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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 > 동북아시아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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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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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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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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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역사인식의 특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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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역사관의 특징, 역사인식과 주요 쟁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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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영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1. 북한 역사관의 특징
1) 사회주의체제의 역사관: 유물사관
일반적으로 사회주의체제에서의 역사인식은 유물론적인 역사관, 즉 유물사관에 따른 역사인식을 기본으로 한다.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은 역사의 원동력을 물질적 생산양식의 발전법칙에서 보고 있다. 즉 마르크스 유물사관의 기본사상은 모든 사회구조와 그 역사적 발전은 경제적 제 관계, 즉 생산력과 생산관계 간의 모순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유물사관에 따르면 사회의 물질적 생산력은 일정한 발전단계에 이르면 현재의 생산관계 또는 그 법적 표현인 소유관계와 모순되어 생산관계는 생산력에 대한 속박이 된다.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에 따라 인간은 이러한 생산관계를 변혁시키고 보다 높은 역사단계에 이를 수 있도록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일치를 강제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과 충돌에 따른 경제구조의 변동에 따라 거대한 상부구조 전체가 서서히 또는 급격히 변혁된다고 주장한다.
유물사관은 생산력과 생산관계가 모순을 일으켜 공산주의로 발전하는 단선적이고 진보적 역사관을 전개하였다. 마르크스에게는 모든 것이 미래로 향하고 있는데, 그것은 계급 없는 공산주의 사회의 지향이다. 유물사관은 자본주의의 생산력이 가장 높은 단계에 이르면 자본주의사회의 경제관계의 모순과 계급투쟁에 의해 자본주의는 소멸하고 무계급의 공산주의 사회가 도래한다고 보고 있다.
2. 북한 역사인식의 변화: 유물사관에서 주체사관으로
북한에서의 역사학은 해방 이후 사회주의 역사관인 유물사관을 방법론적인 기초로 삼으면서 전개되었다. 역사발전 과정을 생산력 발전에 의한 사회경제구성체의 합법칙적 교체과정으로 보며 계급사회에서 역사발전의 추동력을 계급투쟁이라고 파악하였다.
1948년 북한정권이 수립되면서 북한에서는 본격적으로 ‘조선력사편찬위원회’를 재편하면서 역사편찬의 원칙과 방향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그 기본방침은 ‘일본식 사학 및 그 영향의 잔재’를 일소할 것과 서구학자들의 부르조아적 견해와 편견적 방법의 영향을 절대로 배제할 것 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다. 또한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사회성격의 변화에 따른 역사의 체계화를 그 기본방향으로 제시하였다.
유물사관을 기본인식으로 전개되던 북한의 역사학은 1950년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유물사관의 주체적 적용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1956년 4월 개최된 조선로동당 제3차 대회를 계기로 구체화되기 시작하는데, 이 대회에서 김일성은 종파주의와 교조주의가 당 사상사업의 주된 결함이라고 지적하며 “우리나라 혁명운동에 관한 일체 자료를 수집 정리하며 우리 혁명의 역사를 연구 편찬하기 위한 사업을 강력히 추진시켜야 할 것”을 강조했다. 김일성, “조선로동당 제3차대회에서 한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 『김일성저작집』제10권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80), pp.290-291
당시 북한역사학계의 주요 과제는 역사 인식상의 교조주의와 형식주의를 타파하고 주체노선에 입각한 사회주의적 사상개조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역사관을 수립하고 이를 편찬, 대중에게 보급하는 일이었다.
이 시기 북한의 역사연구는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사적유물론을 바탕으로 혁명전통, 애국주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되었고 이는 역사편찬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후 북한 역사학의 목표는 유물사관의 역사법칙이 우리의 역사에 어떻게 관철될 수 있을까 에서 유물사관을 창조적, 주체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변화하였다.
