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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학자료 > 강의안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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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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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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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ad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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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학 개론(2 선교와 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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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말의 현 시점에서 보면 세계는 이제 하나가 되고 있다. 이른바 지구촌 세계이다. 세계를 갈라놓았던 지리적 문화적 장벽이 무너졌을 뿐 아니라 점차 인종, 언어, 사상, 종교의 경계선까지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 서구 문화의 우월성을 지지해주었던 인종과 문화 간의 격차가 좁아지면서 세계는 바야흐로 문화의 다양성과 상대를 인정하는 관용으로 넘처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를 하나의 공동체로 급속하게 수렴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일체성이 무너지고 혼재와 다양성으로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현상이 종교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종교 혼합주의와 다원주의가 그것이다.
이 시점에서 선교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것은 다음과 같다: 역사의 구심점을 이루어 왔던 기독교가 이런 혼합주의와 다원주의의 도전 속에서 어떻게 그 진리의 절대성을 보존할 것인가? 앞으로도 끊임없이 제기될 이와같은 도전 앞에서 어떻게 기독교의 복음을 변질시키지 않은 채로 온 세계가 복음화될 때까지 선교적 사명을 감당할 것인가? 그 답은 만남과 충돌, 대화와 수용, 절충과 타협을 반복하면서 올바른 방식으로 복음의 현장화와 토착화를 이루어나가는 것이며, 그런 방법을 통해서 기독교의 선교적 사명을 계속하는 것이다. 또한 다문화와 다종교 현장에서 문화적인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면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진리를 "진리" 그대로 현장화하고 토착화하는 것이다.
선교는 복음을 새로운 문화 속에 심는 것이다. 문화적 위임과 복음적 위임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선교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선교는 문화 속에 복음적 위임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복음적 위임의 요체는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변할 수 없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교의 성패는 어떻게 변할 수 없는 복음을 변하는 문화 속에 심는 데 달려 있다. 특히 현대 선교 신학에서 현장화 또는 토착화라는 이름 하에 복음과 문화의 정체를 밝히지도 구분하지도 않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복음을 문화에 심는 일이 한층 더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복음의 현장화와 토착화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을 뿐 아니라 토착화를 종교적 혼합주의와 혼동하거나 동일시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선교의 당면 과제는 복음과 문화의 관계성을 정립하고, 복음의 현장화와 토착화에 관한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1. 선교와 문화
타문화권 선교는 다른 문화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오랫 동안 선교학에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전하느냐는 관심을 가져왔다. 최근에는 선교사(누가)와 복음(무엇을), 선교의 전략이나 방법(어떻게)보다 선교의 대상인 "누구에게" 초점을 두었다. 선교의 대상을 알기 위해서는 "사람"을 연구해야 하는데, 그것이 인류학이다. 인류학적 연구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인간의 생물학적인 면과 문화적인 면이 그것이다. 선교에서는 인류학의 문화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서 인간 문화에 비중을 둔다.
문화란 특정한 사람들의 총체적인 생활 방식이다. 문화는 사람들이 그들의 세계를 조직해 가는 방법 또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함께 생각하고 행동하는 표본적인 삶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문화는 사람들이 함께 공동 사회를 이루고 그들의 정체성, 존엄성, 안정성을 보장하는 공동체로서 특정한 신앙, 가치관, 관습 또한 제도 등을 공유하고 살아가는 삶의 총체적인 것이다. 이런 문화는 사회적으로 습득한 모든 것 즉 물질적이거나 비물질적인 모든 배움에서 습득한 전반적인 행동이 대대로 전승하는 인간 사회에서 만이 존재한다.
