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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 > CIS(중앙아시아)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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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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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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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ad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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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볘트 미라 (세상의 빛) 초등 학교에 대한 교육부 인가를 위하여 기도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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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적 원리에 입각하여 교육한다는 목적을 갖는 '스볘트 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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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님께서 내리시는 은혜 가운데 그동안 평안히 지내셨는지요? 지난 11월 초에 제 아내가 검진을 받으러 서울로 나가는 편에 문안 편지를 드리고 나서 넉 달 만에 다시 편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아주 긴급하게 기도 요청을 드려야 할 일이 생겨서, 지난 넉 달 동안 저희 내외가 한 일들을 차근차근 말씀드리지 못함을 너그러이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기도 제목 1: ‘스볘트 미라 (세상의 빛)’ 초등 학교에 대한 교육부 인가를 위하여)
지난번 편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스볘트 미라’ 유치원은 작년 10월 23일에 개원되어 현재 16명의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개원 당일에 8명의 어린이밖에 오지 않았고, 그 뒤에 한때 6명으로 원아 수가 줄기도 했으나, 1월 하순부터 노바-빠크로프카 마을에서 벌인 홍보 활동과 후원자 여러분들의 기도에 힘입어 원아 수가 이렇게 늘었습니다. 그리하여 기도제목 하나를 지우게 되었고, 유치원에 이어 초등 학교를 개설할 준비 작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기 전에, 작년에 제가 건물 수리 공사를 감독하며 필요한 인력과 자재를 확보하느라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었을 적에, 초등 학교 설립 준비 작업 시간을 줄여 보려고 변호사에게 교육부 인가를 받는 데 필요한 구비 서류 작성을 위임했었습니다. 얼마 전에 모처럼 시간이 좀 났기에, 변호사가 작년 12월에 교육부 해당 부서에 모든 구비 서류를 제출해 놓고 인가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교육부 해당 부서를 찾아가 저희 일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느냐고 문의하다가, 변호사가 구비 서류를 교육부 해당 부서에 제출하지 않고 자기 사무실에 놓아둔 채 저희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 사무실에 들려 변호사의 과실로 저와 맺은 계약이 깨어졌음을 통보하고 제가 복사하여 가져다 준 서류들을 다 찾아가지고 온 다음에, 미비한 서류들을 제가 직접 작성하기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미 몇 차례 말씀드렸듯이, 성경적 원리에 입각하여 교육한다는 목적을 갖는 '스볘트 미라’ 학교 법인의 정관 인가는 작년 여름에 이 나라 법무부 당국이 너무나 뜻밖에도 쉽게 빨리 내주었습니다. 그래서 초등 학교 개교에 앞서서 타개해야 할 주요 난관은, 이 나라 교육법에 명시된 자격 요건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교사로 채용하는 데에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이 나라 초등 학교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만 있기에, 그리고 저희 학교에는 각 학년에 당분간 한 학급만 두고자 하는데 한 학급에 담임선생 한 명을 확보하면 교육부 인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하기에, 교사로 일할 사람 4명을 되도록 쁘리가라드나에, 마예프카, 꼼소몰스카에, 악탸브르스카에 네 마을 교회와 위 네 마을 및 마나스와 노바-빠크르프카에 있는 여섯 유치원 울타리 안에서 찾아내느라 최근까지 무진 애를 썼습니다.
