겼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마음의 성별(聖別)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지 도그마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판단했다. 13세기 교회 지도자들이 부패하고 타락하였을 때 의인 5명이 있었던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당시 작은 형제회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유럽교회는 파멸에 직면했을는지도 모른다. 프란시스는 중세교회를 구한 영적 지도자였다.
세 번째로 프란시스의 정신이 유럽 전 지역으로 펴져 나갈 즈음 중세교회는 십자군운동(1095-1272)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중세사회가 교회와 국가 간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유럽교회는 13세기 초에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들은 십자군이 원정길에 올랐을 때 전쟁에 매혹되어 있었고, 이 둘의 싸움은 중세교회를 영적기근으로 몰아넣기도 하였다. 기사들과 대지주들은 원정길에서 나사렛 예수의 고향땅이 얼마나 척박하고 가난하기 그지없다는 모습을 보고 돌아왔다. 그곳은 천년이상 동안 변함없이 비천하거나 어려운 삶이 판에 박힌 듯 돌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이 원정길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나사렛과는 대조적으로 화려한 교회건물 내에서 열리는 축하예식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십자군운동의 결과로 초대교회”로 돌아가려는 갈망이 강하였고 그 기대를 채워준 사람이 바로 아씨시의 프란시스였다.
3. 프란시스의 긍정적 선교정신과 한국교회에 대한 제안
3.1 영성
선교사의 출발은 영성이다. 피터 와그너(C. Peter Wagner) 박사는 선교사의 자질가운데 하나로 “믿음이 좋은 자”를 언급했고, 톰 스테펜(Tom Steffen) 역시 영적성숙을 첫 번째로 지적했다. 한국교회에서는 영성을 유지할 기회가 많이 있지만 선교지는 다르다. 선교사 스스로 영적으로 훈련되어 있지 않는다면 쉽게 넘어질 수밖에 없기에 바울의 고백처럼 “날마다 자신을 쳐서 복종”시키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선교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프란시스의 영성은 우선 기도에 잘 나타나있다. 그는 혼자 묵상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는데, 일화에 따르면 작은 형제회의 초창기 시절 한 소년이 한 밤중에 프란시스가 잠자리에 일어나 움막으로부터 멀지 않는 숲속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조금 지난 후에 신비로운 빛 가운데 그리스도가 나타나 프란시스와 다정하게 대화하는 장면을 본 것이다. 프란시스는 기도의 사람이었고 그가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고 빈자(貧者)를 돌보며 나병환자를 씻을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바로 기도였다.
프란시스는 기도의 용사로 당시 전쟁과 기근으로 고통당하는 백성들을 기도의 힘으로 병자를 고치며 귀신을 쫓아 낼 수 있음을 믿었다(마10:1). 그렇다고 해서 프란시스가 13세기 이단들처럼 ‘기적의존주의자’(奇蹟依存主義者)는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기적은 ‘외형적인 현상’ 보다는 ‘사랑의 행위’로 백성들을 치유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프란시스는 작은 형제회를 훈련시키기 위해 기도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고 이 규정에 따라 그의 제자들을 영적인 군사로 훈련시켜 세상으로 파송했다.
프란시스의 영성은 두 번째로 그의 설교에서도 볼 수 있다. 프란시스는 1209년부터 설교하기 시작했는데 그의 설교는 단순하고 실제적이었다. 말보다는 겸손과 사랑의 미덕이 복음을 전하는 가장 큰 힘이 되었다. 그는 “복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새 생명을 받아들이는 것이어서 삶이 변해야 하고 그리스도의 삶을 그대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소명을 회피하지도 않았고 이런 요구를 저버리지도 않았다. 프란시스는 자기 제자들이 유럽 여러 지역에서 선교할 때 늘 영적으로 무장할 것을 요청했다: “떠나자. 둘씩 겸손하고 정중히 오전 9시 성무(聖務)가 끝나기까지 침묵을 지키며 마음으로 기도하되 쓸데없는 말을 피하라. . .우리가 어디 있거나 어디를 가거나 우리는 자기집(기도실)을 지고 다닌다. 현재 몸이 우리의 집이요, 영혼이 그 암자 속에 앉은 은자(隱者)라. 거기서 주님께 기도드리고 명상하는 것이다.” 프란시스는 삶으로 영성을 실천하고 이교도들을 주께로 인도했다.