문화는 형식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형식이란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분명하고 가시적인 요소이며 표면에 드러나는 것이다. 반면에 의미는 표면 아래 있기 때문에 문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가시적인 것이 아니다. 밖으로 드러난 문화의 제도나 형태도 물론 비물질적인 형식을 취할 수 있다. 예컨대 결혼 풍습, 가족 구조, 예배 의식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런 형식은 다른 문화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심지어 같은 문화 안에서도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문화적 형식은 문화에 따라서 그리고 사람들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복음과 문화는 대체로 혼재하고 또 서로 뒤섞여 있기 때문에 분명하게 구별해내기 어럽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복음이 내용이라면 문화는 그 그릇이다. 폴 틸리히는 문화는 종교의 형식이며, 종교는 문화의 내용이라고 규정했다. 그의논리를 빌리면, 선교는 문화라는 밭에 복음의 씨앗을 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복음은 새로운 문화에 들어갈 때, 문화라는 옷을 입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복음은 문화라는 형식에서 떠라버리면 하나의 추상, 이상론, 또는 도피주의에 빠짐으로써 진정한 복음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반대로 문화적 형식이 강조되고 복음의 진수가 가려지거나 흐려진다면 그것은 참된 기독교가 아니며 세속적인 문화 운동이 될 것이다.
복음이라는 내용을 어떠한 형식에 담아서 전달할 것인가는 이런 의미에서 효과적인 선교의 관건이다. 기존하는 문화를 무시하고 전혀 생경한 문화에 복음을 담아서 전한다면 그 복음은 쉽게 거부되고 말 것이다. 반면에 주어진 문화를 그대로 수용해서 그 문화에 복음을 덧입혀서 전달한다면, 자칫 복음이 변질될 수도 있다. 리차드 니이버는 [그리스도와 문화]라는 저서에서 그리스도는 문화 속에 그리고 문화 위에 있으며 새로운 문화와 대립해서 문화의 변혁을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는 문화의 변혁자이며, 선교는 문화의 변혁을 몰고올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문화의 변혁자로서 그리스도를 다른 문화에 심는 과정에서 선교사의 문화를 복음과 동일시한다든가 또는 서양 문화의 우월성이라는 문화적 오만에서 복음에 서양 문화를 덧입혀서 전달하는 것에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복음에 의한 식민지화나 문화 제국주의를 야기시켰으며, 더 나아가 현지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한편으로는 복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 문화를 전달하는 본말의 전도가 일어나기도 했다.
폴 히버트에 따르면, 그리스도는 온전한 하나님으로서 신성을 잃지 않은 채로 온전한 인간이 되셨으며, 이와 마찬가지로 복음도 하나님의 계시로서 진수를 잃지 않은 채 문화를 통해서 인간 사회에 전달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문화가 복음 전달의 장애물이 아니라 적절히 활용하면 오히려 효과적인 수단이며 통로라는 것이다. 문제는 문화를 이용해서 복음을 전할 때 복음을 문화에 의해 채색하거나 왜곡함으로써 복음의 진수를 회손하는 것에 있다. 그러한 회손은 복음의 현장화와 토착화를 올바로 함으로써 막을 수 있다.
2. 현장화와 문화
복음의 현장화(contextualization)는 선교사의 입장에서 선교 현지의 "듣는 사람들의 문화"에 맞추어서 복음을 적응시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선교는 복음을 현지 문화에 맞추어서 의미를 갖게 하고 해석되게 하는 현장화이다. 그러면 왜 선교는 복음의 현장화를 필요로 하는가? 복음은 초문화적이며 어떤 토착 문화와도 구별되는 독특한 것이며, 그래서 전달된 토착 문화의 틀 안에서 해석될 때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만약 전달자가 해석한 복음을 토착 문화의 맥락 안에서 재해석하지 않는다면, 그 복음은 전달자의 문화에서 해석된 그대로의 모습을 가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듣는 사람들에 따라 복음이 달리 이해되거나 잘못 이해될 수 있다. 또한 만약 복음이 토착 문화에서도 동일한 보편적인 의미를 가지려고 한다면, 그 문화에 올바른 방식으로 적응되어야 하며, 토착 문화 안에서 의미 부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장화된 복음이란 복음이 전달되어서 새로이 적응한 문화적 상황에서 해석되고 의미를 가진 복음이다.