따라서 유물사관의 주체적 변용의 문제가 학술적 토론과정을 통해 정리되는데, 특히 근대사회의 성격과 시대구분 문제가 5년여 간의 장기적인 논쟁을 통해 1962년 마무리 되었다. 여기서 유물사관에 보다 충실한 사회구성설과 주체적 적용을 주장하는 계급투쟁설과의 논쟁에서 계급투쟁설의 입장을 중심으로 양자를 절충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 결과, 근대의 기점을 1866년으로, 그리고 근대의 종점을 사회주의혁명이 시작되는 1945년으로 정리된다.
1960년대 후반부터 김일성 유일지도체계와 관련하여 김일성과 그의 가계의 혁명활동에 대한 연구사업이 집중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하였으며 북한의 역사관도 주체사상과 김일성의 혁명역사에 의해 새롭게 정리되기에 이른다.
1970년대 주체사상이 이론적 체계를 갖추고 주체사관이 정리됨에 따라 북한의 역사인식도 유물론적 해석에서 주체사관에 의한 역사해석으로 변화하여갔다.
주체사관에서 근대사는 외래자본주의 침략을 반대하고 민족적 자주권을 고수하며 역사발전에서 멀리 뒤떨어진 봉건제도를 청산하기 위한 반침략반봉건투쟁으로 일관되었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근대의 시점은 조선인민의 반침략투쟁이 시작된 1960년대에서 3·1운동까지로 설정하고 있다. 『조선전사』 제13권(근대편) (평양: 과학백과사전출판사, 1980), pp.76-80
이와 함께 1860년대 반침략투쟁 중 제너럴셔먼호사건의 지도자로 김일성의 증조부 김응우가 부각되고 있다.
주체사관은 ‘로동계급의 위대한 수령’의 출현과 혁명활동의 개시를 현대사의 서막으로 평가했으며 따라서 그 시기를 ‘타도제국주의동맹’(이하 ‘ㅌ·ㄷ동맹’) 결성의 시기로 보아 1926년을 현대사의 시점으로 평가하였다. 또한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은 주체사관에서 근대의 종점인 1919년의 3.1운동과 현대의 시점인 ‘ㅌ·ㄷ동맹’ 결성의 과도기인 부르죠아민족운동으로부터 반제반봉건 민주주의 혁명운동을 주도해 나간 인물로 정리되었다.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에 대한 서술이 주체사관의 핵심논리였고 이에 따라 근현대사의 서술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주체사관의 입장에서 김일성의 무장투쟁을 중심으로 한 현대사 연구는 1980년을 전후하여 마무리 된다.
2) 북한의 역사 시대구분
주체사관에 입각한 북한의 시대구분은 유물사관에서 정식화된 원시공동사회-노예제사회-봉건제사회-자본주의사회-사회주의사회로의 단계적 발전법칙을 시인하면서도 그러한 사회발전단계는 인민대중의 지위와 역할이 어떻게 얼마만큼 높아지고 변화발전했는가 하는데 의하여 본질적으로 구별된다고 하여 인민대중의 지위와 역할의 발전과정을 시대구분의 중심점에 두고 있다.
인민대중의 지위와 역할을 중심으로 시대를 구분하는 방식은 고대, 중세사회에서는 적용되지 않았으며 근대, 현대사에만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시대구분은 고대를 초기국가 시대 (종래의 부족연맹체사회)로 하고 중세(봉건사회)를 고구려로부터 19세기 후반까지로 잡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북한은 현대를 1926년 이후로 삼고 있다.
주체사관에 의해 재정리된 북한의 시대구분이나 역사서술에서 특징적인 것은 근현대사 분야이다. 북한의 근현대사는 주체사관에 의거해 인민대중 투쟁의 출현, 투쟁을 영도해 가는 수령의 출현 및 후계자의 계승 등을 기준으로 하여 이루어져 있다.
근대사는 1860년대 조선인민의 반침략투쟁이 시작된 때부터 3.1운동까지로 설정하였다. 이와함께 1860년대 투쟁 중 제너럴셔먼호 사건의 지도를 맡은 인물로 김일성의 증조부인 김응우가 부각되었다.
