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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아름다운이야기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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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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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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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ad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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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에서 만난 발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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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발이 우리 발을 지키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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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면 난 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모른다. 그래서 그냥 고개를 숙인 채로, 내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발들을 관찰한다. 2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의 발들을 관찰하다 보면, “인생의 길”이 보이는 듯하다.
다양한 발들이지만, 그 발을 감싸는 신발들은 ‘모양, 색상, 디자인, 편안함, 취향, 가치관, 세계관’이란 새로운 관찰의 스펙트럼을 통해, 신발들만이 들려 줄 수 있는 깊은 내공이 담겨진 인생의 메시지를 발산하는 듯 하다.
다양함속에서 발견되는 ‘신발의 신발다움’은 주인의 발을 잘 보호해 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일을 중요하게, 중요한 때에 수행하라”는 리더십의 격언이 생각난다. “주인님의 발을 잘 보호하라”. 신발들에게 내려진 사명이다.
주인의 발을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하는 신발의 심정은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 많은 사람들은 심히 고통스러워 하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발과 공생해야 하는 신발의 운명이 너무 기구한 듯하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그 발에서 흘러 내리는 핏줄기, 지하철을 왔다 갔다 하면서 외쳐되던 어느 미친 듯한 기독교 할아버지의 갈라지고 찢어져서 굳어져버린 그 험상 굳은 발바닥, 당뇨로 인한 감염 합병증으로 세 번이나 다리 수술을 해서 왼쪽 발이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내 아내의 뚱뚱 부어오른 곰 발바닥 같은 아픈 발, 이 세상에는 참 많은 발들이 말 못할 사연들을 간직한 채, “발들의 행진”을 계속해 가는 듯 하다.
주인의 발을 지키기 위해, 신발들은 처절한 싸움과 생존의 대가를 지불하면서 영광의 상처들이 깊어져만 간다. 신발속에 스며드는 발들의 깊은 내면의 상처들을 관찰하다보면, 그 신발 주인의 “영성과 인생”이 보이는 듯 하다. 어디에서 사는지도 보이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도 보이고,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 인생인지도 보이는 듯 하다. 신발들의 하루일과를 그대로 다큐멘터리로 촬영한다면, 엄청난 삶의 지혜를 터득할 것이다.
오늘 내가 만난 지하철 안에서의 발들은 분명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장례식의 곡소리일까? 메시아를 공연하는 아름다운 4부 합창의 성가대일까? 신발의 한 많은 인생을 소리로 뿜어대는 소리꾼의 판소리일까? 사랑에 굶주린 현대인들의 절규하는 신음소리일까? 도를 깊이 수련하는 자의 맑은 영성일까? 우리를 부르시면서 함께 놀자고 외쳐대시는 예수님의 축복된 음성일까? 속고 속이는 거짓된 자들의 속임수일까?
신발의 탁월한 사명이 ‘지켜주는 것’이라면, 우리의 삶도 누군가를 지켜 주어야 하지 않을까? 내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부터 지켜야 하고, 내 공동체도 지켜야 하고, 내 이웃들도 지켜 주어야 하고, 자연도 지켜야 한다.
오늘 내가 만난 그 발들은 지하철이란 공간 안에서 만난 “지하철 운명 공동체”였다. 원하든 원치 않든 지하철 안에서 맺어진 “찰나의 운명 공동체”였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발들은 최대한으로 다른 사람들의 발을 안 밟으려고 노력했다. 온 전심을 다해, 남의 발을 안 밟으려고 노력한 것이다. 수많은 넘어짐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지하철 안에서 잘 생존했던 것이다. 자살 공화국의 예방약이 ‘지하철안에서의 깊은 신발 공동체 영성’이라니...
신발이 우리 발을 지키듯, 우리는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그 사람, 그 이웃, 그 자연을 향해 당신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이젠 너무 바쁘게만 살지 말고, 지하철에서 만나는 인생의 “바보열전”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그 발들을 통한 깊은 깨달음을 향해, 오늘도 난 지하철에 내 몸을 실어본다.
이영민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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