‘스볘트 미라’ 학교 구내 임시 가옥에서 거주하며 현재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는 까쨔와 건물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 남편 츠르바사르에게 교사 경력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기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졸업 증서와 노동 수첩을 복사하여 교육부 담당 공무원에게 보여 주며 물어보았더니, 정식 교사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교사 근무 경력이 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교사로 근무할 수 있다는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교장으로 일하다 은퇴하여 지내다 저희 내외를 만나 실로암 교회에 다니게 된, 올 봄에 칠순을 맞이할 니가이 다리야 뜨리파노브나도 정년이 규정되어 있는 공립 학교에서 일할 수는 없지만 ‘스볘트 미라’와 같은 사립 학교에서는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담당 공무원이 확인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억지로 세 분을 찾아내고 나서도 아직 한두 분을 더 찾아내어 교사진 명단에 올려야 했기에, (아직까지 저희가 개척한 교회가 없는) 마나스 마을에 세운 유치원에서 일하는 이리나가 사범 학교를 졸업하고 교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을 알고, 그의 졸업 증서와 노동 수첩까지 복사하여 담당 공무원에게 보여 주었더니, 이리나에게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젖먹이를 키우는 이리나가 비쉬켁 북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마나스 마을에서 살면서 비쉬켁 동쪽으로 꽤 떨어져 있는 노바-빠크로프카 마을까지 출퇴근 하는 일이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기에, 일단 그의 서류를 제출해 보기는 하겠지만, 다른 사람을 적어도 한 명 더 찾아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저희가 곳곳에 붙인 ‘스볘트 미라’ 유치원생 모집 광고를 보고 나서 혹시 자기를 유치원 선생으로 채용해 주지 않을까 하여 찾아왔다가 두어 주 전에 정말 그렇게 채용된 따찌야나 니콜라예브나에게도 교사 경력이 있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따냐의 졸업 증서와 노동 수첩을 담당 공무원에게 보였더니, 따냐를 교사진에 올리는 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이 없으면 잇몸으로’ 해낸다는 식으로 교사진 구성을 마친 저는 금주 월요일까지만 해도 교육부 인가를 받는 일이 거의 다 된 줄 알았고, 따라서 초등 학교 개교 준비도 거의 다 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인 화요일 (2월 27일) 오후에 교육부 초등 교육과에 찾아가 교과 과정 편성표를 어떻게 작성해서 어떻게 승인 받는가 하는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를 문의하러 갔다가 뜻밖의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만난 공무원은 화이자라고 하는 젊은 여성인데, 우리를 자기 사무실에서 맞이하자마자 대뜸 저더러 키르기즈스탄에 공립 학교가 많은데 외국인이 굳이 이곳에 와서 사립 학교를 운영하려는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면서 학교 법인의 정관을 보여 달라고 하였습니다.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좋은지 순간적으로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저는 주저하지 않고 정관을 펴서 해당 조항을 보여 주며 성경적 원리에 입각하여 교육을 하고자 해서 굳이 사립 학교를 운영하려고 한다고 사실대로 솔직히 대답했습니다. 이 대답을 듣고 화이자는 즉시 학교에서 종교 교육을 하고자 하면 키르기즈스탄 정부 종교 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종교 위원회에 무슬림이 아닌 외국인이 무슨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형식적으로 접수해 놓고 아무런 검토도 하지 않고 마냥 시간을 끌어서 외국인의 종교 관련 활동을 방해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저는, 정관에 있는 해당 조항을 화이자가 보는 앞에서 또박또박 읽으면서, 성경적 원리에 입각하여 교육을 한다는 것은, 예컨대, 성경 기록과 과학적 증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창조론’에 관한 수업을 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고 주일 학교에서 종교 교육을 하는 것과는 다르므로 종교 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항변하였습니다. 