북한의 역사서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시기는 현대사인데, 『조선전사』 33권 중 근대까지는 15권임에 비하여 현대사는 18권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현대사에 집중되어 있다.
북한의 역사 시대구분에 있어서 현대사는 “자주시대 인민대중의 투쟁력사이고 현대력사는 로동계급을 비롯한 근로인민대중이 위대한 수령의 령도 밑에 참다운 투쟁 강령과 조직을 가지고 자주성을 위한 투쟁을 벌려나감으로써 창조하게 된다” 고 그 의미를 평가한다.
따라서 로동계급의 위대한 수령의 출현과 혁명 활동의 개시는 현대사의 서막을 올리는 시초로 되게 된다고 하여 김일성의 ‘ㅌ‧ㄷ동맹’ 결성을 현대사의 시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3.1운동 이후 1926년 김일성의 ‘ㅌ‧ㄷ동맹’이 결성되기까지는 부르조아 민족운동으로부터 반제반봉건 민주주의혁명운동으로 발전해 가는 과도기로 상정되었고 그 과정을 주도해 간 것은 김일성의 부친인 김형직으로 서술되고 있다.
북한의 역사 시대구분은 1970년대 중반까지는 남한역사학계에 영향을 미쳤으나, 주체사관 성립 이후 학문적 과학성과 객관성을 상실하고 정권의 정당화의 수단으로 전락함에 따라 남한 역사학계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도면희, “북한의 한국사 시대구분론”, 『북한의 역사만들기』 (서울: 푸른역사, 2003), p. 85
물론 근대사회의 출현문제에 있어서는 남북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으나 현대사의 서술방법이나 방향은 크게 다르게 규정되고 있다.
2. 북한의 역사인식과 주요 쟁점
1) 민족정통성의 문제
북한의 역사서술은 특정한 양식의 정통론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고조선-고구려-고려로 이어지는 정통론으로서 북한의 역사서 『조선통사』 (상)의 상고사 부분은 고조선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으며, 삼국시대 역시 고구려가 중심이 되어 있다.
고조선-고구려-고려-북한당국으로 이어지는 정통성 구축 작업은 1990년대 단군릉 발굴 작업 등을 통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1993년 단군릉발견을 통해 북한사회에서 단군은 신화의 영역으로부터 역사의 영역으로 옮겨왔다. 북한당국은 단군릉 발굴 결과를 발표하면서 단군이 5천11년전에 출생한 실재인물이며 단군의 출생지, 건국지, 고조선의 수도가 모두 평양이라고 주장하였다.
한편 단군릉 발굴 조사가 이루어진 1993년에 고구려 시조 동명왕릉이 개건되었다. 즉 고조선의 건국자인 단군과 고구려의 건국자인 동명왕에 대한 강조가 거의 동시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비롯하여 고구려, 발해, 고려로 이어지는 국가들이 모두 평양을 중시한 것을 강조함으로써 평양을 성지로 부각시키고 민족사의 정통성의 계승자로서의 북한정권을 정당화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당국은 이어 1998년 3월 평양을 중심으로 한 대동강 유역을 고대 인류문명 발상지의 하나라고 주장하고 이 일대를 ‘대동강문화’라고 명명하기에 이르렀다. 대동강을 기반으로 한 고조선 문화를 세계 4대 문명과 견주거나 더 앞장 섰다고 하는 주장은 1997년에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했다. 단군릉 발견에서 촉발된 고조선 연구의 대전환이 대동강 문화론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이다. 북한정권 창설 50주년이 되는 1998년 고고학의 50년 역사를 전망하는 글에서 대동강문화는 세계 5대 문명 중 하나로 정립되었을 분만 아니라 지난 50년간 북한 고고학계가 이룩한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되기에 이른다. 곧이어 대동강문화론 특집호 격인 『조선고고연구』 1999-1호가 발간됨으로써 대동강문화론은 세부내용을 갖추게 된다. 권오영, “단군릉사건과 대동강문화론의 전개”, 『북한의 역사만들기』 , p.103
이 과정에서 김정일은 자신의 조부인 김형직이 20대 초반인 1916년 10월 단군유골이 발굴된 현장인 단군릉 분향식에 직접 참석해 전국에서 몰려온 각계인사들을 반일 애국사상으로 각성시켰으며, 또한 김형직이 이듬해 4월 이곳을 다시 찾아 ‘단군회’를 조직하고 “단군을 우리 조선을 처음 세운 시조왕이며 단군릉을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를 빛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며 단군릉의 보존 관리를 당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단군을 우리민족의 원시조로 주장하기 시작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김일성주석을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로 떠받들고 이를 헌법의 서문에 까지 명시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정권은 단군신화를 역사의 영역으로 복원시킴으로써 북한정권이 고조선, 고구려, 고려의 맥을 잇는 한국사의 적자라는 사실과 김정일 정권이 바로 그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고자 했다.