복음의 현장화는 외래 문화가 토착 문화에 현장화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문화의 현장화는 흡수, 파괴, 공존, 변형 등의 형태를 취하는데, 복음의 현장화도 선교 역사에서 보면 동일한 형태를 취한 것으로 드러난다. 특히 기독교 선교 역사에서는 극단적인 두 유형이 두드러졌는데, 토착 문화를 파괴하는 것과 완전 수용이 그것이다. 전자는 선교 현지의 토착 문화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거부하고 파괴한 다음에 새로운 기독교 문화를 심는 형태였다. 선교사가 기독교의 복음을 다른 문화에 전달하면서 기존하는 전통 문화의 모든 요소들을 철저히 파괴하고 말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기독교를 확립하기 전에 토착 문화의 모든 이교적인 요소들을 청소해버림으로써 백지와 같은 새로운 선교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적인 준비 작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태도는 서양 문화의 우월성과 현지 문화의 열등성을 강조하는 식민주의와 "식민 문화"를 창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현지인들은 외면적으로 또는 공식적인 것에서는 압력에 의해 서양식을 받아들이지만 내면적으로 또는 사적인 것에서는 여전히 변화되지 않은 본래의 토속 문화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는 결국 서양 문화와 복음을 동일시하는 혼란을 가져왔으며, 왜견상으로는 서양 문화와 토착 문화가 공존하는 것처럼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혼합 문화"를 낳는 결과를 빚었다.
또다른 하나의 태도는 선교 현지의 토착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토착 문화를 무조건 수용하고 보존하는 것이다. 이것은 선교사가 복음을 다른 문화에 심을 때, 기존하는 전통 문화의 모든 요소들이 비록 이교적인 것일지라도 일단 수용하고, 그들의 토착 문화에 기독교적인 정신과 복음적인 의미를 덧붙이자는 것이다. 이처럼 토착 문화를 무조건 수용하고 다양한 종교들을 인정한다면, 온갖 종류의 혼합주의를 용납하는 셈이 된다. 일단 혼합주의에 문을 열게 되면 기독교는 더 이상 기독교가 아니라 변질된 기독교가 될 것이다.
왜곡된 현장화의 양극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자기 비판적인 "탈현장화"(decontexualization)를 하는 것이다. 탈현장화란 복음에 덧입혀진 문화적 요소를 벗기는 과정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일어날 수 있다. 하나는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현장화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복음에 첨가된 문화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본래의 복음으로 복구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복음을 받은 사람이 자신이 받은 복음에 덧씌워진 문화적 요소들--여기에는 전달한 사람의 문화와 받은 사람의 토착 문화 양자 모두이다--을 벗겨내고 복음의 순수성을 되찾는 것이다. 이러한 탈현장화는 우선 현장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문화적인 것이들이 복음에 덧붙여졌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선교적인 관점에서 볼 때, 탈현장화는 선교사가 자신이 전할 복음을 정화하는 작음을 먼저 수행한다는 것이다. 다른 측면으로는 선교사로부터 복음을 받아들이는 교회가 그 복음에 덧입혀진 선교사의 문화와 토착 문화적인 것들을 벗겨내고 순수한 복음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며, 이는 현장화된 복음을 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교 2세기를 맞이한 한국 교회는 "받는 선교에서 보내는 선교"로 탈바꿈하고 있다. 오늘의 한국 교회는 더 이상 피선교지로서 문화적 수용의 차원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이러한 역사적 시점에서 한국 교회의 새로운 선교적 사명은 복음의 현장화의 전 과정을 완결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복음을 현장화하는 선교에서 자기 비판적이고 반성적인 탈현장화의 선교 과정을 거치고, 마지막으로 순수한 모습을 되찾은 복음을 다시 현장화하는 선교이다. 이 마무리 과정이 바로 재현장화(recontexualization)이다. 복음의 재현장화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탈현장화된 복음을 제자리에 다시 현장화하는 과정, 곧 토착 문화에 재현장화하는 과정이 있으며, 다른 하나는 탈현장화해서 순수한 모습으로 회복된 복음을 타문화에 전달해서 현장화하는 것이다. 전자가 순수한 재현장화라면, 후자는 다른 문화에 복음을 전하는 선교로서 재현장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후자는 선교의 마무리인 재현장화이면서도 선교의 시작인 현장화인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복음의 재현장화는 선교의 순환 고리에서 마무리 과정이자 시작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3. 토착화와 문화