저는 화이자에게 이미 교육부 인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는 어느 사립 학교의 정관을 참고하면서 ‘스볘트 미라’ 학교의 정관을 만들었는데, 그 사립 학교의 정관에도 성경적 원리에 입각하여 교육을 한다는 구절이 들어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왜 그런 구절이 저희 학교의 경우에만 문제가 되느냐고 항변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화이자에게 무신론에 빠진 학자들이 아무런 과학적 증거 없이 주장하거나 조작된 허위 증거에 입각하여 내놓는 (생물학 분야의) ‘진화론’ 및 이에서 파생된 그 밖의 엉터리 학설, 예컨대 칼 마르크스가 주창한 (경제 사회가 원시 공산 사회에서 출발하여 고대 노예제 사회와 중세 봉건제 사회를 거쳐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 이른 다음에 사회주의 사회를 거쳐 궁극적으로 공산주의 사회에 도달하게 된다는) 경제 사회 발전 단계설과 같은 학설에 관련되는 내용이 이 나라 정부 당국의 검인을 받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일반 교과서에 나오더라도, ‘스볘트 미라’ 학교에서는 그런 내용을 그대로 가르치지 않고 오히려 그런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성경 기록 및 이에 관련되는 과학적 증거를 가지고 밝혀 줌으로써 어린이들이 처음부터 그릇된 세계관에 물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학교 정관에 그런 조항을 명시해 둔 것뿐이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저는 화이자에게 나름대로 신이 - 알라가 - 존재한다고 믿고 있는 무슬림들은 알라가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는지, 아니면, 진화론자들이 멋대로 주장하듯이, 유인원이 진화하여 인류가 나타났다고 믿는지도 물어 보았고, 다윈의 영향을 받아 그의 진화론을 경제학 분야에서 응용한 칼 마르크스의 경제 사회 발전 단계설이 옳다면, 어째서 사회주의 체제를 가졌던 키르기즈스탄이 공산주의 체제로 ‘발전’하지 못하고 자본주의 체제로 ‘퇴보’하였느냐고 묻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화이자는 여대생이 아니라 공무원이기에, 그것도 제가 보기에, 기독교에 편견을 품고 있는 공무원이기에, 대학 교수의 강의와 같은 냄새를 풍겼을 모를 제 말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화이자는 그저 ‘성경적 원리에 입각하여 교육한다’는 구절에 들어 있는 ‘성경’이라는 단어 자체가 종교 교육을 뜻하는 것이 아니냐고 저에게 물었고, 저는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스볘트 미라’ 학교 안에서는 일종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는 무신론을 신봉하는 자들의 학설인 진화론에 대립하는 학설로서 일종의 종교인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이 성경에 기록된 말씀에 -예컨대, 창세기에 기록된 말씀에- 근거를 둔, 그리고 그 말씀을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에 토대를 둔 창조론을 가르치고자 할 뿐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화이자에게 모든 종류와 모든 형태의 종교 의식과 예배 행위가 금지된다는 조항이 ‘스볘트 미라’ 학교의 정관에 명시되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조항이 담겨 있어 키르기즈스탄 정부의 종교 정책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았으니까 법무부 당국이 인가를 하여 준 것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화이자는 법무부 당국이 왜 이런 정관을 인가하여 주었는지 자기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제가 듣는 앞에서 숨기지 않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부터 저는 더욱 긴장하게 되었습니다.
화이자는 저한테 학교 명칭에 들어 있는 ‘스볘트 미라 (세상의 빛)’이라는 말이 어디에서 나왔느냐고 물어 보기도 했습니다. 저는 성경에서 나왔다고 대답해 주려다가 그만두고, 외국인으로서 키르기즈스탄에서 10년 가까이 살아 온 제가 보기에, 키르기즈스탄 사회의 여러 구석에 어두운 곳이 많은데, 저희 학교를 다니는 어린이들이 자라서 키르기즈스탄의 미래를 밝힐 빛과 같은 인재가 되도록 교육시키고 싶어서 학교 명칭을 ‘세상의 빛’이라고 했다고 만 대답해 주었습니다. 저는 화이자에게 외국인으로서 키르기즈스탄의 어두운 구석을 지적하게 되어 미안하지만 몇 가지 예를 구체적으로 들겠다고 말하고 나서, 농업용 운하를 인근 주민들이 쓰레기 버리는 곳으로 쓰고 있는 것, 시장에서 장사꾼들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끊임없이 물건 사는 사람들을 속이는 것, 교통 경찰이 번잡한 대로의 교통 정리는 하지 않고 뒷골목에서 애꿎게 걸린 운전자의 호주머니를 터는 일이나 하는 것, 공무원들이 민원 사무를 똑바로 처리하지 않고 뇌물을 받는 일이 자주 신문에 보도되는 것 등을 보면, 키르기즈스탄 사회가 얼마나 어두운지 금방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화이자는 이 말에 대해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화제를 다시 진화론과 창조론으로 돌리려고, 어려서부터 창조주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 모여서 형성된 시회에는 - 어려서부터 사람이나 원숭이나 진화 정도만 다르지 둘 다 무생물에서 장구한 시간에 걸쳐 진화한 끝에 나타난 동물에 불과하다고 배운 사람들이 구성한 사회에는 - 밝은 빛이 없고 ‘약육 강식’이나 ‘적자 생존’과 같은 어두움밖에 없지 않느냐고 화이자에게 물었습니다. 