3.2 공동체생활
훈련가운데 가장 우수한 교육이 비형식적 훈련(informal training)이다. 공동체생활을 통해 함께 요리를 하고, 청소도 같이하고, 집수리를 같이 하면서 배우는 점이 많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인 훈련인 공식적 훈련(formal training)이나 비공식적 훈련(unformal training)은 ‘가르침’(teaching)의 개념이 강하지만 비형식 훈련은 ‘학습’(learning)의 개념이 강하고 효과도 훨씬 낫다. 프란시스가 조직한 작은 형제회의 힘은 바로 공동체생활이었다. 중세교회가 수도원을 중심으로 이미 공동체생활을 하였지만 교회 지도자들의 타락으로 그 빛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하지만 작은 형제회는 달랐다.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저자인 로버트 그린리프(Robert K. Greenleaf)는 최고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를 지녀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첫째는 공감대 형성이고, 둘째는 치유라고 했다. 프란시스가 포르티웅쿨라에서 사역을 시작했을 때 팀은 고작 12명에 불과했다. 예수께서 12사도를 거느리신 것처럼 프란시스도 12명의 제자로 출발했다. 프란시스와 첫 팀워크를 이룬 자들은 베르나르도, 에지디오, 실베스트로, 안젤로 등이었는데 프란시스는 첫 동료들과 함께 1209년 로마로 가서 교황 이노센트 3세로부터 회칙을 구두로 인준 받아 작은 형제회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들의 공동체생활의 본거지는 포르티웅쿨라교회였고 이들은 이곳에서 단순하게 삶을 살았다.
프란시스는 포르티웅쿨라에서 그의 제자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을 할 수 있었는데 그 밑바탕의 저력은 무엇일까? 작은 형제회는 회칙에서도 언급했듯이 청빈, 사랑, 평화를 지향했지만 무엇보다도 프란시스의 모범적인 삶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도자가 삶으로 몸소 실천했을 때 제자들은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따라가는 것이다. 더욱이 프란시스는 공동체생활을 하는 제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는데도 앞장섰다. 프란시스의 제자 중 실베스트로가 있는데 그가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였을 때 프란시스가 그를 경멸치 않고 그의 심적 고통을 함께 나누며 치유해 주었다고 한다. 프란시스가 가난하기 그지없는 작은 형제들과 함께 초라한 예배당에서 비전을 제시하며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데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프란시스의 섬김이었다. 공동체생활을 통해 이런 섬김이 몸에 베인 그의 제자들은 훗날 이교도들의 땅으로 들어가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고 복음을 전하는데 밑거름이 된 것이다.
3.3 평신도 선교
중세시대에 프란시스의 가장 큰 업적중의 하나는 평신도 선교이다. 사실 초기기독교시기 때 콘스탄틴 대제가 A.D. 313년에 밀란칙령(Edict of Mian)을 선포한 이후 기독교인이 4배로 증가하면서 구원의 감격이 없는 그리스도인들이 교회로 유입되어 교회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되었고, 그 결과 니케아 종교회의(325년)와 칼케돈 종교회의(451년)로 평신도 선교를 금하였다. 훗날 평신도 선교를 교리적으로 가능케 하였던 인물은 마틴 루터였는데 그의 만인제사장직 원리는 평신도 선교시대를 활짝 열게 하였다. 연구자는 루터로 하여금 평신도 선교시대의 전조(前兆)를 열게 한 사람이 바로 프란시스였음을 밝히고 싶다. 교회 역사가인 필립 샤프(Philip Schaff) 박사는 프란시스가 과거의 수사 중심의 선교에서 평신도 중심의 선교를 열게 하였다고 주장했는데 연구자 역시 이에 동의한다.
