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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단체 > 바울선교회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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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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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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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ad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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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구 센세이의 꽃 사랑/이인숙 선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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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사수상록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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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센세이! 말뜻으로 본다면 젊은 선생님이다. 그런데 그 말의 시작은 본래의 뜻과 전혀 다르게 이루어졌다. 일본 목사님들이 이영숙 선교사님의 이름 중 ‘영’ 자를 따서 부르기 싶게 만든 호칭이다. 양-구 센세이는 이동은 목사님의 사모님이다. 우리보다 5년쯤 앞에 오셔서 지금의 나리타시, 토미사토시, 야치마타시 지역(일본 그리스도교단 북총분구)을 위해 일하셨다.
이동은 목사님은 맹인이다. 6?25전쟁 때 학도병으로 참전하여 싸우다가 폭탄이 떨어져 온 몸에 파편을 맞고 실신하였으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그 후로 장로회신학대학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목사가 되었고 후에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목회를 하다가 1990년 1월 1일에 미국 남장로교단의 파송을 받아 일본선교사로 왔다. 바울선교회 선교사가 일본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준 분이기도 하다. 우리가 일본에 들어온 지 15년 전만 해도 일본 비자 얻기가 참 어려웠다. 이동휘 목사님을 통해서 이동은 목사님을 소개받아 일본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9개월이란 긴 시간을 기다려 일본에 들어왔다. 일본에는 이동은 목사님과 사모님 이외에는 아는 분이 없었다. 일본소속 교단도 같고 집도 가까운 거리라 자주 찾아 뵈었다. 사모님이 만들어 준 요리가 얼마나 맛이 있던지, 가난한 그 시절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소탈하신 사모님을 대하기가 편했고, 남편 목사님을 정성껏 섬기시는 사모님이 존경스러웠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찾아가 친정 어머니 앞에서 하듯 푸념도 했다. 그럴 때마다 사모님은 “감사하세요. 모든 것이 감사할 것뿐이에요.”라고 하셨다. 그때는 그 말씀이 싱거웠다. 위로라도 해주고 격려라도 해주면서 감사하라고 하면 맛이 있을 텐데, 거두절미하고 “감사하세요.” 하니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얼마나 철없는 짓을 했는지 얼굴이 뜨겁다. 사모님의 삶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어떻게 사모님 앞에서 어리광을 부릴 수가 있었을까. 목사님은 언제나 당당했다. 일본 목사님들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 낯뜨거운 말도 서슴없이 하기 때문에 옆에 있는 사람이 무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기에 조금이라도 일본 목사님들에게 약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목사님의 그런 당당한 모습이 오히려 보기 좋았다.
목사님의 찬양 부르시는 음성이 너무나 은혜로워 그 목소리에 반해서 사모님이 직접 프로포즈를 했단다. 순정의 러브스토리가 아름답다. 아무나 선택할 수 없는 길을 사모님은 선택했다. 믿음이 아니고는 갈 수 없는 길을 스스로 선택할 만큼 마음이 큰 그릇이다. 후배 앞에서 한 번도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말씀을 안했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얼마나 속으로 참고 삭였으면 두 개의 유방을 잘라내는 수술을 해야만 했을까. 죽음의 사선을 오고 가는 중에도 사모님을 위로하기보다 앞이 안 보이는 목사님이 혼자서 사실 것을 걱정하는 주위 사람들이 야속하게 보였다고 말씀하던 사모님이 참 쓸쓸해 보였다. 사모님의 삶에는 자신은 없고 늘 목사님이 있었다. 목사님이 살아있는 한 먼저 죽을 수도 없는 사모님이기에 하나님이 살려 주셨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주 건강하게 사신다. 그런 사모님을 보면서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지, 남편에게 감사하면서 더 잘해 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충만케 했다.
2007년 7월 3일, 일본 선교를 은퇴하시고 미국으로 돌아가신 지 7년 만에 목사님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이 땅을 떠났다. 목사님과 사모님이 함께 한 시간은 무려 52년, 반세기를 같이 하였다. 보통 부부와는 다르다. 어디를 가든 두 손을 꼬옥 잡고 사모님은 목사님의 눈이 되었다. 식사를 할 때에 사모님은 목사님의 손이 되었다. 두 분은 떨어질수 없는 하나였다. 그런데 반쪽을 남겨 놓고 본향으로 돌아갔다. 늘 어둡기만 했던 이 세상을 떠났다. 영원히 어두움이 없는 광명한 곳으로 갔다. 지금 목사님은 찬란한 빛으로 둘러 싸여 눈이 부실 것이다. 그리운 모든 분들을 직접 눈으로 볼 것이다. 손으로 보고 귀로 보던 것은 이제 끝났다. 눈과 손과 귀는 제 기능으로 복귀하여 즐겁게 지내실 것이다.