침묵을 지키는 화이자에게 저는 계속해서 “당신은 개인적으로 사람이 원숭이에서 진화되어 출현하였다고 주장하는 진화론이 우습게 들리지 않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화이자는 자신의 개인적 견해에 관한 질문은 삼가 달라고 하면서, 진화론은 신이 존재한다는 “종교적인” 주장을 하지 않으므로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으나, 창조론은 신이 존재한다는 “종교적인” 주장을 하므로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즉시 이의를 제기하였습니다. 신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종교적”이라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종교적”이라고 말해야 옳다고 일러 주었습니다. 그리고 진화론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종교적인 사람들의 학설이고, 창조론은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종교적인 사람들의 학설이며, 한 학설을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다면 다른 학설도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어야 옳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화이자는 이에 대하여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고, 키르기즈스탄의 교육법을 준수하자면 창조론을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저는 몇 년 전에 이 나라 교육법을 비교적 꼼꼼히 읽어 본 적이 있기에, 그러한 주장의 근거가 되는 조항이 교육법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면서, 그러한 조항이 있으면 저에게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화이자는 자기 책상에 있는 교육법 책자를 집어 들고 한참 이리저리 뒤적이더니, 저에게 한 조항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 조항에는 일반 교육 기관은 종교 단체와 독립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화이자에게 이 조항은 학교에서 ‘창조론’이라는 학설을 가르칠 수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음을 지적하여 주었습니다. 저는 화이자에게 “지금 우리는 특정 ‘학설’을 놓고 이를 ‘학교’에서 합법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고 있는 것이지, ‘일반 교육 기관’과 ‘종교적 단체’ 사이의 비독립적 관계가 법에 저촉되는가를 따지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하고 말해 주었습니다.
아무리 해 보아도 자기의 주장으로는 저를 납득시킬 수 없었던 화이자는, 자기 선에서 결정을 내렸다가 나중에 만에 하나 책임질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 염려되니, 자기 상사인 초등 교육과장을 만나 문제를 해결해 보라고 하였습니다. 갈 데까지 가 보기로 결심한 저는 십여 분쯤 기다려 초등 교육과장 마라트의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마라트는 저더러 ‘스볘트 미라’의 정관 사본을 놓고 가면 시간이 날 때 읽어 보고 자기 입장을 전달할 테니 다음 주에 연락하라는 말만 하고, 제가 자리를 떠나 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제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동안에 화이자와 마라트는 키르기즈 말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 두 공무원 사이에서 (개인적으로 기독교 신자임을 숨기지 않고 밝힌 제가 교장 자격으로 일할) ‘스볘타 미라’ 학교에 대하여 교육부 인가를 내주지 말자는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아니면 무슨 다른 엉뚱한 소리가 오고 갔는지, 저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마라트의 사무실을 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교육부 인가를 받는 일이 당초에 기대했던 것처럼 순탄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교육부 초등 교육과를 찾아가야 하는데 마라트 과장이 무슨 딴 마음을 품고 교육법을 제 마음대로 해석하여 ‘스볘트 미라’ 학교에 대해서 인가를 내줄 수 없다고 나올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좋은지를 생각하느라 이 편지를 쓰는 지금도 머릿속이 아주 복잡함을 고백합니다. 