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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한인교회 >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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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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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ad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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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희와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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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교회 길목에서 - 유양진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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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더듬이라고 하면 곧이들을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말더듬이입니다. 지금도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 말을 더듬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치고 고등학교 입학한지 4개월만에 학교를 그만 둘 때까지 죽기보다 싫었던 과목이 국어시간이었습니다. 책 읽을 시간이 되면 심할 경우엔 바지에 오줌이 배어 나올 정도였습니다. 차례가 되어 글을 읽기 시작하면, 반 전체가 책상을 두드리고 교실이 떠나가도록 웃음이 터지곤 했습니다. 제게 주어진 할당량을 다 읽을 때까지 다리를 굴러야 하고 책을 손에 든 채 좌우로 반 바퀴씩 돌아야만 글이 읽혀졌습니다. 아이들은 그것을 재미있어 했습니다.
지금도 신기한 것은 이야기 할 때는 막히는 부분만 넘어서면 시작한 이야기를 막힘 없이 끝내는데, 이상하게도 글 읽을 때만은 그것도 심하게 말을 더듬었습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자습시간만 되면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거의 예외 없이 내가 하는 이야기를 하나 듣고 자습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때는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아이들에게 들려 줄 이야기가 참 많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나의 이야기를 참 재미있어 했습니다. 그러나 책만 읽으면 온 몸을 뒤틀어가며 단어 하나를 힘겹게 읽어야만 했는데,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뒷골이 당깁니다.
조승희군의 사건에서 간간이 묻어 나오는 증언가운데 관심을 끄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조승희는 수업시간에 책읽기를 싫어했다고 했습니다. 읽을 차례가 되어도 읽지 않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억지로 읽히면 그제야 마지못해 읽었는데, 그러면 마치 입안에 무엇을 담고 있는 듯한 그의 어눌한 발음 때문에 교실전체가 웃음바다가 되고 아이들은 손가락질하며 놀려대었다는 것입니다. 그가 어떻게 해서 자기세계에 갇히게 되었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군에 입대하기 전, 제가 자라던 고아원을 일시 담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봉학이라는 서너 살 아래의 아이가 있었는데, 체구는 작지만 그래도 다부진 데가 있었습니다. 내성적이긴 했지만 원래 성품은 온화했고 정감이 넘치는 얼굴모습을 한 아이였습니다. 한 동안 그가 보이지 않다가 나타났는데, 어느 새 밀양조폭에 가담하여 행동대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수감되었다가 출소했는데, 갈 곳이 없어 자기가 자란 고아원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곳이 그의 몸과 마음을 눕힐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를 따뜻하게 맞이할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행패를 부리지나 않을까 그를 경계해야만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그를 멀리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입대를 했습니다.
말년 휴가차 밀양에 들렸을 때, 남천강 다리 위에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무슨 일인가 하고 가보았더니, 봉학이가 술에 만취되어 행패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가까이 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을 헤집고 앞에 나가 봉학이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그를 불렀습니다. “봉학아! 너 지금 여기서 뭐하노?” 그가 비틀거리며 뒤돌아 섰을 때 나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한 순간 긴장감이 돌긴 했으나 곧 알아본 봉학이가 내 가슴팍에 쓰러지면서 “양지(진)형!” 그리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문제 있는 아이였기에 우리는 그를 경계하고 멀리했으나, 그의 형편과 처지를 이해하거나 품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버지니아텍에 마련된 추모식장에 조승희의 추모석이 세워졌는데 거기에 이런 편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니? 홀로 끔찍한 고통을 겪었던 네게 손 한번 내밀지 않았던 나를 용서해 줘” 이민자들이라면 조승희 사건이 남의 일이 아니라 거의 자기 일로 여겨질 것입니다. 이 참에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조승희와 같은 아이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조금씩 길러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출처 : 유양진 목사, 베다니한인연합감리교회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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