사모님은 꽃을 참 좋아했다. 복잡한 것은 싫다며 국화와 장미만을 키웠다. 특히 국화를 좋아하여 온통 국화밭을 만들었다. 캐나다 선교사가 쓰던 집에서 살았는데 앞 마당이 넓었다. 그곳에 국화를 가득히 심었다. 봄부터 시작하여 한 여름을 지나 가을도 느지막해야 피는 국화를 좋아했다. 국화가 피면 일본 목사님을 초청하여 꽃구경을 시켰다. 그뿐인가? 풍성한 한국요리를 손수 만들어서 대접을 하였다. 우리 가족도 불러 주어서 무척이나 행복했었다. 만발한 꽃이 아름다워 몇 가지 꺾어 꽃병에 담아 식탁에 올려 놓고 싶어 사모님에게 물었다. 정색을 하며 그러지 말라고 했다. “목사님이 불구가 되신 것이 너무 마음 아파 나는 어떤 꽃도 꺾지를 않아요.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좋아요” 했다. 마음이 찌잉했다.
사모님의 국화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선교사 임기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전화가 왔다. 살던 집에 가서 국화 뿌리를 캐서 미국으로 보내 달라는 것이다. 미국에 있는 국화를 심었다가 실패했다면서 그리움이 담긴 일본 국화를 피우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 집에 가서 국화 뿌리를 뽑아 가지고 왔다. 국화는 꺾꽂이를 해도 잘 살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국화 뿌리를 물에 젖은 티슈로 싸고, 그 위에 비닐로 다시 싸서, 상자에 넣어 보냈다. 16개 중에 2개가 성공했다고 연락이 왔다. 매년 뿌리가 번져 일본 국화가 아름답게 피고 있다고 자랑했다.
드디어 미국에서 활짝 핀 일본 국화를 볼 기회가 왔다. 목사님이 많이 편찮아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사모님이 말했다. 살아 생전에 찾아 뵙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큰 마음먹고 미국에 갔다. 처음으로 밟는 미국 땅이었다. 2006년, 마침 11월초라 만발한 국화를 볼 수 있었다. 모두가 노란 꽃이었다. 살아남은 것이 노란 뿌리 뿐이었기 때문이다. LA의 롱비치에 위치한 집은 햇볕이 잘 들었다. 그 햇살을 받고 일본 국화가 얼마나 아름답고 풍성하게 피었는지 모른다. 그 동네에서 가을을 아름답게 가꾼 집으로 이웃들이 꽃구경을 하러 찾아온다고 하였다. 지나가는 차들은 속도를 줄이고 감상을 한단다.
지금에 와서야, 유난히 국화를 좋아했던 사모님의 그 깊은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봄을 지나, 한 여름을 보내고, 가을도 무르익을 때 피우는 국화는 사모님의 삶을 닮았기 때문이 아닌가. 긴 인내의 시간들을 지나 한 해가 기울어지는 계절에 화려하게 피어 오르는 국화같은 인생을 살았던 사모님, 그 삶의 지혜를 나는 배운다. 영원을 사모하는 자만이 누릴 줄 아는 그런 삶을 산 자의 지혜. 모두가 현실에 잡혀 울고 웃을 때 사모님은 이 현실 위에 있는 경이롭고 큰 나라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아무도 알아 주지 않는 외롭고 힘든 길이었지만, 영원한 나라에서 누릴 기업의 영광의 풍성함을 바라보며 감사와 기쁨으로 살 수가 있었다. 52년의 인생을 국화를 키우듯 준비하며 살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봄꽃놀이를 즐기고, 한 여름의 풍성한 화원을 자랑할 때 묵묵히 늦은 가을에나 피우는 국화를 가꾸었다. 지혜로운 다섯 처녀같이 영원한 나라에서, 국화와 장미가 만발한 크고 넓은 정원에서, 사랑하는 신랑 예수님의 품에 안기어 걸어갈 것을 알고 있었다. 너무 행복해서 나비처럼 훨훨 나르듯이 걸어가는 소망이 보였다. 저쪽에서 건강하고 멋진, 온전한 한 청년이 유난히 반짝이는 눈빛으로 사모님 앞으로 걸어온다. 빙그레 웃으면서 국화 한 다발을 내민다. “이영숙 자매님, 결혼을 축하 드려요. 너무나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네요. 저 세상에 있을 때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어 고마웠어요. 당신같이 아름다운 신부가 내 친구인 것이 자랑스러워요.” 앞서 하나님 나라에 간 이동은 목사님이시다.
사모님, 사랑해요. 목사님 안 계셔도 식사 꼭 챙겨 드시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사셔야 해요. 일본선교의 문을 열어 주셔서 감사해요. 지훈이와 지석이가 일본선교 대를 이어 충성하겠다고 나섰어요. 지석이는 벌써 자기 아들 인하를 일본선교사로 드리기로 했대요. 그리고 사이다마켄 노조미교회의 이종현 선교사도 3층짜리 건물을 사서 수리하고 헌당예배를 드렸어요. 얼마나 멋진 교회인지 몰라요. 이 모든 것이 이동은 목사님과 사모님의 열매이에요. 큰 일 하신 거예요.
존경하는 이영숙 일본선교사님, 화이팅! 양-구 센세이, 화이팅!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출처 : 바울선교회지 114호(2008.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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