저희 내외는 ‘스볘트 미라’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하나님 아버지의 뜻에 맞는 일이라고 확신하기에, 어떠한 우여곡절을 겪게 되든지 간에 좋은 결과를 보게 되도록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서 이 일에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후원ㅈ 여러분들도 함께 기도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직도 인내심이 많이 부족하고 성미가 급한 제가, 특히 평소에 무능하고 부패한 공무원들의 건방진 태도와 한심하게 느린 업무 처리 속도를 보면 잘 참지 못하던 제가, 이번에만은 관련 공무원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끝까지 잘 참게 되기를, 그리고 조용하면서도 당당하게 학교 설립 취지를 설명하여 관련 공무원들을 납득시킬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기도 제목 2: 내년에 안식년 휴가를 갖기 위한 준비를 올해 한 해 안에 잘 마치게 되도록)
올해 10월 하순이 되면 제가 이곳에 와서 일한 지 만 10년이 되며, 제 아내가 이곳에 와서 일한 지 만 9년이 됩니다. 안식년 휴가는 저희를 파송한 기관에서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저희 내외는 개인적인 사정과 현지에 개척된 네 마을 교회의 어려운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 때문에 안식년 휴가를 한 번도 제대로 보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08년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1년 꼬박 안식년 휴가를 받아 지칠 대로 지친 저희 심령이 이른바 ‘영적 재충전’을 받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후원자 여러분과 저희 내외의 사정이 허락하는 한, 한 분 한 분 직접 만나 뵙고 문안을 드리며 조언도 받고 친교도 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저는 한국과 미국의 창조 과학회에서 발간한 자료들을, 특히 초등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이해할 만한 수준으로 저술된 책자들을, 수집하여 러시아 말로 번역해서 생물, 물리, 화학, 지리, 사회 교과서의 참고서 형태로 출판하여, 저희 ‘스볘트 미라’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교재로 사용되게 하는 일의 준비 작업과 소요 경비 모금 활동을 안식년 휴가 기간에 많이 해 두고 싶습니다. 아마 이 일을 하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다 보면, 말처럼 안식을 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국에 돌아가 지내는 동안만큼은, 교회 임무의 수행, 새로운 사역의 구상과 추진, 창의력 발휘, 재원 조달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저희 내외에게 의존하여 온 현지 교회 동역자들이 저희 눈앞에 보이지 않을 것이니, 그들과 이따금 갈등을 느끼며 일하느라 받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고, 그런 갈등이 없는 듯이 보이려고 표정 관리를 하느라 겪어야 했던 중압감에서 풀려날 것이라 믿기에, 여러 가지 난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안식년 휴가를 규정대로 1년 꼬박 이곳을 떠나서 보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안식년 휴가는 저희 내외에게 영적 재충전을 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만 유익한 것이 아니라, 지난 수년 동안 저희 내외가 돌보아 왔던 네 마을 교회와 여섯 마을 유치원들이 저희 내외가 없어도 자립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도 아주 유익하며, 현지인들 가운데 누가 진심으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해서 섬겨 왔고 누가 그저 삯을 받아 빈한한 집안 살림에 보태기 위해서 일해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도 좋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난해 12월부터 네 마을 교회 현지인 지도자들과 여섯 마을 유치원 선생들에게, 첫째, 우리 내외는 2008년에 안식년 휴가차 이 나라를 .떠나 지내야 한다는 것, 둘째, 대전 본부에서 우리들의 현지 활동을 위하여 해 오던 재정적 지원을 안식년 기간에 중단하므로 우리도 현지인들의 활동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 셋째, 현지인 지도자들은 2007년 초부터 미리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하여 2008년 초부터 자립적 운영을 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몇 차례 가진 모임을 통하여 주지시켰습니다.