토착화 (Indigenization)는 외래 문화를 받아들이는 편에서 외래적인 것을 기존하는 자신들의 토착 문화에 적절히 적응시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복음의 토착화는 선교 현지인의 입장에서 복음을 자신들의 전래 문화에 수용해서 접합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전달자가 주체가 되어 현지인의 문화 속에 복음을 적응시킨 현장화와는 대조적으로, 현지인들이 주체가 되어 복음을 자신들의 문화에 비추어서 나름대로 해석해서 받아들이고 또 그 복음을 자기들의 문화 형태 속에 접합시키고 적응시키는 것이 토착화이다. 현장화가 밖에서 들어온 외부인에 의한 운동이라면 토착화는 오래 전부터 그 문화에 뿌리박고 살고 있던 현지인들에 의한 운동이다. 이런 이유로 토착화는 자율성과 개성 및 독자성을 강조하고 비서구화를 지향하는 경향을 띠게 마련이며, 자신들의 타고난 재래 문화 속에 새로운 외래 문화를 적절하게 접합시키고 적응시켜서 자기들의 것으로 삼으려는 속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토착화의 주요한 방식은 3자 정신, 곧 자립과 자치 그리고 자전이다. 따라서 토착화된 교회는 문화적으로 뚜렷한 개성과 독자성을 지니면서도 진정으로 기독교화되어서 기독교를 확실하는 표현하는 교회를 의미한다. 그러나 엄격한 의미에서 온전한 토착화는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현대인들은 이미 서구화된 세계에 살고 있으며 교회도 서구화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구 문화와 토착 문화의 구분이 희미해졌을 뿐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서구 문화의 침투와 확산이 극에 달해서 서구의 합리성과 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토착화란 사실상 그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교는 복음의 변혁적인 힘에 의존하기 때문에 복음의 토착화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복음은 변화시키는 힘을 가졌다. 어떤 문화든지 복음이 전달되면 엄청난 변화를 경험한다. 그 이유는 복음이 토착화됨으로써 전래 문화를 변혁시키기 때문이다. 복음은 단순히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복음과 더불어 선교 현장에 들어가서 역사함으로써 개인의 삶과 사회를 동시에 변화시킨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복음의 이러한 변혁적인 힘이 파생시킨 부정적인 결과들에 대해 많은 논란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기독교인의 사명에 비추어 볼 때, 복음을 받은 교회는 자기의 전통 문화에 적절하게 토착화시켜서 토착 교회로서 홀로서기를 하는 것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다른 문화에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것이 그들의 사명이다.
토착화 운동의 주체가 선교 현지인들이었듯이 토착 교회는 외국 선교사와 관계없이 설립되는 것이다. 설사 현지인들이 외국 선교사들을 통해 복음을 받아들였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스스로 교회를 설립한 것이 토착 교회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교사들은 개척자로서 토착화 운동을 시작하는 일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토착 교회의 설립은 현지인들의 자발적인 사역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서구 문화가 세계 문화로 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 토착 문화를 구분해내기가 어려우며, 그 결과로 복음의 토착화 역시 토착 문화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서구 문화에 토착화한 데 있다. 외견상으로는 토착화된 것으로 보이는 교회가 실제로는 토착 문화에 뿌리박고 있는 것이 아니라 외래의 사상과 문화를 그대로 이식해왔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당연히 교회를 현 상태에서 뽑아서 다시 옮겨 심어야 할 것이다. 탈토착화(deindigenization)는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용어이다. 즉 탈토착화는 자생적인 것이 아닌 외래적인 것에 뿌리를 내린 복음을 외래적인 바탕으로부터 분리시켜내는 것이다. 외래적인 바탕으로부터 복음을 분리했다면, 그 다음 과정은 자생적인 바탕에 다시 토착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재토착화(reindigenization)이다. 따라서 복음의 토착화가 올바로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에 수정하는 방법으로 등장하는 것이 탈토착화와 재토착화라고 할 수 있다.