프란시스의 평신도 선교는 그가 조직한 평신도 형제회들로 통해 이루어졌는데 이들은 제3수도회(Tertiaries, Third Order) 혹은 참회형제단(Brotherhood of Penitence)으로 1221년에 조직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업에 종사하면서 복음을 전하는데 헌신하겠다고 서약한 평신도 집단으로 훗날 탁발 수도회는 모두 제3수도회로 발전하였다. 프란시스의 목적은 남자와 여자, 기혼자와 미혼자 모두를 포함시켜 평신도들이 수도원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영적인 묘미와 고도의 덕을 경험토록하기 위함이었다. 이들은 사회인과 똑같이 사회적 의무와 가정생활을 하면서 수도원 안에 거하는 수도사와 별 차이 없이 금식, 기도, 예배, 자선, 선교에 동참하며 자신의 신앙을 신장시키며 기쁨과 감사를 경험케 하였다.
제3수도회의 첫 열매로는 루케치오와 그의 부인인 보나 돈나였고, 그 이후에는 아들을 잃은 야고바로 여성인데 그녀는 프란시스에게 “형제 야고바”로 불릴 만큼 가까웠고 프란시스의 사역을 도왔다. 제3수도회는 750년이 지나는 동안 엄청난 회원들이 늘어났는데 유명 인사로는 프랑스의 루이 황제, 헝가리의 엘리자벳 왕녀가 있고, 단테의『신곡』에 나오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단테, 탐험가 콜럼버스도 제3수도회 출신이다. 한국선교연구원(KRIM)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선교사 활동금지 국가가 무려 140개국이라고 보고했다. 앞으로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교회가 지향해야할 선교는 목사 선교사보다 평신도 선교사를 더 많이 파송해야 한다. 감사한 일은 현재 한국교회가 평신도 선교사를 파송한 비율이 70%가 넘는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프란시스는 혼탁한 중세시대에 제3수도회를 통해 평신도 선교시대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귀족과 평민에 상관없이 다양한 계층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 교회와 사회변혁에 큰 일조를 담당하였다.
3.4 신앙 선교
신앙선교(faith mission)란 어떤 고난과 역경도 믿음으로 이겨내며 재정적인 난관을 신앙 안에서 해결하려는 선교를 말한다. 신앙선교로 좋은 본을 보여 준 선교사로는 허드슨 테일러(Hudson Taylor)와 말콤 펜윅(Malcolm C. Fenwick)을 들 수 있겠다. 프란시스는 십자군운동으로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극한 대치 상황에 놓여 있을 때 믿음의 눈을 가지고 이집트 선교에 앞장섰다. 그는 이집트 술탄 앞에 서서 저들이 믿는 태양신이 허망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자기와 왕의 대신을 불구덩이에 집어넣어 타지 않는 사람의 종교가 참된 종교라는 것을 밝히려 하자 술탄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프란시스는 자신만을 불구덩이 집어넣어 타지 않으면 자신의 종교가 참되다는 것을 밝히려고 했는데 술탄은 그의 용기와 신앙에 놀라 그에게 이집트 어느 곳에서든지 복음을 전하도록 허용하였다. 더욱이 술탄은 교회를 짓고 빈자들을 돌보기 위해 돈과 귀한 석재를 선물로 주었지만 프란시스는 이를 거절하였고 그의 청빈성에 감동을 받아 이집트를 떠날 것을 요청하였다.