2) ‘민족’ ‧ ‘민족주의’ 개념의 문제
주체사관과 함께 1980년대 후반부터 민족에 대한 개념규정을 수정하면서 북한당국은 민족주의를 전면화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부에 들어오면서 스탈린의 민족개념이 유럽의 특수한 개념이라고 비판하면서 “민족을 이루는 기본 징표는 핏줄, 언어, 지역의 공통성이며 이 가운데서도 핏줄과 언어의 공통성은 민족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된다” 고 하였다.
프롤레타리아국제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사회주의이념은 본질적으로 민족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이념이었다. 따라서 북한에서의 민족주의는 ‘사회주의적 애국주의’로 재정의 되었다. 그러나 ‘주체’와 ‘자주’를 핵심테제로 하는 북한의 주체사상이 북한사회주의 체제의 패러다임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통해 북한의 민족주의는 북한사회의 전면에 등장하기에 이른다.
1955년 사상에서의 주체에 대한 선언을 시작으로 하여 1960년대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의 4개노선으로 확정된 주체사상은 1970년대의 이론체계화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전일적 사상체계를 형성하였다. 이후 1980년대 ‘온사회의 주체사상화’를 통해 주체사상이 북한사회에서 가장 정통한 사회주의 이념으로써, 그리고 북한사회의 문화이자 가치관으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에서 ‘주체’, ‘자주’, ‘우리식’, ‘민족’의 명제는 사회주의의 이념의 본원적 문제인 ‘계급적 관점’과 ‘국제주의적 관점’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북한 당국은 민족이 부르조아사회 형성기에 만들어진다는 유물사관의 기본 논리를 정면으로 부인하며 원형민족주의적 입장에 기초하여 민족의 원초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그 개념을 수정하였다.
1980년대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북한의 민족주의는 새로이 변모된다. 북한의 공식 담론은 민족주의적 주장들을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가운데 ‘조선민족제일주의’를 강조하기에 이른다. 조선민족제일주의는 1986년 7월 김정일의 담화 <주체사상 교양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에서 처음으로 제기되었으며 이후 북한사회의 주요 담론으로 자리 잡았다.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조선민족제일주의란 “조선 민족의 위대성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며 그것을 더욱 빛내여 나가려는 높은 자각과 의지”로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조선민족제일주의에서 말하는 민족의 위대성이란 “수령의 위대성, 당의 위대성, 지도사상의 위대성, 사회제도의 위대성”으로 규정되어있다. 따라서 조선민족제일주의에서 말하는 민족이란 주체형의 사회주의적 민족을 의미한다. 결국 조선민족 제일주의라는 극단적인 민족주의 담론은 민족주의가 갖는 체제통합력을 김일성 체제 정당화를 위한 논리적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조선민족제일주의론’이 단군릉 발굴이라는 사건을 계기로 하여 ‘대동강문화론’이라는 자의적이고 독선적인 역사관 형성을 가능케 했다. ‘조선민족제일주의’가 제시하고 있는 역사인식은 기본적으로 단일혈통, 단일언어, 단일문화를 역사형성의 기초로 보고 있다는 데에서 남한의 민족주의 역사학의 입장과 일면 유사점을 갖는다.
