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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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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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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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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ad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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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먼 자들의 도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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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 누가 눈먼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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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 (Jose Saramago)가 쓴 ‘눈먼 자들의 도시’ (Blindness)를 올 여름 천북농장에서 읽다가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졸려서 보다말다 하다가 아직도 반쯤이나 남아서 해를 넘기게 되었는데 마침 한국에 오니 그 소설이 영화화 되어 상영되고 있었다.
모처럼 영화관의 압도적인 화면과 음향에 빠져들었다. 시작은 한 사내가 복잡하고 바쁜 현대 대도시 한복판에서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갑자기 눈 앞이 희뿌연 백색으로 덮여서 실명하게 됨으로써 급박하게 사건이 전개된다.
전염 가능성 100퍼센트의 백색실명병은 원인도 치료법도 모른다. 도시 당국의 대책은 감염자들을 격리수용하는 것밖에 없다. 온갖 문명과 질서로 채워진 도시 그리고 그 속에서 멋과 유행을 따라 멋지게 깔끔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사실 먹고 싸고 본능적 욕구를 채워가는 이기적인 동물에 다름 아니다.
오직 안과의사의 아내 혼자만 눈을 뜨고 끔찍한 모든 사실들을 보며 자기 남편과 다른 사람들을 헌신적으로 돌본다. 그녀는 백색 실명병에 걸리지 않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생명적 모성애를 잃지 않는다.
그녀는 세상을 구원할 희망이며 바로 보는 빛이다. 그런데 원래부터 눈먼 자들이 있는데 그들은 갑자기 눈먼자들보다 훨씬 익숙하게 세상에 적응해 있다. 그들은 수용소 안의 모든 보급품을 자기들 손아귀에 넣고 마음대로 가격을 정하여 다른 이들의 재물을 약탈하고 나중에는 여자들을 요구한다.
원래부터 눈먼 자들이 과연 누구일까? 갑자기 백색 실명에 빠진 자들은 누구일까? 정부, 은행, 시장 등 모든 시스템이 붕괴되고 죽음이 엄습한 황량한 도시의 모습은 오늘의 경제위기가 탐욕에 눈이 멀어서 온 것이며 결국 세상을 몰락시킬 것을 예고한다.
탐욕을 경제발전의 동기로 여기는 ‘자유주의자’ 들이 주도하는 경제가 수천개의 핵폭탄보다 더욱 파괴적일 수 있다.
출처 : 떨기나무 2008년 12월 / 송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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