프란시스의 제자들도 독일, 헝가리, 스페인, 프랑스 등지를 돌아다니며 믿음으로 복음을 전하다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특별히 모로코에 선교하러간 작은 형제회원들은 마귀의 종 모하메드를 버리고 그리스도를 믿어야 구원을 얻게 될 것을 선포하였다. 그러자 무슬림들은 돈을 주며 모로코를 떠나라고 요청하였지만 이들은 “너희들이 그 돈과 함께 망할 것이다”고 말하고 죽기를 자청했고 결국 1220년 1월 20일에 참수를 당했다. 프란시스의 제자들이 무슬림을 대상으로 선교할 때 대결구도로 접근한 것은 분명 지적받을 사항이다. 하지만 그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복음을 전한 신앙사상은 오늘날 우리가 회복해야 한다. 현재 한국교회가 올인해야 할 곳은 10/40 창문지역인데 이 전략은 지역이기주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이곳은 여전히 중요한 전략지 임에는 틀림없다. 이곳은 종교 백화점이 있는 곳으로 개척선교(frontier mission) 전략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프란시스가 우리에게 물려준 신앙선교의 정신으로 접근해야 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3.5 인격
선교사의 사역은 영성(靈性)으로 시작해서 인격(人格)으로 마쳐야 빛이 난다. 어떤 이는 영성으로 시작해서 영성으로 끝나는 이도 있고, 다른 이는 영성은 없고 인격으로 끝맺는 경우도 있다. 프란시스의 경우는 영성으로 출발해서 인격으로 마무리 짓는 사역자였다. 프란시스는 늘 기도와 말씀과 개인전도가 사역의 출발점이었다. 그의 성숙한 영성이 사역의 기초를 닦았다. 이 토대 위에 프란시스는 인격의 지붕을 세웠다. 그는 작은 형제회에게 늘 청빈, 사랑, 정직, 평화, 긍휼을 몸소 실천하였다. 삶으로 가르치는 교육이 가장 파워가 있다고 하지 않았든가! 바로 프란시스가 그러했다. 프란시스의 인격에 감동받아 제자가 된 베르나르도가 있다. 부자였던 베르나르도는 프란시스의 진실성을 점검하기 위해 그를 자기 집에 초대해 함께 자는데 프란시스가 밤중에 일어나 “내주여, 나의 전부여”라고 간절히 부르짖으며 기도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자신의 전 재산을 주인 되는 하나님께 모두 바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프란시스는 인격성화(人格聖火) 그 자체였다. 그의 인격은 부패한 중세사회와 교회를 구하는 도구였다.
한국교회는 앞으로 선교사를 파송할 때 선교사의 인격적인 측면을 꼼꼼히 살펴보고 파송해야 할 것이다. 신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파송할 것이 아니라 그의 성장과정, 가족관계, 부부관계 등을 잘 살펴보고 심한 우울증은 없는지, 주변 사람들과 관계는 잘하는지, 그리고 팀워크에 문제는 없는지를 판단하고 상담하며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인격이 바로 서지 못할 때 관계는 깨어질 수밖에 없다. 염려스러운 것은 한국선교사의 중도탈락 첫 번째 요소가 동료 선교사와의 갈등이라는 보고는 한국사회가 그만큼 경쟁적이다 보니 인성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아픔이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선교사 인성훈련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다.
3.6 한국교회에 대한 제안
선교시작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분명한 확신에서 출발한다. 소명에 따라 한국선교사는 주로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한 영혼의 열매를 주님께 바치려는 자이고, 둘째는 자녀교육 때문에 선교지에 가는 자이고, 셋째는 학위를 목적으로 선교사로 헌신하는 경우도 있다. 소명이 확실치 않을 경우 선교사는 언제든지 주어진 상황에서 타협하거나 빗나갈 수 있다. 한국교회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선교사를 많이 파송한 선교 강대국이라는 것만 자랑하지 말고 정말로 준비된 사람을 파송하고 있는지 자문해볼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선교의 촛대가 한국교회에서 다른 나라로 옮겨 갈 것이라는 예측도 하게 되는데 이 시기에 프란시스를 연구하는 목적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중세교회가 십자군운동으로 인한 교회의 이미지 실추, 사회의 양극화현상, 교회 지도자들의 부패로 큰 혼란에 빠졌을 때 고난을 마다하지 않고 담대히 복음을 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명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프란시스가 받은 소명은 퇴락한 하나님의 전을 재건하라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단순히 외형적인 건물만을 수리하라는 것이 아니라 쓰려져 가는 중세교회를 영적인 집으로 재건하라는 것이었다. 프란시스는 주 예수께 받은 사명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복음을 전했다. 그렇다.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소명의 확신이 있는 자를 파송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아내들이 마치 ‘1+1’처럼 남편에 묻혀서 무임승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도 분명한 소명을 가지고 선교지에 들어가야 하며 이런 풍토가 한국교회에 형성될 수 있도록 우리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4. 프란시스의 잘못된 선교정신과 한국교회에 대한 제안
4.1 현지 언어습득
선교사의 자질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언어습득능력이다. 언어습득이 선교사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바울을 통해 알 수 있다. 그가 죄수의 몸으로 로마로 이송(移送)되기 이전 천부장 앞에 서게 되는데 천부장이 바울에게 “네가 헬라 말을 아느냐?(Do you speak Greek?)“고 물었다. 이 때 바울이 ”No“ 라고 답변했더라면 행22장에서 알 수 있듯이 바울은 천부장에게 그가 만난 예수 그리스도를 간증하지 못했을 것이다. 바울이 구원간증을 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배경은 바로 언어에 있다. 그가 현지 언어에 충실하지 못했더라면 자신이 만난 천부장에게 과감히 간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 선교사는 언제 어디서 천부장 같은 사람을 만날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지 언어습득에 매진해야 한다.