그러나 ‘조선민족제일주의’로 상징화되는 북한의 민족주의는 기본적으로 수령을 중심으로 성립되는 북한식의 민족주의를 의미한다. 즉 북한의 담론체계에서 민족이란 바로 ‘김일성민족’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민족의 우수성이란 곧 수령의 위대성”이라고 선언됨으로써 북한의 민족주의 담론은 민족주의가 내포한 윤리성을 통해 김일성, 김정일체제의 절대권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3) 전통문화에 대한 해석
o 전통사회의 법제에 대한 인식
북한의 역사서는 기본적으로 전통 문화를 유물론적인 입장에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역사인식은 전통사회의 법과 제도를 “봉건통치배들의 통치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계급적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하고 있는 북한의 역사관은 착취사회에서는 착취계급과 피착취계급,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간의 계급적 대립과 투쟁이 사회관계의 기본을 이룬다고 보고 있으며, 각 시대별 사회제도와 법제 등도 착취계급의 지배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o 전통사회의 사상 및 종교에 대한 인식
북한의 역사서는 유물론에 입각하여 전통사상과 종교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북한은 전통사상을 “인민들의 계급의식과 반항정신을 말살하기 위한”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 근거하여 고대국가의 사상과 도덕은 노예제도를 합리화하기 위하여, 봉건제 사회의 사상과 도덕은 봉건적 지배의 착취와 억압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만들어 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종교는 그 본질이 “하나의 미신으로서 지배계급들이 인민들을 억압 착취하기 위한 사상적 도구”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 근거하여 북한의 전통문화에 대한 해석은 남한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o 전통문화에 대한 북한의 인식
전통문화를 보는 북한의 입장은 민족문화유산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문화의 경우도 역시 계급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즉 민족문화를 생산해 낸 인민의 관점에서 그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 에 따르면 민족문화를 “한 민족의 력사와 전통, 인민의 풍습과 생활감정을 반영한 진보적이며 인민적인 물질문화와 정신문화”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인민대중을 문화생산의 주체로 파악하고 그에 따라 민족문화의 의미를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불교문화유적을 기본적으로는 지배계급의 문화라고 비판하면서도 인민들의 창작물로서 그 예술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한 훈민정음의 창제의 주체를 인민과 집현전학자들로 인식하고 있다는데서 세종대왕의 치적으로 평가하는 남한의 문화사 해석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4) 역사적 사건 및 인물에 대한 평가
남북한의 역사인식의 차이에 의해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에 대한 해석 또한 남북간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에서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를 각각의 사례들을 유형별로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북한의 역사해석은 유물론적 역사해석의 기본적 속성으로서 계급론적인 관점에서 역사적 사건들을 해석하고 있으며 민중의 투쟁사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즉 역사 발전의 동인을 계급간의 투쟁으로 보았기 때문에 모든 역사의 서술이 그러한 원칙에 맞추어져 있다.
특히 북한의 역사교육의 목적이 ‘충직한 주체형 공산주의 혁명가의 양성’에 있기 때문에 인민들의 투쟁의 역사를 중심으로 서술하는 반면, 왕의 업적이나, 지배계급의 업적은 은폐하고 있다.
3. 남북한 역사관의 이동
해방 이후 분단을 통해 상이한 체제를 구축해 온 남북한 사회는 역사관과 역사 인식에서도 체제의 차이만큼이나 심각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역사를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역사해석의 방법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한 역사 인식의 경우 그러한 차이는 다양성을 넘어서는 심각한 이질화를 드러내고 있다. 역사인식에 있어서 이러한 이질화는 어디에서 연유하였는가?