제 말을 들은 현지인들은 당황하거나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습니다. 과거에 사회주의 명령 경제 체제 속에서 살면서 자신의 창의력으로 계획을 세워 무슨 일이건 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반응이 나오리라는 것은, 젊은 시절에 소련 경제에 관한 학위 논문을 쓴 바 있는 저로서는 쉽게 예견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아이에게 집을 맡기고 오랫동안 먼 길을 떠나야 하는 부모와 같은 심정을 품으려고 애쓰면서, 어떻게 하면 교회와 유치원을 자립적으로 운영할 방도를 강구할 수 있는지를 여러 가지 예를 들어가며 가르쳐 주었습니다.
각 마을 교회와 유치원은, 지금까지 저희 내외로부터 교통비와 약간의 활동비를 받아 써 왔던 현지인 설교자와 유치원 교사가 앞으로 그런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자기 시간을 하나님 아버지께 자발적으로 드린다는 마음으로 계속 봉사하기만 한다면, 재정적인 측면에서 큰 문제 하나를 즉시 해결하게 됨을 강조하여 주었습니다. 각 마을 교회에 다니는 신자들이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더라도 자기 집에 경조지사가 생기면 돈을 쓰는 것처럼만) 좀 더 성의를 갖추어 ㅎ금을 한다면, 교회의 재정 문제는 상당히 해소될 것임도 일러 주었습니다. 너무나 형편이 어려워 ㅎ금을 할 수 없는 신자들은 시간을 내어 교회에 나와서 청소를 하고 석탄을 때는 일을 해서라도 교회 재정 문제 해소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도 일러 주었습니다. (노바-빠크로프카 마을에서 마지막에 세운 유료 유치원을 제외한) 각 마을 유치원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무료로 자녀 양육을 맡겼던 부모들에게 앞으로 달라질 사정을 잘 설명하고 조금씩이라도 유치원 운영비에 보탬이 되게 교육비를 부담하게 한다면, 재정 문제가 크게 완화될 것임도 일러 주었습니다. 유료 유치원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자 한다면, 다른 데 가 볼 필요 없이, 노바-빠크로프카 마을에 있는 ‘스볘트 미라’ 유치원에 가서 직접 보고 배우라고도 하였습니다. 무료 유치원을 유료 유치원으로 전환시키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잘 세워 가지고 오는 선생들에게는 원아 모집 홍보 활동에 드는 경비와 시설/비품을 개선하는 데 드는 경비를 올해 안에 지원하고 떠나겠다는 다짐도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각 마을 교회현지인 지도자들과 유치원 선생들이 보인 여러 가지 반응을 보면, 마음이 좀 놓이는 구석도 있고, 전혀 마음이 놓이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좀 망설이다가 말씀드립니다마는, 꼼소몰스카에 마을 유치원은 요즈음 문을 닫고 있습니다. 유치원 선생 따냐가 최근 두어 달 동안 수요일에 모이는 봉사자 모임에 와서는 아이들이 적지 않게 와서 교육을 잘 받고 있는 것처럼 보고하였지만, 제 아내가 얼마 전에 기습 방문하여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아이들이 웬일인지 전혀 오지 않는데도 따냐가 자기 집에 가만히 들어 앉아 쉬면서 이 사실을 저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거짓말을 하다가 들킨 따냐가, 제가 2008년도에 유치원을 자립적으로 운영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을 적에는 긍정적으로 대답하면서 운영 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기 때문에, 저는 다른 유치원 선생이나 교회 지도자들이 보인 긍정적 반응을 보고도 액면대로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직접 면담하여 들은 바로는, 각 교회 설교자가 모두 내년에 아무런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해도 설교 봉사를 계속할 것입니다. 이것만 들은 말 그대로 되어도, 저는 아주 다행이라고 여길 것입니다. 유치원의 경우에는, 이미 문을 닫은 꼼소몰스카에 마을 유치원 말고도 문을 닫아야 할 데가 더 생길지 모릅니다. 아무튼, 올 한 해 동안 각 마을 교회와 유치원의 현지인 일꾼들이 진심으로 자립 준비를 하고자 하면 최대한 지원하여 주고자 합니다. 