하지만 프란시스와 그의 제자들은 달랐다. 프란시스는 교육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은 터라 그가 세운 작은 형제회에서는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독일, 헝가리, 시리아에 가서 선교할 때에 이들의 초기 선교사역은 대체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현지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자면 형제들이 독일에 가서 독일말을 잘 모르는 체 복음을 전했을 때 “너희들은 이단자가 분명하지?”라고 묻자 이들은 무조건 “예” 라고 답변하여 많은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이들이 겨우 성공할 수 있었던 곳은 스페인에서는 베르나르도의 경험 있는 안내와 그리고 시리아에서는 엘리야의 뛰어난 능력 때문에 가능했다.
감사한 일은 작은 형제회원들이 초기에는 현지 언어습득에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현지 언어습득에 충실하였다. 한 예로 1255년 어떤 수도회가 프란시스회에 선교사들을 보내어 헬라어, 히브리어, 아랍어를 배워오도록 지시했고, 1311년 레이몬드 룰은 사라센 복음화를 위해 무슬림 세계의 언어를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위해 5개의 단과대학을 설립하기도 했다. 스티븐 니일(Stephen Neil) 교수는 룰을 가리켜 “언어 연구를 선교사역에 직접 연관시킨 최초의 사람”이라고 언급했는데 연구자 역시 이에 동의한다. 프란시스가 처음부터 제자들을 선교지에 파송했을 때 현지 언어습득의 중요성을 알고 훈련시켰더라면 더 좋은 열매가 있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4.2 교육
중세 기독교의 타락으로 교회가 더 이상 대중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배척을 당했을 때 프란시스가 슬로건을 내건 것은 ‘삶의 선교’(missions of life)였다. 청빈과 사랑의 선교는 백성들의 관심을 끌었고 호응도 좋았다. 그렇다보니 작은 형제회들을 꼼꼼히 교육시키는 것은 등한시 되거나 무시되기도 하였다. 사실 프란시스는 학문을 장려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식이 허영을 일으키지만 사랑은 덕을 세운다”고 강조한 것처럼, 학문 숭상은 자칫 자신이 추구해온 청빈과 겸손과 덕의 추구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란시스회는 교육선교를 추구한 도미니크회와는 달리 복음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작은 형제회에서 사라센이나 타문화권에 형제들을 파송할 때 회칙을 제정했는데 두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1) 말다툼이나 싸움으로 하지 않고 하나님 때문에 모든 인간들에게 복종하고 자기들이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고백해야 한다; (2) 이방인들이 전능하시고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나님, 성부와 성자를 믿고 구세주요 구원자이신 아들을 믿게 해야 한다. 이 규정을 보면 오늘날 선교훈련원에서 일반적으로 다루는 타문화권 이해, 언어습득, 제자훈련, 선교전략에 관한 사항은 전혀 요구치 않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프란시스회는 당시 시대적 흐름에 순응하여 1230년 파리대학에 수도원을 설립하면서 점차 교육에도 관심을 갖고 투자하기 시작하여 그 이후 유명한 신학자나 성경학자들도 많이 배출했다. 