탈토착화는 한국 교회가 내부로부터 갱생하는 운동이다. 갱생 운동으로서 탈토착화는 선교의 다른 측면인 탈현장화 및 재현장화 과정과 讻이 연관되어 있으며, 그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 즉 탈현장화없이 재현장화가 불가능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탈토착화없이는 재토착화를 할 수 없다. 물론 탈토착화 운동이 선행되어야 재토착화를 시도할 수 있다. 진정한 탈토착화를 통해서 오늘에 걸맞는 재토착화를 할 수 있을 것이며, 한국 교회의 재토착화를 통해서 선교 교회에 걸맞는 탈현장화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토착화에서는 탈토착화 운동이 일어나야 하며, 탈토착화에서 재토착화가 실현되어야 하며, 재토착화에서 탈현장화로 연결되어야 한다. 한국 교회는 급변하고 있는 현대 문화 속에서 어떻게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과 모습을 지키면서 변형되지 않은 순전한 복음을 적절하게 토착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왔다. 이제 오늘의 한국 교회는 탈토착화와 재토착화를 통해서 종교 혼합주의와 다원주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선교적 과제를 앞에 두구 있다.
4. 종교적 혼합주의와 다원주의
복음과 문화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선교는 상이한 결과들을 낳는다. 복음의 전달 과정에서 또는 듣는 사람들이 복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복음의 내용이 유실되거나 왜곡되는 문제와 위험이 있다. 복음 전달 과정을 보면, 복음이 하나의 외래 문화로서 재래 문화 속에 수용될 때 맞지않는 형태(form)를 입음으로써 내용이 왜곡될 수 있으며, 잘못된 의미(meaning)를 덧붙이므로써 의미 자체가 별질되는 수가 있다. 잘못된 형태와 결합하거나 틀린 의미가 부여됨으로써 복음의 내용이 왜곡된 것을 혼합주의(syncretism)라고 할 수 있다. 혼합주의는 '복음의 자기 상실의 위기'(identity-crisis)로 몰아간다. 혼합주의는 복음이 문화와 잘못 결합함으로써 본래의 모습을 잃는 것을 가리킨다.
흔히들 토착화와 혼합주의를 같은 개념으로 혼돈하는데, 사실상 이 두 개념은 상반된 개념이다. 전자는 토착 문화의 형태을 사용하여 어떻게 그 문화에 흡수되느냐이며, 후자는 내용을 변용하여 어떻게 종교적 신앙을 융합하여 적응하느냐이다. 다시 말해서 전자는 복음을 문화의 형태에 접합시켜서 그 문화에 맞는 모양으로 전달하자는 것이라면 후자는 문화적 융합이라는 이름 하에서 복음의 내용을 바꾸어서 토착 문화화시키는 것이다. 크래프트의 견해를 따르면, 토착의 형태와 기독교의 의미가 합하여 토착화를 이루고, 기독교의 형태와 토착적인 의미가 합하여 혼합주의가 된다. 그러므로 선교에서 토착화란 필수적인 것이므로 적극적으로 실천해가야 하는 과제이다. 그러나 혼합주의로 나아갔을 때 그것은 더 이상 복음의 전달일 수 없으므로 올바른 선교를 위해서는 마땅히 지양되어야 하는 것이 혼합주의이다.
