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 섹션 |
 |
오피니언 > |
등록일 |
|
2008-06-12 |
|
|
|
|
|
|
| 작성자 |
|
조성규 (csk0524) |
|
|
|
|
|
|
|
|
|
|
| 오해 |
|
| 두 남자의 이야기, 네번째 |
|
A씨는 몬돌끼리(언덕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뜻)로 향하던 중이었다. 캄보디아를 보다 잘 알고 있는 다른 분들과 함께 랜드크루저 2대에 나누어 타고 흙먼지를 일으켜 가며 달려 가고 있었다.
몬돌끼리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다. 프놈펜을 출발하여 캄퐁참을 거쳐 일본 사람들이 잘 닦아 놓은 도로를 지나 “스놀”을 지날 때까지만 해도 몸과 마음이 모두 즐겁다.
그러나, 비포장도로를 만나게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캄보디아 답지 않게 울창한 숲이 있고, 때론 꽤 경사진 길을 꼬불꼬불 올라가야 한다. 좌우로는 높은 나무들과 금방이라도 야수들이 뛰쳐나올 듯한 우거진 정글들이 지나는 차량을 비웃는 듯 하다.
사실, 차안에 앉아 있는 자체 만으로도 보통 곤욕이 아니다. 운전은 운전사에게 맡기고 뒷자리에 편히 앉아 눈을 좀 붙일 작정을 했다면 오산이다. 천정에 머리가 부딪혀 목뼈가 부러지지 않을까, 들썩들썩하는 의자 때문에 허리를 다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실제로 허리를 다치는 사람도 있다.
현지인들은 오토바이를 타고도 이곳을 잘 지나곤 한다. 우리 동포중에도 이곳을 지날 때에 오토바이를 애용하시는 분이 있다. 오토바이가 더 빠르고 편하단다. 현지인들 중에도 그곳 지리에 밝은 사람은 한껏 운전솜씨를 자랑하며 속도를 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커브를 돌기도 한다. 필요할 때마다 저속기아를 사용해 주는 기교도 자랑한다.
하지만, 어떤 현지인 운전사는 도무지 말귀도 못 알아 듣는 것 같고, 조금만 신경을 쓰면 평평한 길로 갈 수 있겠건만 울퉁불퉁한 곳으로만 아무 생각없이 차를 몰아 간다. 온몸에 힘을 있는대로 주고 있지만, 좌우상하로 마구 흔들리다 못해 앞자리에 머리를 쳐박기도 한다.
A씨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현지인 운전사에게 뒷자리로 가라고 했다. 그리고는 운전대를 잡았다. 미개하고 운전도 못하는 현지인 운전사에게 운전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보여주기라도 하듯 요리조리 핸들을 돌려가며 운전한다.
길이 그리 어려워 보이지도 않았다. 조금 속력을 내도 불편하지 않을 듯했다. 왜 그랬을까? 하늘이 정해 놓은 그의 삶은 거기까지였던가? 몬돌끼리까지는 불과 몇십Km도 남지 않았었는데......
A씨는 공사를 알리는 큼직한 표식(사실, 그것은 바위였다고 한다)을 피하려다 그만, 길옆으로 구르고 말았다. 차는 옆으로 세바퀴를 돌았고, 그는 앞창 유리를 뚫고 바깥으로 튕겨 나가 목뼈 골절로 현장에서 즉사했다.
조수석에 타고 있었던 현지인 가이드 역시 중상을 입고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현지인 운전사, 뒷자리에 동승했던 다른 우리 동포도 역시 온전치는 못했다.
전에 딸을 잃고 눈물을 감추지 못하던 어느 불쌍한 B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아누크빌에서 프놈펜으로 올라오던 편도 1차선, 왕복 2차선의 도로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B씨는 조수석에 자신의 아내와 7살짜리 딸, 뒷자리에는 다른 가족들을 태우고, 차를 몰고 있었다. 조수석의 아내는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지만, 딸은 엄마가 무릎위에 앉혀 팔로 감싸고 있었을 뿐이었다.
트럭을 추월하려한 것이 화근이었다. 추월하려던 찰나, 상대편에서 달려오는 차량을 발견하고 다시 원래 차선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만,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다시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길가에 서있었던 나무를 들이받은 것이다.
속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일그러진 랜드크루저 차량과 길가에 서있다가 갑자기 봉변을 당한 나무의 상처를 통해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조수석쪽 충격이 가장 컸다. 엄마는 안전벨트 덕분에 내장 출혈과 다리 골절 등의 중상을 입고 간신히 살았다.
그러나, 딸은 엄마 무릎 위에 앉은채로 머리를 차량 내부 앞쪽에 부딪치는 바람에 현장에서 두개골 함몰로 사망하고 말았다. 5분전까지만도 시아누크빌에서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들을 즐겁게 조잘거리고 있었는데, 싸늘하게 식은 주검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B씨는 왜 중앙선을 넘어 나무를 들이 받았을까? 너무 놀란 나머지 핸들을 급하게 오른쪽으로 돌렸다가 오른쪽으로 튕겨 나갈 듯 싶어 다시 왼쪽으로 급하게 틀었을까?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는 바람에 차량이 균형을 잃고 반대편으로 넘어가 버린 것일까?
그러나, A, B 모두, 캄보디아에 온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모두가 초행길이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죽은 딸을 안고 응급실에서 통곡해 보아도 이미 늦은 일이었다.
캄보디아인이 우둔해 보이는 오해, 이러한 근거없는 오해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열등해 보이는 현지인의 겉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만용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죽음까지도 부를 수 있는 검증되지 않은 오해들, 자신이 인식하지도 못한 채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어지는 오해들, 우리는 얼마나 더많은 오해들을 아무런 의심없이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지......
( 다음주 : 월세 )
캄보디아대사관 박형아 영사
(012-81-9393/copnjoy@yahoo.co.kr)
=========================================================================================
박형아 영사는 경찰대를 나와 2006년에 캄보디아의 최초 경찰영사로 부임하였다. 그는 결혼하여 부인과 함께 슬하에 2남 1녀의 자녀들과 함께 프놈펜에 거주하고 있으며 2009년에 본국 근무관계로 돌아갈 예정이다.
- 캄보디아에 조성규(kcmcsk@hanmail.net) -
|
|
|
| |
|
 프린트
 메일보내기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