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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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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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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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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규 (csk05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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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CK MON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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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남자의 이야기, 세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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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Money는 미국 속어로 검은 돈, 즉 부정한 돈을 의미한다.
1991년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초급간부로 경찰에 처음 입문했을 때 내 월급은 17만원인가 그랬다. 당시 총각인지라 부양할 가족도 없었지만, 17만원으로는 일주일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1993년 목포경찰서 형사계장을 하던 무렵, 추석 같은 명절이면, 형사계 형사들은 어김 없이 관내 돈좀 있는 회사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와서 상납도 하고, 자기도 쓰고 하는 것이 관례였다.
당시, 사회경험이 없었던 나는 ‘모두가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다. 괜찮다’면서 부하직원이(또는 상사가) 쥐어주는 돈봉투를 어찌해야 할 지 몰라 한참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같으면, 단호히 거절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이지만, 그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1994년 이런 부패고리를 끊고자 경찰청 개혁사업의 일환으로 각 경찰서 수사과 조사요원들(순경~경사)을 초급간부인 경위로 교체할 계획을 세웠고, 시범케이스로 서울의 노른자위(?) 강남,서초,송파,강동 4개 경찰서를 우선 시범운영하기로 했었다.
나는 송파경찰서로 배치되었다. 처음 조사를 시작하던 날, 신분증을 보여 달라는 나에게 신분증 밑에 만원짜리 한 장을 꼬깃꼬깃 접어 숨겨서 함께 주려 했던 어떤 트럭 운전사를 아직도 기억한다. “이게 뭡니까?”라며 엄하게 꾸짖을 기세인 내 얼굴을 보고도, 그 사람은 천연덕스럽게 웃으면서 ‘아~ 왜 이러십니까?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잘 좀 조사해 주십쇼’ 그런다.
당시 조사계 직원들은 사건당 적게는 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씩 챙겨 이를 상납하여 보직을 유지하는 한편, 집도 사고 했다는 소문들이 있었다.
“경찰공무원 박봉인 거 다 압니다. 공무원이 월급만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나요? 괜찮습니다. 받으세요. 성의를 너무 무시하는 것도 예의가 아닙니다.~?”
돈을 건네주는 방법도 여러 가지 종류다. 책상위에 던져놓고 도망가는 나몰라형, 상사나 지인을 통해 전달하는 나름대로 세련형(?), 주머니에 억지로 찔러 넣는 막무가내형, 책상 밑으로 쿡쿡 찌르는 응큼형......
이런 공세에 한번 말려들기라도 하면, 그 이후로는 그 돈의 노예가 되어 버리고 만다.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다가도, 한번 두 번 계속 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담력이 생기고, 나중에는 거꾸로 돈을 요구하기까지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 곳 캄보디아 말단 공무원의 월급은 그야말로 박봉이다. 한 달 월급이 $20~$30 수준이다. 이러한 박봉은 소위 Black money를 합리화하는 아주 좋은 핑계거리가 된다. 때로는 아주 당당하게 Donation 또는 contribution이라며 Black money를 요구한다.
때로는, 동포들로부터 “교통경찰에게 잡혔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전화도 걸려온다. 어떤 동포는 “얼마를 주는 것이 적정하냐”고 묻기까지 한다.
물론, “대사관 직원이 어떻게 얼마를 주라고 얘기해 줄 수 있습니까? 원칙대로 경찰서에 가서 조사받으시고, 정당하게 범칙금을 내십시오”라고 설명해 주지만, 이런 질문 자체가 사실 달갑지는 않다.(자신이 잘못을 저질렀으면, 응당한 처벌을 받으면 그 뿐 아닌가?)
원칙을 지킨다는 것, 그것은 희생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원칙은 무슨 원칙? 원칙이 밥 먹여주나? 그냥 몇푼 주고 빨리 빠져 나오는 게 최선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 캄보디아인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고 생각하면서, 실제 내가 아쉬울 때는 적당히 타협하면서 산다는 것이 왠지 떳떳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
공무를 수행하는 데에도 Black money는 목적달성을 좀더 수월하게 해 준다. 그러나,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으로서 Black money를 활용하고픈 생각은 없다. 많은 동포들이 이미 이곳 관료들과 경찰관들에게 Black money의 맛을 알게 해 주었다.
이는 매우 어리석고, 지극히 이기적인 짓이다. 당장 내 눈 앞에 있는 일은 쉽게 해결될지 몰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나 스스로도 더욱더 많은 것을 요구받게 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그 악영향이 미치게 된다. 아울러, 캄보디아 사회를 더욱더 어둡게 만드는 짓이다.
이러한 사람들일수록 “캄보디아는 부패의 천국이야”라고 말하기 좋아한다. 누가 캄보디아를 부패의 천국으로 만들고 있는지......
세계 11위 경제대국이자,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의 국민이 세계 125위 나라 관료들에게 돈 몇푼 더 벌겠다고, 조금 불편하다고 뇌물을 쥐어 주고도 부끄럽지 않다는 말인가?
(다음주 : 오해 )
캄보디아대사관 박 형아 영사
(012-81-9393/copnjo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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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아 영사는 경찰대를 나와 2006년에 캄보디아의 최초 경찰영사로 부임하였다. 그는 결혼하여 부인과 함께 슬하에 2남 1녀의 자녀들과 함께 프놈펜에 거주하고 있으며 2009년에 본국 근무관계로 돌아갈 예정이다.
주) 요즈음 캄보디아의 공무원 월급이 다소 올라 $50-60정도이며 교사, 경찰, 구청의 하위직 공무원 월급이다.
가능하면 현장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으며 경찰서로 갈 경우는 범죄의 여부와 상관없이 최하 $100 이상을 줘야한다.
- 캄보디아에 조 성규(kcmcsk@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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