혼합주의는 잘못된 토착화에서 발생한다. 한국적 형식과 자료를 사용하지만 의미와 내용은 기독교적인 경우가 토착화이다. 그 반대로 기독교적인 형태를 사용하지만 의미와 내용이 한국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혼합주의이다. 복음이 토착화 과정을 통해 선교가 이루어진다면 혼합주의는 복음의 정체를 상실한 것이다. 복음이 올바른 토착화를 하지 못하고 전통 문화와 혼합하든지 재래 종교와 혼합해서 혼합 종교화를 가져오는데, 이는 단순히 혼합 종교화 현상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종교 다원화 현상으로 이어진다.
혼합주의가 몰고왔던 종교 다원주의는 무엇인가? "다원주의"의 무엇이 문제인가? 기독교 신학은 타종교들에 대해 개방적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배타적인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종교 다원주의 상황에서 선교 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것인가 아니면 재검토함으로써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오늘의 기독 교회가 답해야 하는 당면한 선교적 문제들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모든 신학적인 문제의 초점을 선교 신학에 맞추게 되었던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카톨릭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선언을 통해서 타종교에 대한 문턱을 헐고 다원주의에의 길을 터놓았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서 세계 교회 협의회(WCC)도 타종교에 대해서 긍정적인 개방의 태도를 가지고 '타종교와의 대화'을 추진해왔다. 그래서 일부 카톨릭 교회와 개신 교회의 신학자들은 종교 다원주의 입장에 터해서 다른 종교와의 대화에 찬성하고 이러한 관용적이고 수용적인 태도가 기독교 신학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
종교 다원주의는 기독교 이외의 종교를 인정하는 것이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도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기독교의 절대성과 복음의 진리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 다원주의에 의하면 기독교적인 선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기독교만이 구원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나 이슬람교나 심지어 무속 종교나 명상을 통해서도 구원을 얻을 수 있다면 구태여 복음을 전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종교 다원주의자들은 그들의 주장의 근거를 말라기 1장 10-11절과 히브리서 1장 1절에서 찾는다. 이방인들도 하나님의 이름을 위하여 분향하고 재물을 드리는 것은 하나님은 이방의 하나님도 되시며, 하나님은 여러 부분과 모양으로 일하신다는 것은 여러 모양의 종교를 통해 역사하신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연장해서 추론하자면 선교사보다 먼저 선교 현지에 가신 하나님은 여러 모양으로 나타난 재래 종교와 다른 종교를 통해서 역사하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그러한 역사하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종교와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복음주의자들은 타종교와의 대화를 이교도에 대한 전도 전략 차원에서 시도해보았지만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마침내 종교 다원주의자들은 다른 종교에도 기독교에서 말하는 "진리"가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우선 기독교의 "절대 진리"(The Truth)를 "상대적 진리"(a truth)로 바꾸고, 진리의 "선포"를 "나눔"으로 바꾸어서 다른 종교와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한 전환은 기독교의 배타성을 완화시키고 다른 종교와 상호 이해, 상호 인정, 상호 존경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게 되었지만 종래의 기독교 신학의 근본적인 바탕을 허물어뜨리는 부정적인 결과도 초래했다. 이처럼 현대 선교 신학에서 혼합주의와 종교 다원주의는 복음을 무기력하게 했다. 복음과 성령이 역사하시는 선교의 장을 인간화를 위한 단순한 인간의 일터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교회가 선교를 위해 시급하게 극복해야 하는 문제는 바로 복음을 의미없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종교 혼합주의와 다원주의이다.