사실 프란시스의 공교육은 14세까지로 짧지만, 그의 뛰어난 영성과 인격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끌어 당겼다. 하나님은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않고 그 중심을 보시고 사용하시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의 제자들을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양육하고 훈련해서 선교지로 파송했더라면 하는 여운이 남는다. 그들의 희생과 열정은 지금도 우리에게 귀중한 정신적 유산으로 남지만 이방 땅에 어떤 도구(tool)을 가지고 접근해야 옳을 것인지 파악하고 훈련시켰더라면 실수하지 않고 마음고생하지 않았을 터인 데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4.3 건강
윈스톤 크롤리(Winston Crawley)는 선교사의 자질 중 첫 번째로 건강을 꼽았다. 한국 선교사들은 사역에 중점을 두다보니 건강에 등한시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프란시스 역시 그러했다. 그의 건강 상태는 어려서부터 의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만큼 허약한 체질이었다. 케네스 라토렛(Kenneth S. Latourette) 교수는 프란시스가 회심을 하게 된 동기도 그의 “신병(身病)과 절망” 그리고 “영혼의 고통스러운 내적투쟁” 이라고 지적했다. 프란시스의 건강 악화는 예전의 방탕아를 새사람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과감한 결단력은 인생을 완전히 바꾸었고, 과거에 그렇게 싫어하던 나병환자에게도 다가가 입 맞추며 그들의 몸을 닦아주는 사랑의 사도로 변하게 되었다.
그런데 프란시스는 회심한 지 20년 동안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혹사시켰다. 그는 자신의 병약한 몸을 형제 나귀(Brother Ass)로 별명지어 자기 육체에 너무나 많은 고문을 가했기에 그는 끊임없는 안질, 두통, 폐렴 등으로 고생을 했다: “나의 형제 나귀여, 나의 형제인 나귀여, 나를 용서하시오. 너무나 그대를 확대했소.” 그는 질병을 고난으로 여기지 않고 자매들(sisters)로 생각했기에 몸의 질병을 더 큰 사랑으로 포옹할 수 있었다. 말년에는 병세가 너무 악하여 앞을 보지 못하는 소경으로 15일 동안 시름하고 있을 때 클라라(Clare)의 지극한 간호가 프란시스에게 용기를 주기도 했다. 시력의 통증을 느끼는 소경 프란시스는『태양의 노래』를 몸소 지어 육체의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찬양하기도 했다:“우리 형제 저 우람한 태양의 찬송을. . .온 누리, 대낮을 주관하는 태양 우리 하나님이 바로 그를 통해 우리를 비추고 계시는 것, 오! 태양은 너무도 눈부셔 얼마나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는지요. 지극히 높으신 주여 태양이야말로 바로 당신의 모습입니다.”
한국교회는 프란시스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복음 전하는 그 열정과 희생정신은 본받아야 할 것이다. 다만 자기 제자들에게도 병든 자가 있다면 병이 회복되기를 힘쓰지 말고 자신의 질병을 하나님께 맡기고, 모든 운명에 감사하고, 하나님께서 작정한 뜻보다 더 잘 살려고 애쓰지 말라고 부탁을 한 것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몸을 잘 관리하는 청지기 역할도 선교사에겐 꼭 필요하다. 프란시스가 자신의 지병(持病)을 생각지 않고 사역에 올인하는 그 정신은 너무나 감동적이긴 하나 그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몸을 돌보고 관리했더라면 더 좋은 일들을 많이 했을 터인데 라는 아쉬움을 갖는다.