첫째, ‘주체사관’이라는 북한 나름의 독특한 역사관을 체계화함에 따라 남북한 역사인식은 본질적인 이질화를 초래했다. 북한당국은 일찍이 유물사관에 입각한 역사 서술 작업을 진행해왔으나, 북한체제의 변화과정에 따라 역사 인식도 주체사관으로 새롭게 정리되기 시작했으며, 유물론적인 합법칙성에서 일탈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북한의 역사 연구에서의 학문적 자율성과 다양성이 박탈되고 당과 국가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복무하게 됨에 따라 역사의 해석이 정치권력에 의해 자의적으로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즉, 주체사상이 수령을 중심으로 한 유일지도체제의 지도이념으로 복무하듯이 주체사관 또한 수령의 혁명역사를 중심으로 재해석되었으며 북한 유일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였다.
셋째, 북한당국은 특히 김일성 항일혁명투쟁사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근현대사 서술에서는 김일성의 혁명역사를 중심으로 역사의 진행과정을 재정리하는 한편, 김일성 일가의 혁명적 정통성 조작을 위해 역사를 왜곡, 날조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근현대사의 경우 남북의 역사인식은 해석의 차이를 넘어서 역사적 사실 자체에서 큰 이질성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주체사관에 의해 재정리된 북한의 역사서 『조선전사』 총 33권이 발간된 1980년대 초반부에 이르러서는 남북한 역사인식이 심각하게 이질화된다. 특히 1982년 발간된 『조선전사』 현대사편이 “로동계급의 위대한 수령의 출현과 혁명활동의 개시는 현대사의 서막을 올리는 시초로 된다.”고 규정하며 김일성의 ‘ㅌ·ㄷ 동맹’의 결성을 현대사의 시점으로 규정함에 따라 남북한 역사인식은 그 본질에 있어서 큰 이질화를 초래하게 된다.
이후 북한의 역사해석의 방향은 과거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객관적 기술에서 벗어나 북한의 주체사관이 제기하는 나름의 법칙성을 따라 주관적으로 기술하고 해석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나갔다.
이러한 사실은 아래의 남북한 역사교과서의 서문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즉 남한의 역사관이 과거사실에 대한 객관적 기술을 그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북한의 역사학은 수령의 혁명역사를 중심으로 한 연역적 역사해석이라는 큰 차이점을 드러낸다.
물론 남북한의 역사인식이 기본적으로 민족주의적 경향을 갖는다는데 서는 유사성을 내포한다. 남한의 민족주의 사관이 오늘날 한국 역사학계를 대변할 수 있는 입장에 있듯이 북한의 주체사관 역시 그 성격에 있어서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역사관과는 달리 민족주의적 경향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좀더 살펴보면, 남북한 간의 민족주의적 역사관의 발전과정도 그 성격에서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남한의 민족주의 사관이 그 문호가 넓어지고 다양한 세계와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온데 비해서 북한의 민족주의 사관은 폐쇄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사와 고립되어 왔던 것이다.
4. 맺음말
분단으로 이질화된 남북간의 역사 인식은 민족통합의 과정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주체사관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는 북한의 역사인식은 민족사의 올바른 발전을 왜곡시켜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통일의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현재 남한사회에 들어와 있는 북이탈주민들의 적응과정에서도 그들이 북한사회에서 교육받은 역사관은 큰 혼란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이탈주민들이 겪고 있는 이러한 역사적 정체성의 혼란은 결국 통일과정에서에서 심각한 갈등을 예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통일을 대비한 통일역사교육을 준비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역사란 한 민족의 정체성의 근원이며 그 역사인식의 경향은 현재를 판단하는 준거가 된다. 남북한 역사인식의 차이를 확인하고 이를 극복하여 하나의 역사를 창출해야 하는 과업은 민족동질성 회복과 민족통합을 이루어 내야 하는 긴 여정에서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 | 년 김정일이 호위사령관 이을설(좌)에게 '금수산기념궁전' 건설 을 지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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