5. 기독교의 세속화
기독교의 세속화는 몇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일반적으로 교회가 성스러운 속성을 상실하는 것을 가리킨다. 전통 사회에서는 교회가 성스럽고 거룩한 것을 독점하고 있었는데 비해서 현대 사회에서는 점차 그러한 속성들을 잃거나 쇠퇴하는 것을 가리킨다. 다음으로 세속화는 기독교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과 관련된다. 교회가 교회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의료 교육 등의 모든 영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 현대에 와서 교회는 자신의 영역들을 세속 사회에 점차 이양하게 되었다. 현재의 교회는 단지 목양과 같은 극히 제한된 부분에서만 그 존재 의의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세속화는 교회가 교회 구성원들의 삶에서도 밀려나는 것과 연관된다. 교회가 개인의 일상적인 생활에 지침을 제공하고 삶의 의미와 목적을 주고 도덕적 규범과 규율을 제시해왔는데, 현대 사회에서 교회는 개인의 삶과 유리된 채 심지어 개인의 종교적인 삶의 측면에 그다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세속화는 기독교 선교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세속화는 이제 기독교 선교 자체를 위협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세속화는 기독교의 절대성을 손상시킴으로써 기독교 선교의 당위성과 열성을 약화시켰다. 현대인에게는 종교 이외에도 흥미를 끄는 것이 많아지게 되면서 기독교는 이른바 대중 문화와 경쟁을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아니면 현대인이 종교가 아니라 정부나 사회 일반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게 되자 교회는 어떤 의미에서는 국가와 사회 일반과도 경쟁을 하게 되었다. 특히 교회가 개개 교인들에게 종교적인 삶의 규범을 심어주지 못함으로써 교인들이 더 이상 교회 안에 머물려고 하지 않게 되었다. 교회로부터 현대인의 이반 현상은 기독교 선교의 역동성를 꺾어버렸다. 기독교가 선진 기독교 사회들에서조차 밀려나는 상황에서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에게 선교한다는 것은 더 이상 우선 순위를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세속화는 서서히 교회를 비게 하고 있다. 유럽이나 북미의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현상은 이제 전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실제로 교회의 예배 참여 교인 수가 지난 수십년 동안 꾸준히 줄어들었다. 이것은 서구의 교회들이 명목상의 교인들만 남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름만 기독교인일 뿐이며 실제로는 일년에 한번도 예배에 참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상적인 삶에서도 기독교와는 무관하게 살아가는 명목상의 교인들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 그리고 영국과 같은 구미 사회들은 이제 새로운 선교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바꾸어서 말하면 이들 지역이 신이교도(neo-pagans) 사회들로 변하고 있다. 이들 서구인들이 불신자나 무신론자로 되거나 아니면 미신을 믿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래서 한때는 세계 선교를 주도했던 서구 교회가 이제 거꾸로 선교를 받아야 하는 선교지로 변하고 있는 비극이 현대에서 일어나고 있다.
세계는 이제 더 이상 기독교와 비기독교 또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으로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서구는 점점 더 비기독교화되어가는 반면에 비기독교인들이 비서구 사회에서 서구 사회로 대거 이주함으로써 종래의 기독교 지역이 종교적으로 복수화되고 다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현실을 보면, 기독교인과 회교도가 매일 어깨를 맞대고 일을 하며 기독교도와 불교도가 함께 어울려 식사를 하고 친구 사이로 교제하는 상황에서 종교적으로 편을 갈라서 각 종교인에 대해 고정 관념을 강화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다른 종교의 선교자들이 기독교 교회와 선교사들보다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포교하고 선교 활동을 펴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현상은 기독교 선교의 입지를 좁히고 열정과 사명감 그리고 당위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세계는 가난한 나라와 부자 나라로 양분되어 있는데, 부자 나라는 기독교국이며 가난한 나라는 비기독교국이라는 선입견과 통념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 이로 인해 빈부 간의 경제적 계급적 갈등이 기독교와 비기독교 간의 종교적인 갈등으로 비화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욱 부유해진다.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과 빈부 간의 심한 격차는 부자와 부자 나라의 종교인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을 더욱 심화시켰다. 결과적으로 이 빈부의 대립은 기독교 선교를 한층 더 어렵게 하고 복음의 전파를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되었다.
출처 : 이광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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