4.4 한국교회에 대한 제안
프란시스가 우리에게 물려준 선교정신 가운데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가 ‘성도로서’(as a Christian)의 삶이 너무 약하다는 점이다. 회심이후 곧 바로 가난(poverty)과 결혼한 그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청산하고 청빈과 순결의 삶을 산 것은 감사하기 그지없다. 그의 제자들도 동일하게 프란시스의 삶을 따랐다. 선교사는 “영성으로 시작해서 인격으로 마쳐라”는 슬로건이 이루어질 때 사역의 풍성한 열매를 맺는데 프란시스는 이 모든 것을 다 잘 갖추었다. 안타까운 것은 중간 단계인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이 미약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회심하고 난 이후 사역자로 헌신하기까지 성도로서 자세와 역할 그리고 제자양육 등의 훈련이 필요한데 프란시스에게는 이런 과정이 약하다.
프란시스의 회심이 워낙 극적이라서 그런지 그가 타인들과 함께 교회생활에서 겪는 갈등과 번민, 그리고 이것을 해결해 나가면서 성숙해지는 믿음의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에게는 이러한 것이 부족하다. 한국교회가 선교사를 허입할 때 고려할 사항은 예비 선교사가 교회생활에서 얼마나 충실히 신자로서의 삶을 살았는지 확인 작업을 해야 한다. 프란시스처럼 소명을 받기는 했지만 평소 신앙생활에서 하나님께 드려진 영적인 열매가 있는지 없는지 체크해야 한다. 한국 땅에서 풍성한 신앙경험이 쌓여 있어야 언어와 문화가 다른 타문화권에 가서도 담대히 사역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5. 나가는 말
선교사의 큰 고민거리는 사람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이다. 머리로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힘들지만 가슴으로는 쉽다. 프란시스가 바로 그러했다. 프란시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그의 뜨거운 영성과 따뜻한 인격이었다. 예를 들어 작은 형제회가 1221년에 제정한 제1회칙을 보면 전체 24장 가운데 무려 23장이 영성과 인격에 관한 부분이고, 1223년에 만들어진 제2회칙 역시 총 12장중에서 무려 11개가 영성과 인격과 관련되어 있다. 프란시스가 꾸려 나갔던 작은 형제회는 무엇보다도 인성(人性)에 포커스를 둔 것을 알 수 있다. 롭 브린졸손(Rob Brynjolfson)은 선교사를 위한 통합적 훈련은 “알라(Know)”와 “하라(Do)”와 “되라(Be)”가 골고루 균형을 이루어야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고 했는데 이 세 가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훈련이 “되라(Be)”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자 역시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현재 “알라(Know)”와 “하라(Do)”에 집중하여 선교사를 훈련시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시설, 운영비, 간사 등의 여러 요소로 인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겠지만 프란시스의 작은 형제회는 그렇지 않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초기 그의 훈련은 “알라(Know)”와 “하라(Do)”가 거의 없고 오히려 “되라(Be)”에 집중하여 불균형을 이루었지만 나중에는 이 세 가지가 골고루 균형을 이루어 종교개혁시기까지 중세교회를 지켜가는 횃불이 되었다. 그가 이처럼 인성을 강조한 이유에는 그의 성격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연구자가 보기에 프란시스의 성격유형은 ESFJ(친선도모형)에 가깝다. 그가 회심하기 전 놀이꾼으로, 장사꾼으로, 음악가로, 언변가로 살다보니 늘 그의 곁에 사람이 달라붙었다.
그렇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사도 바울의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3:13-14)의 고백처럼 프란시스 역시 끊임없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잊지 않고 그리스도를 향해 달려갔기에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로버트 클린톤(Robert Clinton) 박사는 “하나님은 90% 헌신한 100명의 사람보다 100% 헌신한 단 한명의 사람을 사용하신다”고 했는데 프란시스가 그러했다. 그는 마치 ‘하나님의 어릿광대’처럼 자신을 돌보지 않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에 모든 것을 바쳤다. 그는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기고 했고, 자신의 영성을 관리하는 데는 타협하지 않았으며, 희생과 사랑이 넘치는 그의 인격은 부패한 중세사회를 녹일 수밖에 없었다. 프란시스의 ‘삶의 선교’가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회복된다면 한국선교는 미래가 밝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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