그러고 나서 내년 초에는, 저희가 떠나고 돌보지 않으면 교회나 유치원 몇 군데에서 문을 닫는 불행한 일이 발생할지 모를 것 같다는 염려가 들더라도, 나중에 돌아와 헐고 새로이 세울 각오를 하면서 이곳을 떠나 지내고자 합니다.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서 저희 안식년 휴가 기간이 저희 내외와 현지인 일꾼 모두에게 가슴 아리지만 유익한 반성과 회개의 시간이 되게 하여 주시기를, 저희 내외에게는 특히 영적 재충전을 온전히 받음으로써 (10년 전에 뜨겁게 품었다가 어느덧 많이 식어버린)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키르기즈스탄 사람들에 대하여 다시 뜨겁게 느끼는 시간이 되게 하여 주시기를, 그리고 현지인 일꾼들에게는 의타심을 떨어버리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스스로 자신들의 교회와 유치원을 운영하는 능력을 키우는 절호의 기회가 되도록 하여 주시기를 저희와 함께 기도하여 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간단하게 드릴 기도 제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5주 전부터 제 아내가 카자흐스탄 국경 부근에 있는 ‘말다바노프카’라는 마을에 있는 31번 남자 교도소에서 의사 자말, 그의 남편인 ㅈㄷ인 르스벡, 운전자 겸 봉사 진료 보조자 이고르를 데리고 매주 목요일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무료 진료 봉사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스테프노에 마을에 있는 여자 교도소에서 하는 무료 진료 봉사 활동도 계속합니다. 여자 교도소와 달리 31번 남자 교도소는 재소자 전원이 활동성 결핵 환자입니다. 두 달 전에 KSM (한인 실버 사역자 모임) 회원들이 저희 내외와 협력하여 남자 교도소 사역을 하고 싶다고 해서 제가 사역 대상지를 찾아 몇몇 교도소를 방문하였을 당시에는, 31번 교도소가 이런 특별한 교도소인줄 몰랐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보다 먼저 방문한 1번 교도소에서 소장을 얼른 만나지 못하여 기다리기가 싫어서 인근에도 교도소가 있다고 하여 찾아간 곳이 31번 교도소인데, 제가 재소자 전원이 결핵 환자인줄 모르고 1년간 진료 봉사를 하겠다고 신청하여 법무부 당국의 허가를 다 받아 놓은 다음에야 그런 줄 알았기에, 아내에게 미안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그런 곳에서 봉사하기가 꺼려지면 다른 교도소를 알아보겠다고 하였으나, 제 아내 및 다른 봉사자들이 모두 하나님 아버지께서 자기들 발길을 그런 곳으로 인도하신 것이라고 하면서 기꺼이 결핵 환자 교도소에서 봉사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간호사 출신인 제 아내의 말로는, 일반 성인보다 어린이나 노인이 결핵에 결리기 쉽다고 하는데, 이고르를 빼놓고는 제 아내, 의사 자말, 그의 남편 르스벡이 모두 60세를 넘겼기에, 모두 진료실 안에서 특수 마스크를 쓰고 봉사 활동을 하기는 하나, 의학 문외한인 저로서는 좀 걱정이 됩니다. 아무쪼록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서 무료 진료 봉사 활동을 하는 네 사람의 건강을 안전하게 지켜 주시기를 기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흘 전까지만 해도 봄이 벌써 온 줄 알았는데 오늘까지 사흘째 밤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며칠 지나면 이곳도 고국처럼 따뜻한 봄이 찾아올 것입니다. 봄이 오면, 기초가 부실하여 벽과 천정에 금이 많이 간 집을 수리하는 일로도 바빠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시 틈을 내어 또 문안을 드리겠습니다. 그 때까지 평안히 지내시기를 기원하면 이만 접습니다.
비쉬켁에서 아내 정화자 선교사와 함께
이 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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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ail: prhee@infotel.kg
** 국내 연락처: 정화경 권사댁 (전화: 031-266-9439)
20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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